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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 새 책 나오자마자 '십자포화'

 

 

 

조기숙 새 책 나오자마자 '십자포화'
<조선>-심재철 맹비난... 조 교수 "책이나 읽고 비난하라"
텍스트만보기   손병관(patrick21) 기자   
 
 
▲ 심재철 한나라당 홍보위원장은 2일 오전 당직자회의에서 최근 책을 출판한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해 "여당이 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 게 최고라는데, 참으로 오만하기 그지없다. 이거야말로 건방죄를 물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여정부의 청와대 홍보수석를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저서 <마법에 걸린 나라>(cafe.naver.com/chomagic)가 출간되자마자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공격을 받았다.

<조선>은 2일자 4면에 '여당 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 게 최고'라는 제목으로 조 교수의 책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보수성향의 인터넷신문 <데일리안>도 <조선> 기사와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책 내용을 보도했다.

한나라당 홍보기획위원장을 맡고있는 심재철 의원은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이에 대해 "여당이 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 게 최고라는데, 참으로 오만하기 그지없다. 이거야말로 건방죄를 물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심 의원은 <조선> 보도를 근거로 이렇게 말했다.

"(조 교수의 책) 내용이 오늘 보도됐는데, 전형적인 노빠(노무현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자를 비하하는 말 - 기자 주) 류의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저지른 것이라고는 '국민정서법 위반죄'라고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국민정서 오판죄'다. 또 '노 대통령이 여론에 편승하지 않았다'며 이것을 '여론편승 거부죄'라고 한다. 이거야말로 민심순응 거부죄라고 얘기했다. '노빠' 류의 지독한 아집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심 의원은 "조 교수가 또 '학자가 정부에 협력하는 것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라며 희한한 어용론을 펼쳐서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 의원의 말이 끝나자 장윤석 인권위원장은 "법률가도 모르는 죄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조선> 보도와 심 의원의 주장처럼 조 교수의 책은 '노빠'의 아집만을 보여준 것일까? 조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조선>을 필두로 한 수구언론과의 담론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진보진영이 민심을 얻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짚어냈다.

조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선>의 왜곡된 기사와 곧바로 이어진 심 의원의 발언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조동문 프레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실제로 <조선> 기사와 조 교수의 책을 대조해보면 어감에서 차이가 나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조선> 기사는 "그는 '열린우리당이 오만하고 편가르기를 해서 싫다는 여론조사는 무시하는 것이 최고'라며 더욱 오만해질 것을 주문했다"고 했고, 이는 "여당 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게 최고"라는 제목으로 채택됐다.

책의 원문은 이렇게 되어있다.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이 왜 싫냐고 했더니 오만하고 편가르기 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여론조사는 무시하는 것이 최고다. 리프만의 명언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가 사람들의 행동과 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매일 이런 조사 결과를 진실처럼 읊조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참 괴로운 일이다."

조 교수는 "특정 언론사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인데, 의도성 있는 여론조사를 여론으로 비틀어 소개한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에 "학자가 정부에 협력하는 것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인용된 대목도 원문은 이렇게 되어있다.

"과거 독재정권에 협력했던 학자들에게 어용의 낙인이 찍히듯, 앞으로는 수준 낮은 언론에 협력한 부끄러운 학자로 기록되는 것은 아닐까.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부에 협력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에 대한 봉사이며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다음 정권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치언론을 위해 봉사하는 교수들은 특정 정파를 위해, 혹은 특정 자본가를 위해 일했다고 기록될 수도 있다."

국민들의 선택으로 집권한 정부에 학자들이 협력하는 것은 독재시대 어용 학자들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학자가 정부에 협력하는 것을 무조건 어용으로 몰아붙인다면 한나라당이 향후 집권을 하더라도 한나라당 정권에 참여하는 모든 학자들이 어용 시비에 휘말릴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조 교수는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헌법보다 무섭다는 국민정서법 위반죄, 여론편승거부에 따른 괘씸죄라고 할 수 있다"고 한 대목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국민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이성과 논리와 합리로만 정치를 한 것이 꼭 올바르지 않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조 교수는 "심재철 의원이야말로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조선> 기사만 보고 신문사의 지시대로 로봇처럼 움직인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 교수는 8일 영풍문고(저녁 7시)에서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조 교수는 "<조선> 기사만 읽고 책에 거부감을 느낀 분들과 이 자리에서 토론을 하고싶다. 책을 집필하는 데 도움을 주신 '개혁 네티즌들'에게는 책을 무료로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2007-02-02 11:4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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