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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의 나라 '명박랜드'를 아십니까

 

 

기상천외의 나라 '명박랜드'를 아십니까
[정치만담] '명박랜드'에 관한 풍문과 유언비어
  김갑수 (kim gabsoo)
 
 

풍자정신은 '있는 현실(실제)'과 '있어야 할 현실(당위)'에 괴리감을 느낄 때 발생한다. 물론 ‘있어야 할 현실’은 ‘있는 현실’을 비판, 공격한다. 이 둘의 간극이 크면 클수록 비판과 공격은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풍자는 다행히도 비판, 공격의 수단을 웃음으로 삼는다.

 

또한 풍자는 언제나 현실을 대상으로 한다. 현실을 비판, 공격하려면 당연히 현실을 분석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분석이란 지적인 행위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블로거 MP4/13은 작금의 정치 현실에 대해 대단히 지적인 비판,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 서프라이즈>는 이 블로거의 글이 인터넷 상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글을 읽은 필자가 블로거의 글에 약간의 살을 붙여 재구성해 보았다.... 기자주

 

명박랜드의 어원과 국시

 

  
2008년 6월 10일 오후 경찰이 설치한 '콘테이너 장벽'에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경축 08년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 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집회 구호가 적힌 피켓을 붙였다.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한 시민.
ⓒ 안홍기
콘테이너 장벽

 

명박랜드를 소개합니다. 명박랜드를 아십니까? 먼저 명박랜드라는 이름의 유래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나라에는 수박이나 호박보다 월등히 큰 '명박'이 있습니다. 명박은 스스로 황제, 즉 명박제(帝)라 칭하는데, 언필칭 황제스럽게 전설 속의 용(龍)인 실용(龍)의 2세라고 합니다. 실용이 체액 대신 최루액을 쏘아 명박제를 낳았다는 설이 전해지는데, 그래서인지 백성들은 그를 황제라 하지 않고 그냥 명박군(君)으로 호칭합니다.

 

명박랜드는 혁명의 나라입니다. 명박군은 언제나 개가죽 구두, 즉 개혁(革)구두를 신고 다닙니다. 그는 지난 10년의 모든 고정관념을 부정합니다. 일례로 그는 비타민C 대신 엠비C를 섭취합니다. 원래 이 나라의 특산품은 인삼과 홍삼이었는데 명박군이 등극하고 나서는 공삼이 부각되었습니다. 전통적인 해산물인 명태도 희태로 바뀌었습니다.

 

모든 게 이런 식입니다. 다시 말해 ‘바꿔야 산다’는 것이 이 나라의 국시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스와핑이라는 것이 떴습니다. 모든 것을 바꾸는 이유는 그것들이 단지 지난 10년 동안 있었다는 것 하나밖에는 없습니다. 몇 개 더 예를 들자면 병원에서는 혈압 대신 ‘과잉진압', 현기증 대신 ‘채증’이라는 용어를 쓰며, 경찰과 언론에서는 포토라인 대신 S라인이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운동회에서는 이인삼각 대신 '공항매각(脚)'을 합니다. 그리고 옛날의 최루탄 대신 새롭게 '대북파탄(彈)'이 나왔습니다.

 

가히 혁명적이지요. 심지어는 소주병, 맥주병보다는 광우병이 유명해졌지요. 최근 명박군은 왕궁 뜰에 가득 피어 있던 백일홍을 모두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김진홍(紅)을 심었다지오? 둘레에는 민영화(花)와 규제완화(花)를 심어 대비를 이루게 했답니다. 그리고 밤의 환상적인 조명을 위해 뉴라이트를 켜 놓았다고 하네요.

 

명박랜드의 자연 환경과 풍토

 

명박군은 옛날의 명산이었던 삼각산의 이름도 바꾸었습니다. 원래 삼각산은 백운대· 국망봉· 인수봉, 이렇게 세 봉우리였는데, 주산인 백운대를 부동산으로 그리고 나머지를 각각 줄도산과 대파산으로 개명해 버렸습니다. 갑자기 이름을 바꾼 탓인지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이름의 새들이 날아옵니다. 감새와 종부새가 있는가 하면 얼리버드라는 외국 새도 날아옵니다. 그리고 봄이 되면 이재오(烏)라는 까마귀도 날아올 것이라고 하네요.

 

명박랜드의 주요 하천으로는 언제나 1급수가 흐르는 '주가삼천'이라는 강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저 말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 이 강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 외에 수질이 아주 나빠서 물고기도 살지 못하는 강으로 '비핵개방삼천'이 있는데 묘하게도 이름이 둘 다 '삼천'으로 끝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명박랜드의 유명한 호수로는 신지호(湖)와 이방호(湖)가 있습니다. 신지호는 새로 조성된 인공호수인데 여기에는 조갑제(堤)라는 이름의 둑을 만들었습니다. 이방호는 아주 오래 되어 이제 늪으로 변해가는 호수입니다. 이에 따라 축조한 지 얼마 안 된 둑 정두언(堰)도 거의 붕괴돼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방호를 호수라고 하지 않고 아예 습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습지의 이름은 명박군이 어디에서 힌트를 얻었는지는 몰라도 맛사지(池)라고 붙였습니다. 이 밖에 명박랜드에서 가장 큰 섬으로 어음부도(島)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개로는 고소영(嶺)이 제일 높다고 합니다.

 

명박랜드의 식수원으로는 어청수와 한승수가 있는데, 어청수가 단연 인기가 좋고 한승수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청수가 유명하다 보니 발원지 주변에는 음식점과 술집도 눈에 뜨입니다. 특히 지난 여름에 많은 시민들은 대폿집 '물대포'를 즐겨 찾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식수원은 따로 있습니다. 이 식수원 이름은 강만수인데, 워낙에 수질이 나빠서 사람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고 설레설레 고개를 내젓습니다. 하지만 명박군은 이 물을 마셔도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끼고 삽니다. 수질이 나쁘다고 해서 물고기가 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은 '강만수'의 물고기를 잡아서 회를 떠먹는데 사람들이 궁금하여 회의 이름을 알아보니 ‘소망교회(膾)’라고 했습니다.

 

한편 명박랜드에는 천연자원도 상당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금의 일종인 쌀직불금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 마치 보물찾기 같은 열풍을 불러일으켜, 공무원이고 부자들이고 마지막 한 알까지 모조리 쓸어가 버렸습니다. 반면 또 다른 금인 국민성금은 순도가 약해 별로 인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금 다음인 옥(玉)으로는 전여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여옥으로 구슬을 만들어서 은쟁반에 굴려보면 '은쟁반에 구슬 굴러가는 소리'는커녕 육식동물 풀 뜯어먹는 소리거나 동굴에서 부는 바람소리 같은 것만 나서 전혀 인기가 없습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 권우성
강만수

 

 

명박랜드의 산업과 문화

 

명박랜드에는 '유인촌'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은 명마의 주산지로 유명한데 최상품 특산물인 '찍지마'는 인구(人口)에 회자됩니다. 재미난 점은 보통 말들은 '이랴' 하고 외쳐야 뛰지만 이 찍지마는 '시바'라고 외쳐야 성질이 뻗쳐서 뛰기 시작하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명박랜드는 목축업이 약간 발달해서 고품질의 달걀이 생산되는데, 특히 알이 큼직하기로 소문난 '취업대란'이 최고입니다. 양봉업만은 세계 제1로 발달해서 명박랜드의 자랑거리인 ‘재벌’이 만들어내는 꿀은 가장 중요한 특산물입니다. 그런데 이 재벌이 좋아하는 물고기는 이상하게도 휠체어(魚)라고 합니다.

 

명박랜드는 워크숍이라는 가게 상업이 발달했으며, 공산품으로는 자동차 '벙커(car)'가 수출품입니다. 유별나게도 장례산업이 국가 지원을 받고 있는데 특히 '이동관(棺)'이라는 이동식 관이 새로 세계 특허를 얻었습니다.

 

이밖에도 후라이드 치킨 BBK, 빙과류 미네르바 등이 활황이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각각 재작년과 작년에 판매 금지되었습니다. 대신 최근에는 '나경원', '지만원', '국정원' 등의 중화요릿집이 가족 단위 외식집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명박랜드의 역사· 종교· 음악

 

명박랜드의 유서 깊은 지역으로 무녀리(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무녀리는 명박랜드가 홍위병의 침략으로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대거 의병이 '발기'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무녀리의 의병들이 가장 증오하는 홍위병은 바로 '비아고라'입니다. 그들은 비아고라 병사들에게 씨알머리도 먹히지 않는(시알레스) 소리 그만하라고 윽박지릅니다. 그리고 무녀리의 의병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동네 조중동(洞)의 위세도 대단합니다.

 

명박랜드의 역사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고고학자들에 의해서 특이하게도 철과 돌을 병행해서 사용하는 '金석기'시대가 형성되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명박랜드의 수도에 있는 야산 용산에서는 동굴에 대규모 화재가 있었던 흔적이 발견되어 국립대학 '특공대'에서 지금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고대국가 형성 후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쌓은 명박산성의 성터가 남아 있습니다.

 

물론 명박랜드의 각종 역사를 기록한 역사책이나 소설도 일부 전해져 내려옵니다. 특히 중국의 <삼국지>에 필적한다는 <어륀지>는 명박랜드 최고의 역사소설로 성가가 높습니다.

 

명박랜드는 상당한 수준의 종교 문화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먼저 명박랜드 사람들이 널리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기독교라고 생각해 왔지만 최근 들어 명박랜드의 국교는 불교라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근거로 기무사(寺)라는 절이 부각되고 있는 점, 그리고 명박랜드의 불교를 중흥시킨 한 인물이 제시됩니다.

 

그는 스스로 스님이라는 존칭을 거부하고 '중'이라는 이름을 자청한 고승 '최시중'입니다. 그는 지난 10년 전 최고의 고승이던 김대중을 단칼에 물리쳤습니다. 최시중은 음악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어서 명박랜드의 고유 음악 장르인 '방송장악'을 제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말하기가 좀 거시기합니다만 사타구니 주변의 강모(剛毛)를 필요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 명박랜드에서는 '방송장악음모'라는 악기가 발명되어 세계 음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시중은 '영남편중'이라는 대규모 승려집단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비록 '방송장악'이 명박랜드의 전통 음악이긴 하지만 역시 젊은 층에게는 락음악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명박랜드에서 유행하고 있는 락 음악인 '주가폭락'은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비이락도 유명합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오바마가 뜨니 이명박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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