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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서지도 못할 '잡탕정당'의 운명

갈라서지도 못할 '잡탕정당'의 운명
  [기자의 눈]김근태-강봉균 '고래싸움'…결론은?
 
  2007-01-05 오후 6:38:17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 간의 공방은 이들이 만들고자 하는 통합신당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 '도로 열린우리당', '잡탕정당'의 출현이다.
  
  우리당 사람들은 지금의 당 내홍을 친노와 반노 간의 싸움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 그게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당을 지킬 것이냐 아니면 이 참에 갈라설 것이냐는 문제는 길어야 노 대통령이 현존 권력으로 존재하는 남은 1년 동안만 의미를 갖는 시한부 갈등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 의장과 강 정책위의장 간의 설전은 신당 만들기의 본질에 해당하는 갈등이다. 신당의 골수에 해당하는 노선 및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얘기다.
  
  차라리 갈라서든가…
  
  '김근태 노선'은 이렇다.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는 대국민 약속인 만큼 늦었지만 전면 확대해야 한다.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분양방식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한미 FTA는 미국에 끌려 다닐 필요가 없다. 협상 타결을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한국의 경제모델은 영미식 신자유주의 보다는 네덜란드나 스웨덴을 지향해야 한다.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 관광은 유지해야 한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면 안 된다. 햇볕정책은 분명하게 계승해야 한다. 통합신당은 평화와 개혁세력의 재결집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강봉균 노선'은 이렇다.
  
  건설 관련 규제는 풀어야 한다. 공급 확대 대책이 없는 부동산 세제정책은 오히려 집값을 올린다. 분양원가 공개는 공급 차질로 이어지기에 반대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빨리 폐지해야 한다. 한미 FTA는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에 의존하는 유럽형 복지국가를 본받을 필요는 없다. PSI에는 참여했어야 옳았다. 금강산 관광은 북한 개방효과가 의문스럽다. 무조건적인 대북지원은 안된다. 통합신당은 대북·경제 정책에서 중산층을 끌어안는 쪽으로 가야 한다.
  
  새 살림(신당)을 차리자는 것만 빼면 살림살이 내용은 하나부터 열까지 죄다 다르다. 이런 시각차는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을 대표선수로 하는 각 세력의 논리다. 열린우리당 창당 이래 두 노선은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 왔다. 냉탕 온탕을 반복하면서 결과물을 내놓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심지어 자기당이 추진한 일을 스스로 부정하는 심각한 자아분열까지 노출했다.
  
  이렇게 볼 때 "친북좌파 김근태 의장은 백의종군 하거나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강봉균 정책위의장)거나 "한나라당이 옳다고 생각하는 세력은 한나라당으로 집결하라"(김근태 의장)는 비방전은 발언의 강도만 높아진 것이지 별로 새로울 게 없다.
  
  문제는 신년벽두부터 당의 우두머리급 인사들이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얼굴을 붉히며 맞붙은 빅매치가 뚜렷한 결론을 낼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언론을 매개로 한 공개 비방전은 대개 질서 있는 토론이 불가능한 내부사정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신당의 노선과 정체성에 대한 신당파 내부의 합의는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갈라섰다가 다시 모인다고?
  
  이런 현상을 두고 신기남 의원은 "신당이 여러 개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당 사수파와 신당파가 분열할 수 있다. 신당파 내부에서도 개혁파와 보수파로 분열할 수 있다. 당 밖에선 고건 전 총리가 중도보수 성향 의원들을 규합해 독자신당 구축에 나설 태세다.
  
  하지만 분열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이 지금 당장 분열한다고 해도 적어도 대선 전에는 결국 다시 모일 것 같다. 갈라서자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 얘기도 잘 들어보면 대부분 재통합을 위한 일시적 결별이다. 그 논리들이 '평화개혁세력 결집', '중도실용세력 대통합' 등의 말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게 더욱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김근태와 강봉균으로 대표되는 우리당 안팎의 이질적 세력이 다시 한 배를 타는 '제2의 열린우리당'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
  
  국민은 지난 3년간 집권여당으로 행세해 온 잡탕정당에게 '무능'의 딱지를 붙인 지 오래다. 한나라당보다는 낫겠지 했던 기대감을 접은 지도 꽤 됐다. 이름만 바꾼 잡탕정당이 단지 집권을 목적으로 얼렁뚱땅 만들어진들 이를 속일 수 있을까? 설령 다시 집권을 한다고 한들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피해갈 수 있을까? 정체성 없는 정당의 수명은 3년도 길다.
   
 
  임경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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