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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수만명 억울한 사람 나왔는데, MB정부 어떻게 해결할지...”

 

 

 

이준구 “수만명 억울한 사람 나왔는데, MB정부 어떻게 해결할지...”
 
“해결책 안보이면 종부세 아예 폐지시도 할지도 몰라” 우려도
 
입력 :2008-11-18 11:34:00  
 
 
[데일리서프 권용진 기자] '슬픈 종부세'란 글로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시도를 명쾌하기 비판했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다시 한번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세대별 합산' 위헌판결의 부당성을 명쾌하게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날 '501호 김 씨 가족의 분노'란 제목의 글에서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방식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벌써부터 문제점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면서 "정부가 공동명의로 등기되어 있는 주택 소유자에게 이미 납부한 종부세를 환급해 준다고 하자, 이제는 단독명의로 등기되어 있는 주택 소유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왜 우리만 역차별을 당해야 하느냐는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고 현상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너무나도 당연한 반발"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똑 같은 아파트의 501호에 사는 김씨 가족과 502호에 사는 이씨 가족은 당연히 똑 같은 세금을 내야만 수평적 공평성의 원칙이 충족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누구의 명의로 주택이 등기되어 있는지의 여부는 경제적 능력과 하등 상관이 없는 사항이다. 따라서 공평한 과세의 원칙은 이것을 철저하게 무시하기를 요구한다. 그것을 무시하지 않으면 수평적 공평성을 위배하는 결과를 빚게 되기 때문이다. 헌재의 결정은 이처럼 철저하게 무시해야 할 것을 중요하게 고려하라고 요구함으로써 문제의 씨앗을 뿌렸다. 단독명의로 주택을 소유하는 사람의 반발과 이로 인한 혼란은 이미 예견된 재앙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어 "신문 보도를 보면 정부는 한시적으로 상속 증여세를 감면해 줘 공동명의로 등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 문제를 덮어 버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조세제도를 편의에 따라 이리저리 운영하다 보면 아무 원칙도 없는 누더기가 되어 버리고 만다"면서 "정부의 감세안으로 이미 그런 길을 가고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원칙이 무너져 버리면 아무도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무슨 사소한 이유만 있어도 세금을 깎아달라고 아우성을 치게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깎아주고 왜 나는 왜 깎아주지 않느냐는 항변이 나올 게 분명하지만 이런 항변에 적절하게 대답할 말이 없는 형편"이라면서 "상속 증여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준다는 것은 정부 자신을 이런 궁지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겠다고 이런 어리석은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미봉책으로 봉합하려 한다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그 동안 종부세 제도의 실질적 무력화를 추진하면서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면서 "이제 수만, 아니 수십만 명의 억울한 사람이 나왔는데,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 가지 가능성은 종부세 제도 그 자체를 아예 폐지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종부세 제도를 그대로 둔 채로는 엉클어진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버린 이 국면을 수습할 길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이어 이 교수는 "세대별 합산방식에 대한 위헌 결정은 이 자명한 상식을 뒤엎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이로 인해 어떤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차별대우를 받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런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도 모른척하면서 헌재 결정의 후속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떠는 정부의 무감각한 태도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고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권용진 기자

▶ 이준구 “한심한 헌재결정, 수습 어떻게 할지 두고볼일”
▶ “부자만 위하다가 퇴장한 부시, 몇년후 우리 모습”
▶ 다시 보는 이준구 교수의 ‘슬픈 종부세’ 전문

다음은 이준구 서울대 교수의 글 '501호 김 씨 가족의 분노' 전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방식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결정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벌써부터 그 결정의 문제점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공동명의로 등기되어 있는 주택 소유자에게 이미 납부한 종부세를 환급해 준다고 하자, 이제는 단독명의로 등기되어 있는 주택 소유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왜 우리만 역차별을 당해야 하느냐는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반발이다. 그렇게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았는데 반발하지 않는다면 바보라고 불려야 마땅한 일이다. 며칠 전에 쓴 “교과서를 바꿔 쓰라는 말인가”라는 글에서 지적했듯,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은 수평적 공평성이라는 공평과세의 대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이런 불공평한 구도가 단독명의로 주택을 소유하는 사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수평적 공평성의 원칙이 똑 같은 경제적 능력의 소유자에게 똑 같은 조세부담을 지게 만드는 것을 요구한다는 점은 며칠 전의 글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종부세 제도와 관련해 수평적 공평성의 원칙은 똑 같은 가액의 주택을 가진 두 사람을 똑 같은 경제적 능력의 소유자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똑 같은 아파트의 501호에 사는 김씨 가족과 502호에 사는 이씨 가족은 당연히 똑 같은 세금을 내야만 수평적 공평성의 원칙이 충족될 수 있는 것이다.

누구의 명의로 주택이 등기되어 있는지의 여부는 경제적 능력과 하등 상관이 없는 사항이다. 따라서 공평한 과세의 원칙은 이것을 철저하게 무시하기를 요구한다. 그것을 무시하지 않으면 수평적 공평성을 위배하는 결과를 빚게 되기 때문이다. 헌재의 결정은 이처럼 철저하게 무시해야 할 것을 중요하게 고려하라고 요구함으로써 문제의 씨앗을 뿌렸다. 단독명의로 주택을 소유하는 사람의 반발과 이로 인한 혼란은 이미 예견된 재앙이었던 것이다.

나는 법률절차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헌재의 잘못된 결정을 어떻게 시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명백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그냥 놓아둔다면 우리 사회는 이것 때문에 두고두고 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다.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느끼는 납세자가 존재하는 한 사회적 갈등은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다.

신문 보도를 보면 정부는 단독 등기 주택 소유자들의 반발을 미봉책으로 봉합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한시적으로 상속 증여세를 감면해 줘 공동명의로 등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 문제를 덮어 버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조세제도를 편의에 따라 이리저리 운영하다 보면 아무 원칙도 없는 누더기가 되어 버리고 만다. 정부의 감세안으로 이미 그런 길을 가고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꼴이 될 수 있다.

원칙이 무너져 버리면 아무도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내지 않을 것이다. 무슨 사소한 이유만 있어도 세금을 깎아달라고 아우성을 치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깎아주고 왜 나는 왜 깎아주지 않느냐는 항변이 나올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런 항변에 적절하게 대답할 말이 없는 형편이다. 상속 증여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준다는 것은 정부 자신을 이런 궁지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겠다고 이런 어리석은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하여튼 501호에 사는 김씨 가족의 분노를 어떻게 달래느냐는 문제는 두고두고 정부의 골치를 썩일 것이 분명하다. 헌재의 위헌 결정을 그대로 고수하려고 하는 한 문제는 현재진행형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성급하게 미봉책으로 봉합하려 한다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헌재가 결정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했겠지만, 그 결정으로 인해 우리 사회를 진퇴양난의 골짜기로 밀어 넣은 꼴이 되었다. 정말로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이 난국을 수습할 길이 없어 보인다.

정부는 그 동안 종부세 제도의 실질적 무력화를 추진하면서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이제 수만, 아니 수십만 명의 억울한 사람이 나왔는데,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 가지 가능성은 종부세 제도 그 자체를 아예 폐지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종부세 제도를 그대로 둔 채로는 엉클어진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버린 이 국면을 수습할 길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은 상식 중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세대별 합산방식에 대한 위헌 결정은 이 자명한 상식을 뒤엎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어떤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차별대우를 받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런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도 모른척하면서 헌재 결정의 후속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떠는 정부의 무감각한 태도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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