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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성행위 조각상... 이런 게 왜 사원에 있지?

 

 

 

엽기 성행위 조각상... 이런 게 왜 사원에 있지?
[인도여행] 카주라호 동부, 서부 사원군의 조각상들
서종규 (gamguk)
 
 
  
▲ 인도 카주라호에 있는 동부, 서부 사원군의 모습과 조각상들
ⓒ 서종규
카주라호

 

카주라호에 가기도 전에 카주라호에 대한 이야기들이 시끌벅적하다. 카주라호 사원들에 가면 엽기적 성행위 조각상이 즐비하여 미성년자 관람불가니, 플레이보이 잡지보다 더 노골적이니, 심지어는 인도의 성인 간디도 성행위가 되어 있는 조각들을 보고 "모든 카주라호 사원을 다 부수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외설적이라니, 은근히 호기심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1월 19일(토) 오후 4시, 우리들은 카주라호 동부 사원군으로 갔다. 동부 사원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성행위 묘사가 들어 있는 기념품들을 들고 사라고 따라온다. 어떤 것은 열쇠고리로 성행위 동작이 가능하게 제작되어 있고, 인도에서 이미 4세기경에 쓰인 인도의 성행위 지침서인 <카마수트라>라는 책을 들고 와서 사라고 난리다.

 

동부 사원군에는 파르스바나트·산티나트·아디나트 등 3개의 자이나교 사원이 있다. '은근하게' 기대했던 성행위 조각상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불상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리고 얼굴이며 가슴이나 골반은 분명 여인의 몸인데, 정작 남자의 음경이 달린 신상들이 많아 신기했다. 

 

엽기적 성행위 조각상이 즐비하다더니...

 

  
인도 카주라호 동부 사원군의 신상들(얼굴미여 가슴이나 골반의 모습이 분명 여인의 몸인데, 정작 남자의 음경이 달려 있다)
ⓒ 서종규
카주라호

고색창연하게 멀리서도 우뚝 솟아 보이는 파르스바나트 사원(Parswanath Temple)으로 갔다.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큰 탑 같이 보이는 이 사원은 다닥다닥 수많은 조각상들의 군집이다. 1000년경 인도의 유명한 조각가들을 다 모아 놓고 돌에 새겨 붙인 조각 전시장 같다.

 

기록에 의하면 각가지 형상들을 담은 약 900여개의 부조들이 사원 안과 벽면에 붙어 있다고 한다. 탑 안에 또 하나의 탑이 들어 있고, 사원 안뿐만 아니라 사원 밖에도 그렇게 많은 조각상들이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붙어있는 것이다.

 

대단하면서도 장중한 맛이 든다.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풍만하고 농염한 여인의 모습으로 여성스러운 멋을 마음껏 드러냈다. 그리고 갖가지 동물들의 기기묘묘한 모습과 탑 위의 또 다른 작은 탑, 그 옆의 또 작은 탑의 모습들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어 사원은 하나의 거대한 조각 작품이다. 

 

파르스바나트 사원 벽에 붙어 있는 부조들을 하나하나 넋을 읽고 바라보느라고 해지는 줄 몰랐다. 인도 여행 중에 본 그 많은 석상과 사원들, 그리고 많은 조각상들에 놀랐지만 이 사원에서 느끼는 장인들의 솜씨와 숨결은 거대한 감동으로 밀려왔다. 

 

  
인도 카주라호 동부 사원군 중 파르스바나트 사원의 조각상들
ⓒ 서종규
카주라호

 

  
인도 카주라호 서부 사원군의 조각상들
ⓒ 서종규
카주라호

20일(일) 오전 9시, 서부사원군으로 갔다(입장료 5$).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어서 그런지 입구에 총을 든 군인이 지키고 있다. 난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여 들어갔다. 어제 동부 사원군에서 받은 감동이 너무 커서 아직도 들떠 있었다.

 

어제 동부 사원군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10여개의 사원들이 곳곳에 우뚝 솟아 있었다. 우리나라로 보면 거대한 탑들이 곳곳에 늘어 서 있는 것이다. 모든 사원 외벽에  900여개의조각상들이 붙어 있다고 한다.

 

카주라호는 950년부터 1050년 사이에 달의 신 찬드라의 자손이 세웠다는 찬델라 왕조의 초기 수도가 되면서 이곳에 85개의 사원이 건축되었다고 한다. 대부분 힌두교 사원이었지만 동부지역에 몇 개의 자이나교 사원도 지었단다. 500년을 이어가던 왕조가 이슬람에  망하면서 많은 사원들이 파괴되어 현재 22개의 사원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인도 카주라호 서부 사원군의 멧돼지 조각상
ⓒ 서종규
카주라호
  
인도 카주라호 서부 사원군 중 락슈마나 사원
ⓒ 서종규
카주라호

'자세하고 적나라하고 노골적이고 엽기적인' 조각 

 

처음 들른 바라하 사원에는 비슈누의 3번째 화신으로 알려진 거대한 멧돼지 상이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 멧돼지상은 쇠와 같은 질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멧돼지 몸에는 수많은 불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여인상도 있으며, 특히 돼지주둥이에도 불상이 조각되어 있다.

 

다음은 바라하 사원 앞에 있는 락슈마나 사원이다. 이 사원의 외벽은 시바와 비슈누신, 요정들과 아름다운 여인들 모습의 조각들이 붙어 있다. 이 사원이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만큼 관심의 대상인데 그 이유는 사원 외벽에 900여 개가 넘게 붙어 있는 조각들 중에 '미투나상'이 많기 때문이다.

 

미투나(Mithuna) 조각이란 남녀의 성행위를 표현하는 조각으로 락슈마나 사원과 칸다리야 마야데브 사원 외벽에 집중적으로 붙어 있다. 이 조각들은 여인들의 풍만하고 농염한 육체는 물론 남녀가 벌이는 성행위를 약 80여 가지 모습으로 '자세하고 적나라하고 노골적이고 엽기적으로' 조각하였다고 한다.

 

성행위 장면은 갖가지다.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장면들을 비롯하여, 서로 성기를 만져주는 장면, 뒤에서 껴안고 성기를 삽입하는 장면, 눕거나 서서 하는 갖가지 성행위 장면들이 마치 요가를 하는 동작과도 같다. 어떤 조각은 말과 성행위 하는 장면을 새겼다. 모두 남자의 성기를 드러내어 삽입하는 모양들이다.

 
  
인도 카주라호 서부 사원군의 미투나 조각상들(성행위 묘사 조각)
ⓒ 서종규
카주라호

 

  
인도 카주라호 서부 사원군에 있는 미투나조각상(성행위 묘사)
ⓒ 서종규
카주라호

왜 사원에 성행위 묘사 조각상을 걸었을까? 

 

그렇다면 왜 사원에 이런 성행위를 드러내는 미투나상을 조각하여 붙였을까? 모두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8세기에서 12세기까지 성행한 '탄트리즘'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탄트리즘의 근본인 '탄트라'는 '스스로 지식을 넓히고 몸의 실천적인 수행을 통해 익히는 것'이란다. 

 

탄트리즘은 남성의 신과 성적인 에너지, 즉 우주의 생명력을 의미하는 여성의 신을 숭배하였단다. 이들은 '차크라 푸자'라는 숭배 의식을 통하여 한밤중에 같은 수의 남녀가 둥글게 둘러앉아 성교 의례를 거행하였다고 한다. 남녀가 성교를 하여 그 절정의 상태에서 자아의식과 우주의식이 하나 되고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브라만 계층의 사람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장소였다고 한다. 브라만 계층은 인도의 네 계층 중 가장 높은 계층으로 성직자들인데 이러한 성행위의 조각상들을 보고도 흥분하거나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훈련하였던 장소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 껴안고 성행위를 벌이는 조각상들을 찾으려면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많은 미투나상이 있지만 직접적인 성행위를 벌이고 있는 상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원 내외벽에 붙어 있는 900여개의 조각상들 중에서 성행위 장면을 묘사한 조각은 약 5%도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성행위를 하는 조각들을 찾으려고 사원 전체를 샅샅이 뒤지다 보면 어느새 사원 외벽에 붙어 있는 조각들을 다 훑어보는 것이다.

 

조각상은 성행위보다는 풍만하고 농염한 여인들 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인들의 젖가슴이나 엉덩이·종아리 등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할 정도로 육감적이다. 그 풍만한 육체에 장신구들과 속옷을 걸치고 있는 표현은 섬세하고 사실적이다.

 

사원의 내벽과 외벽에는 미투나상이 많지만, 코끼리나 말을 비롯한 동물들도 많다. 동부 사원군에서 보았듯이 사원 외벽에는 또 다른 작은 탑 조각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기상천외한 모양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전쟁과 사원을 건축하는 장면도 형상화되어 있다.

 

  
카주라호 서부 사원군의 전쟁에 나가는 코끼리탄 왕 조각상
ⓒ 서종규
카주라호
  
인도 카주라호 서부 사원군의 코끼리 타고 하는 전쟁 조각상들
ⓒ 서종규
카주라호

성행위 조각상은 많이 훼손돼

 

이 조각들은 성행위 장면을 묘사한 미투나상을 비롯하여, 춤추는 여인, 코끼리를 타고 전쟁에 나가는 왕, 코끼리를 타고 싸우는 장면, 창과 방패를 들고 행진하는 장면, 말을 타고 싸우는 장면, 전쟁을 격려하기 위하여 음악을 울리는 군악대,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군인 등 현실의 삶을 그대로 표현했다.

 

아쉬운 것은 많은 조각상들이 훼손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투나상이 많이 훼손되었다. 그 중에서도 성행위를 드러내는 조각들의 손상이 심하다. 혹 간디의 말에 따라 몇 사람들이 파괴하였는지도 모른다. 파괴된 조각상을 보면서 조상들이 남겨 놓은 문화재 하나, 대대로 이어온 강산, 그 위에 있는 돌 하나까지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 같다.

 

락슈마나 사원과 칸다리야 마야데브 사원을 제외한 다른 사원들도 여전히 많은 부조들이 붙어 있다. 이 두 사원에서 성행위를 표현한 미투나상을 찾다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버렸다. 그래서 모두 비슷한 분위기를 드러내는 다른 사원들은 빙 한 바퀴 돌고 또 다른 사원을 찾아야만 했다. 그 사원들에는 미투나상이 있기는 하였지만 성행위 장면이 직접 드러나는 조각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원 안에 또 사원을 세우는 건축 기법에, 그 안에 숭배하는 신을 모셔 놓고, 그 안과 밖에 미술시간에 배웠던 부조와 환조의 기법을 사용하여 찬란한 조각 예술의 꽃을 피운 카주라호의 사원군은 인도가 가지고 있는 세계 문화유산 중에서도 백미이다. 인도 여행에서 가장 볼 만한 곳을 추천하라면 단연 카주라호 사원군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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