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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조동문 프레임' 깨지 못해 지지율 낮아"

 

 

 

참여정부, '조동문 프레임' 깨지 못해 지지율 낮아"
'한국판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펴낸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텍스트만보기   손병관(patrick21) 기자   
 
 
 
ⓒ 지식공작소
"열린우리당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선거마다 패배를 거듭하는가? 별로 잘한 것같지 않은 한나라당은 왜 그리 선전하는가?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왜 일관성 없이 널뛰기를 하더니 바닥으로 주저앉아 움직일 줄을 모르는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신간 <마법에 걸린 나라>(지식공작소, 사진)를 펴냈다. 그의 책은 독자들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 교수가 올해 12월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대응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의 원제는 <진보는 죽었다>였다. 그의 시각에서 참여정부가 출범한 뒤 '나 몰라라' 뒷짐을 진 진보진영을 질타하고 반성을 촉구하는 데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러나 책은 출간을 앞두고 보다 상징적인 제목(<마법에 걸린 나라>)으로 바뀌게 됐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성추행 사건을 일으켜도, 공천헌금 비리가 발각되어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술에 걸린 것 같다"고 푸념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말에서 영감을 얻은 제목이다.

조 교수는 이 책에서 참여정부가 보수진영과의 담론 경쟁에서 패배한 과정을 상술했다. 지난해 정가에 화제를 모은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쓴 조지 레이코프 교수의 '프레임 이론'을 한국의 현실에 대입한 것이다.

그는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수구성향의 조간신문에서 만들어낸 프레임을 석간신문 <문화일보>가 확대재생산하는 이른바 '조동문 프레임'을 깨지 못한 것을 참여정부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조 교수는 이러한 보수언론에 맞서 대항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한 진보언론과 시민단체에도 책임을 물었다. "노 대통령은 여론을 거역했으므로 선거에 의해 뽑힌 독재"라고 비판한 최장집 교수도, "참여정부와 언론의 싸움은 어른과 애의 싸움"이라고 주장한 강준만 교수도 그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진보언론과 시민단체가 어용시비를 피하기 위해 보수언론보다 더 가혹하게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고, 열린우리당도 여기에 가세하는 등 결과적으로 진보진영의 분열이 참여정부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주고, 탄핵으로부터 구해주고, 열린우리당에 국회 과반수 의석을 몰아준 국민들이 참여정부를 질책하며 등을 돌리는 것에도 그는 "당신은 대통령만 달랑 뽑아놓고 뭘 했냐?"고 오히려 반문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탄생한 것은 국민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인정한 것이지, 새로운 패러다임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는 항변이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과 노 대통령을 비교하며 두 사람의 성패가 엇갈리는 환경을 비교한 대목도 흥미를 끈다. 두 사람 모두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 ▲기득권 세력과의 대립 ▲여소야대 국회라는 악재를 안고 출발했지만, 클린턴의 경우 노 대통령만큼 언론환경이 불리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조기숙 교수가 지적한 노 대통령의 3가지 잘못

그렇다고 해서 조 교수가 노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참여정부가 낮은 평가를 받는 데 노 대통령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대통령의 세 가지 잘못을 꼽았다.

"첫째는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성공신화에 매몰된 것이 대통령으로서 성공하는데 오히려 장애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필생의 신념이 오히려 지역주의를 한국정치의 상수가 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셋째는 초유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적 당청관계에 있어서 한국적 정서를 무시함으로써 바람직한 관계설정에 실패한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상'을 거부하고 '노무현스러운' 대통령이 되길 원했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청와대에서 참모들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나 바람직한 대통령상에 대해 조언하는 것을 꺼렸다는 뒷얘기도 소개했다.

그의 여당에 대한 평가는 한층 혹독하다. 대통령의 문제가 스타일에 있다면 여당의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의 부재'에 있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의 죄질이 더 나쁘다는 지적이다.

그는 "여당은 5·31 지방선거에서도 핵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복지 정책이 존재하지 않았고 '부패는 용서해도 무능은 용서할 수 없다'는 보수언론의 프레임을 스스로 받아들여 '오만과 독선을 반성하니 싹쓸이만 막아 달라'고 읍소하는 등 제 발등을 찍는 선거운동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의 현재 위기는 탄핵 여파로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한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잡탕정당의 문제라고나 할까. 탈지역정당의 한계라고나 할까. 당내 성공적인 의사소통이 없는 것도 문제다. 초선의원이 108명이나 되니 위계질서가 없고 팝콘처럼 튀어서 의견조율이 여간 어렵지 않다. 한 발씩 양보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오기와 감정싸움으로 끌고 오다보니 결국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당내 지역갈등까지 겹쳐서 열린우리당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정당의 이념적 정체성이 불명확하다는 데에 있다. 개념 없는 정당에게 누가 표를 주겠는가."

최근의 통합신당 논의에 대해서도 그는 "콘텐츠에는 큰 관심이 없고 스타일만 바꿔보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했다.

조 교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앞서가는 가장 큰 이유는 여권이 우왕좌왕하기 때문"이라며 "2002 대선이 무너뜨리는 선거였다면 2007 대선은 쌓아 올리는 선거가 될 것이다. 혼란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업적의 축적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보여주는 쪽이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7-02-01 09:2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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