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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끼라 2

 

 

 



일본영화 전성기를 대표하는 거장 가운데 하나인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1910~1998)는 내셔널 시네마의 경계를 넘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최초의 아시아 감독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일본 내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일본영화의 천황(天皇)이라 일컬어졌으며, 지인들과 감독들로부터는 영화의 스승(映畵の先生)이라 불리기도 했던 영화계의 진정한 거인이었습니다. 구로사와의 열렬한 팬 가운데 하나였던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구로사와가 전 세계의 영화감독들에게 미친 심원한 영향은 그 누구의 것과도 비교될 수 없다고까지 말한 바 있습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미의식과 예술형식, 서구적인 예술적 교양과 영화문법, 그리고 세계관으로서의 휴머니즘이 조화된 구로사와의 영화들은 실제로 많은 후배 감독들에게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여전히 보는 이들을 강력하게 영화적 스펙터클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서울시네마테크는 구로사와의 대표작 15편을 엄선해 상영함으로써 그의 영화적 세계를 조망할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1951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라쇼몽>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함으로써 일본영화 혹은 동양영화를 세계에 처음으로 널리 알렸고,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와 더불어 1950년대 일본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감독이기도 하다. 4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난 구로사와 아키라는 중학교 졸업 후 화가를 지망하여 18세 때 니카전(二科展)에서 입선하고, 프롤레타리아 미술동맹에 참여하여 전람회에 출품하기도 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 도호(東寶) 영화사에서 <스가타 산시로>로 감독으로서 데뷔하게 된다. 이 영화는 유도시합장면 등 액션영화로서의 재미와 한 미숙한 젊은이가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는 주제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데, 이 두 가지는 후에 구로사와 영화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다.

1948년 <주정뱅이 천사>를 통해 황금기의 구로사와 영화에 없어선 안 될 존재인 배우 미후네 도시로를 발굴해 낸 그는, 이윽고 일본중세를 배경으로 한 <라쇼몽>을 발표, 1951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함과 동시에 세계적인 영화작가로 거듭나게 된다. 이후 그는 <이키루>, <칠인의 사무라이>, <거미집의 성>, <요짐보> 등 세계영화사에 길이 남을 주옥같은 명작들을 발표하여, 오락성과 예술성을 함께 갖춘 구로사와 특유의 영화미학을 완성해 간다.

그러나, 그는 1967년부터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준비하고 있던 미국 20세기 폭스사의 작품 <도라! 도라! 도라!>의 촬영 도중 해임 당하고 만다. 이후 그는 <도데스카덴>으로 재기를 시도하지만 흥행에선 실패한다. 그리고 1971년에 구로사와는 자택의 목욕탕에서 자살을 기도하지만 미수로 그치고 만다. 이후 구로사와 작품의 엄청난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일본영화계의 상황에 의해 그는 좀처럼 영화제작에 착수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세계영화인들의 도움으로 구로사와 아키라는 다시 메가폰을 잡아 <카게무샤>, <란> 등 거장에 걸맞은 웅장한 시대극을 만들어 다시금 주목을 끌게 된다.

한편 제작비를 마련하지 못해 구로사와를 노심초사하게 만들었던 <꿈>은 조지 루카스, 프란시스 코폴라, 스티븐 스필버그 등의 도움에 힘입어 미국의 워너브러더스가 제작을 맡았고, 1990년 구로사와는 일본 영화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는다. 1991년에는 리처드 기어 주연의 <8월의 광시곡>, 1993년에는 유작이 된 <마다다요>를 발표하는 등 나이를 초월해 정열적으로 활동하던 구로사와 아키라는 1998년 9월 6일 너무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세계 영화인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크지 않을 수 없었다.




01 <스가타 산시로 姿三四郞 Sugata Sanshiro>
1943 / 82min / 일본 / b&w

출연 : 코치 덴지로. 후지타 스스무. 도로로키 유키코.츠키카타 류노스케
강하고 고집 센 젊은이인 산시로는 수련을 위해 도시의 유도도장에 입문한다. 그곳에 묵던 첫날 밤, 그는 유도 사범인 야노가 수련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의 제자가 되기를 간청한다. 산시로는 유도기술을 익혀가면서 완벽한 기술뿐만 아니라 자연의 법칙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정신 수양도 아울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곧 그는 도장의 늙은 사범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고 그의 딸인 사요의 마음을 얻게 된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감독 데뷔작. 자신이 행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배워 가는 인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구로사와적인 주인공이 이미 등장한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급속한 리듬의 편집, 극적인 앵글과 조명 효과 같은 시각적 테크닉에 이미 구로사와가 꽤 정통해 있음을 알려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02 <주정뱅이 천사 醉いどれ天使 Drunken Angel>
1983 / 98min / 일본 / b&w

출연 : 시무라 다카시. 미후네 도시로. 야마모토 레이사부로. 고구레 미치요
전후의 일본. 한차례의 세력다툼이 있은 후 두목이 된 젊은 야쿠자가 알콜 중독자인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다. 의사는 그 젊은이에게 결핵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치료할 것을 권하며 곧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우정이 싹트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감옥에서 출소한 이전의 두목이 자신의 자리를 되찾으려 하면서 그 젊은 야쿠자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리얼리즘적인 범죄영화라고 할 수 있는 <주정뱅이 천사>는 구로사와 스스로 자신의 첫 번째 영화라고 부른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마침내 나는 내 자신이 되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의 평론가들은 당대의 희망과 공포를 완벽하게 요약했다면서 이 영화를 <전화의 저편>이나 <자전거 도둑>에 비유하기도 했다.

03 <들개 野良犬  Stray Dog>
1949 / 122min / 일본 / b&w

출연 : 미후네 도시로. 시무라 다카시. 아와지 게이코. 미요시 에이코
젊은 형사인 무라카미는 버스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권총을 잃어버린다. 분노와 수치심으로 가득 찬 그는 미친 듯이 권총을 찾아 헤매지만 찾을 길이 없다. 곧 그는 나이 많고 노련한 동료형사인 사토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찾아 나선다. 줄스 다신의 <네이키드 시티>를 방불케 할 만큼 범죄 수사 과정을 꼼꼼하게 따라가는 형사 스릴러 영화. 구로사와의 초기 걸작이라고 할 이 영화에서 구로사와는 주인공 무라카미의 발걸을 따라가면서 패전 뒤 혼돈 상태에 빠진 일본 사회를 관찰하는가 하면 선악의 판단에 대한 도덕적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04 <이키루 生きる Living>
1952 / 143min / 일본 / b&w

출연 : 시무라 다카시. 히모리 시니치. 다나카 하루오. 치아키 미노루
공무원인 와타나베 칸지는 어느 날 자신이 간암에 걸렸으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 그는 대단히 규칙적인 삶을 살아왔고 한번도 원칙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에게는 두 명의 자식이 있지만 그들은 이미 그에게서 한참 멀어져 있다. 남겨진 시간은 길어야 1년.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삶에 회의를 느낀 그는 자신의 삶이 가치 있었다는 증거가 될 만한 뭔가를 하기로 결심하게 되며 결국 와타나베는 버려진 땅을 공원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실존적 휴머니즘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 죽음을 앞둔 사람이 느끼는 절망감과 더불어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의 숭고함을 빼어나게 묘사하고 있는 이 영화는 구로사와가 만든 영화들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작품으로 꼽을만하다. 와타나베가 죽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 전반부와 그의 장례식을 다룬 후반부 사이의 구성적 조응 관계도 눈여겨볼 만하다.

05 <7인의 사무라이 七人の侍 The Seven Samurai>
1954 / 207min / 일본 / b&w

출연 : 시무라 다카시. 미후네 도시로. 아나바 요시오. 이야구치 세이지
명실상부한 구로사와의 최고 걸작으로, 영화란 움직임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작품. 해마다 산적들에게 곡식을 빼앗겨온 산촌 주민들이 그들을 대신하여 산적과 싸워줄 사무라이를 찾아 나선다. 마침내 집결한 일곱 명의 사무라이들은 산적들과 맞서기 위해 치밀한 전투 준비에 돌입한다. 존 스터지스의 <황야의 7인>을 비롯하여 수많은 리메이크작을 양산한 이 영화는 구로사와가 헐리우드에 끼친 절대적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이기도 하다. 특히 빗속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결투 시퀀스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06 <거미집의 성 蜘蛛巢城 The Throne of Blood>
1957 / 110min / 일본 / b&w

출연 : 미후네 도시로. 야마다 이스주. 시무라 다카시. 구보 아키라
구로사와가 전성기 시절에 내놓은 또 하나의 걸작으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원작으로 한 장중한 서사에 구로사와의 뛰어난 연출력이 유감 없이 발휘된 작품. 전쟁에서 이기고 성으로 돌아가던 와시즈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마녀를 만난다. 마녀로부터 새 영주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와시즈는 갈등에 휩싸이다 결국 영주를 죽이고 권력을 차지한다. 『맥베스』와 일본 전통 연극양식인 노(能)의 절묘한 융합이 빛나는 이 영화는 모름지기 영화 역사상 셰익스피어를 각색한 최고의 영화들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07 <숨은 요새의 세 악인 隱し砦の三惡人 The Hidden Fortress>
1958 / 139min / 일본 / b&w

출연 : 미후네 도시로. 우에하라 미사. 치아키 미노루. 후지와라 카마타리
전쟁포로에서 탈출한 두 농부가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황금을 발견한다. 그 황금은 비밀 요새에 은신중인 유키 공주와 마카베 장군이 왕국의 재건을 위해 숨겨둔 것. 이제 유키 공주와 마카베 장군은 두 농부와 함께 황금을 짊어진 채 적진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대장정에 나선다. 구로사와 특유의 호쾌한 액션과 유머 감각이 빛나는 작품으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영화 감독으로서 구로사와의 탁월한 능력을 확인시켜주는 영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의 모태가 된 것으로도 특히 유명하다.

08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 惡ぃ奴ほどよく眠る The Bad sleep well>
1960 / 151min / 일본 / b&w

출연 : 미후네 도시로. 모리 마사유키. 가가와 쿄코. 미하시 다츠야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구로사와의 비판이 가장 강력하게 표출된 영화 중 하나. 대기업 회장의 딸과 회장 비서의 성대한 결혼식장에 의문의 케이크가 배달된다. 그 케이크는 몇 년전 그 기업의 뇌물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해 강제적으로 투신자살했던 어느 간부의 아들, 바로 그 결혼식의 신랑이 복수의 서막을 알리기 위해 보낸 것. 절대 권력의 제도와 투쟁하는 한 개인의 고독한 면모를 그린 이 영화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은 영웅의 비극적 최후를 장엄하게 고하고 있다.

09 <요짐보 用心棒 Yojimbo>
1961 / 110min / 일본 / b&w

출연 : 미후네 도시로. 나카다이 다츠야. 츠가사 요코. 야마다 이스주
때는 도쿠가와 막부의 힘이 쇠해가던 1860년대. 딱히 충성을 바칠 데도 없이 떠돌아다니며 자기가 가진 지혜와 칼로 생존해 가는 한 사무라이가 어느 작은 마을에 당도한다. 그는 이 마을이 두 대립적인 집단 사이의 싸움으로 얼룩진 황폐한 무법의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무라이로서 자신의 대단한 칼 솜씨를 과시한 그는 서로 자신을 호위병으로 채용하려는 두 집단을 교묘하게 오가며 이들을 물리칠 기회를 엿본다. 외양은 사무라이가 등장하는 시대극 영화이지만 그 너머로는 하드 보일드 영웅이 주인공인 웨스턴의 세계가 배경이라는 점이 드러나기에 흥미로운 영화다. 후에 셀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 <황양의 무법자>로 ‘도용’되기도 했다.

10 <쓰바키 산주로 椿三十郞 Tsubaki Sanjuro>
1962 / 96min / 일본 / b&w

출연 : 미후네 도시로. 나카다이 나츠야. 고바야시 게이주. 가야마 유조
늦은 밤 일군의 젊은이들이 외딴 집에 모여 그들의 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패를 일소하기로 결의한다. 하지만 곧 그들은 그곳에 또 한 명의 낯선 사람이 자신들의 얘기를 엿듣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는 산주로라는 이름의 떠돌이 사무라이로 그 젊은이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며 비웃는다. 그리고는 이 슬기롭지는 않지만 정의로운 젊은이들과 뜻을 같이 하기로 한다. <요짐보>의 자매편과도 같은 영화로 스피디한 스토리 전개와 넘치는 활력, 직설적인 유머가 돋보이는 일급 엔터테인먼트 영화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산주로와 그 라이벌인 무로토 사이의, 정적과 순간적 액션이 교차하는 마지막 대결 장면은 여전히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11 <천국과 지옥 天國と地獄 High and Low>
1963 / 143min / 일본 / b&w

출연 : 미후네 도시로. 나카다이 다츠야. 가가와 교코. 미하시 다츠야
신발제조회사의 중역인 곤도는 회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회사에 투자한 상태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아들이 납치됐으며 범인이 엄청난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고 회사냐 아들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하지만 곧 납치된 것은 그의 아들이 아니라 그의 운전사의 아들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도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구로사와가 현대극 스릴러에서도 대단한 연출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한 걸작. 전반부는 도덕적 갈등에 대한 폐쇄공간의 드라마이고 후반부는 유괴범을 체포하려는 경찰의 노력을 담은 경찰 스릴러인데, 이 어느 정도 구별되는 두 부분 모두에서 구로사와는 출주한 테크닉을 구사해낸다.

12 <붉은 수염 赤ひげ Red Beard>
1965 / 185min / 일본 / b&w

출연 : 미후네 도시로. 가야마 유조. 야마자키 츠토무. 단 레이코
의학공부를 막 마친 야스모토는 한 시골 마을의 공공 진료소에 수련의로 가게 된다. 야스모토는 매우 교만한 젊은이로 귀족들을 상대하는 내과의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그 전에 그는 니이데가 소장으로 있는 진료소에서 3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의무적으로 보내야 한다. 처음에는 이타심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 자만심으로 가득차 있던 야스모토는 ‘붉은 수염’으로 불리는 진정한 의료인 니이데의 가치에 점차 동화해가면서 의사다운 의사로, 그리고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액션에 기초하지 않은 교훈적인 시대극 영화로 구로사와는 여기서 공공의 이익에의 전념과 이기심이란 가치를 대비하면서 적대적인 사회적 환경에 처했을 때 인간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13 <란 亂 Ran>
1985 / 160min / 일본 / b&w

출연 : 나카다이 다츠야. 테라오 아키라. 네즈 진파치. 류 다이스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일본 시대극으로 옮긴 작품. 한 늙은 영주가 세 아들에게 영토를 나눠주기로 결심한다.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은 그 얘기를 듣고 매우 기뻐하지만 막내는 그의 형들이 서로 싸우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70대의 구로사와가 만든 <란>은 그 스스로 자신의 남아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고 말한 그런 영화이다. 여기서 구로사와는 우선 스크린 위에 장대한 비주얼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고 그 결과 표현주의적 작품에 가깝다고 할 만큼 시각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다른 한편으로 <란>은 하늘에서 인간의 어리석음과 그 조건을 내려다보려는 야심찬 시도를 행한 영화로도 유명하다.

14 <꿈 夢 Dreams>
1990 / 119min / 일본 / b&w  

출연 : 테라오 아키라. 바이쇼 미츠코. 네기시 도시에. 마틴 스콜세지
구로사와가 꾸었다고 하는 꿈들을 그린 영화. 총 여덟 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거의 형식적인 제의를 벌이고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양식미에 집착하고 있는 아름다운 영화로, 그런 만큼 스크린에 눈과 귀를 집중하는 이들을 만족시킨다고 할만하다.  
여우비 한 소년이 맑은 날에 비가 오면 밖에 나가지 말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런 날은 여우들이 결혼을 하기 때문에 그 행렬을 보는 사람은 나쁜 일을 당하기 때문이다/ 복숭아 과수원 한 소년이 무심한 사람들에게 의해 베어진 복숭아나무의 신령들을 만난다/ 눈보라 일단의 등산객들이 신령들의 도움으로 눈보라에서 구조된다/ 터널 한 남자가 자신이 죽인 군인들의 유령과 마주친다/ 까마귀 한 미술전공 학생이 빈센트 반 고호를 만나서 그의 그림 세계로 들어간다.

15 <마다다요 まあだだよ Madadayo>
1993 / 134min / 일본 / b&w

출연 : 마츠무라 다츠오. 카가와 교코. 이가와 히사시. 도코로 조지
구로사와가 83세의 나이에 완성한 그의 마지막 작품. 우치다 햣켄(1889-1971)이란 작가에 대한 이 영화는 그가 글쓰기에 전념하기 위해 교직을 떠나던 1943년 봄부터 그의 70세 생일이 있던 1962년에 이르기까지 20년에 걸친 주인공의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그렇듯 영화는 구로사와의 많은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역동적인 내러티브 구조를 축조하기보다는 햣켄의 일상적인 삶을 묘사하는 에세이처럼 만들어져있다. 그런 식의 이야기 안에 구로사와는 죽음에 굴복하지 않는 우아한 인간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레티온(retiion)

음악과 영화로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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