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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컬럼] 우리당 백 수십 명보다 노회찬 한 명이 낫다

노빠가 이제사 슬슬 정신차리는 듯...

 

오늘 노통은 ‘똑같이 공소시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는 보상을 요구하면서 우리 과거사는 덮고 넘어가자’고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논리모순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도대체 열우당은 딴나라당의 공소시효 위헌 공세에 뭐하는지... 딴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의 518 특별법 소급 처벌이 있지 않았나?

 

 

[하재근 컬럼] 우리당 백 수십 명보다 노회찬 한 명이 낫다
입력 :2005-08-18 17:29   하재근 컬럼니스트
아니, 우리당은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아무리 힘 없는 처지라 해도 명색이 집권 여당 아닌가. 과반 무너졌다고 세상이 꺼질 것처럼 허둥댔지만, 그래도 역시 과반에 가까운 거대 정당이다.

내각제 하의 다수집권당에나 쓸 수 있는 말인 여당이란 말과 현재 대한민국의 명색뿐인 여당 사이에 괴리를 인정한다 해도, 엄연히 대통령이 소속된 이 나라 제1당이 열린우리당 아닌가. 초선 약간 명으로만 구성된 초미니정당 민주노동당보다 정보력이 부족하다는 게 말이 되나.

어떻게 이번 엑스파일 사태의 핵심 의혹사안 중 하나였던 삼성 떡값 검사 명단을 민주노동당 초선 의원 노회찬이 발표할 수 있나. 열린우리당 백 수십 석은 모두 바지저고리인가? 관록의 여당 다선 의원들은 미니정당 초선 의원실도 입수하는 녹취록 하나 구하지 못하는 핫바지들이었나?

물증은 없지만, 심증이 간다. 아마도 구하지 못한 게 아니라 이런 저런 자기 검열로 발표를 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심증 말이다. 아무리 열린우리당이 이제 막 부상한 신주류로서 아직은 이 사회를 구주류 부패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 패권 지형상 2중대는 된다. 그에 반해 민주노동당은 수십 년 만에 의회를 처음 구경한 처지다. 3중대도 아니고, 5중대? 6중대? 아니 10중대?

자고로 정보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 12·12 당시 군 내 정보를 장악한 보안사가 육본을 눌렀고, 대세를 장악한 전두환은 중정부장을 겸임하면서 정보부터 장악했다. 즉 정보는 권력순인 것이다. 그런데 10중대까지 정보가 내려가는 동안 2중대가 몰랐다? 말이 안 된다. 알면서도 뭉갰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만약 정말 몰랐다면 그야말로 무능력한 집단이라는 핀잔을 달게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아무리 우왕좌왕한다고 해도 그 안엔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 최소한 수십여 명은 된다. 그들이 민주노동당 초선조차도 아는 정보에서 소외될 수 있을까?

짐작컨대 민주노동당 초선까지 엑스파일 녹취록을 손에 쥐었다는 것은 국외 의사당 주변에 녹취록이 강물처럼 넘실댔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노회찬 의원이 정형근 의원처럼 구체제 요처에 세칭 ‘빨대’를 꽂아 넣을 수 있는 파워맨이 아닐진데 어떻게 거기까지 녹취록이 내려갔겠나.

열린우리당은 식물정당인가? 이번 엑스파일 사태가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 감이 안 잡히는가?

이번에 밝혀진 범죄는 공화국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다. 명색이 공화국의 국회의원이라면 진실을 향해 몸을 사른다는 정신으로 부딪혀야 옳다. 그렇지 않다면 봉건시대 마름, 아전과 무엇이 다른가.

요는 이것이다. 봉건시대 마름, 아전은 특권적 지배자의 이해만 대리했다. 공화국 시민의 일반의지를 대의하는 국회의원은 오로지 주권자의 이해만 대리해야 한다. 일체의 특권, 성역에 맞서 싸우는 것이야말로 공화국 국회의원 된 자에게 부과되는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한 의무란 말이다.

한국 사회의 성역은 하나 하나 해체되고 있다. 청와대는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 국회도 아니다. 국정원도 아니다. 마지막 남은 최후의 성역. 주권자들의 시민통제를 거부하고 특권을 향유하는 앙샹레짐 최후의 철옹성. 그것은 ‘자본-언론-사법’의 트라이앵글이다. 이번 엑스파일 사태는 그 앙시앙레짐 최후의 트라이앵글 심장부를 정조준한 탄환이다.

그 탄환의 출처가 어떻게 됐건, 불법 제조건, 합법 제조건,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그건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밝히면 그뿐이다. 적어도 공화국의 국회의원이라면, 주권자의 이해만을 대리하는 진정한 시민 일반의지의 대의자라자면, 탄환과 함께 몸을 날려야 한다. 앙샹레짐 최후의 철옹성을 향해, 시민혁명의 마지막 전장을 향해.

그런데 우리당 의원들은 여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의회 교섭단체도 못 되는 초미니정당 민주노동당에 부끄럽지 않은가.

노회찬 의원은 “떡값 검사들이 득실대는 검찰이 이건희 게이트를 제대로 수사할 리 만무하다“고 했는데, 이런 식이면 검찰뿐만 아니라 국회도 못 믿겠다. 떡값 리스트가 국회 주변에 득실댄 게 뻔한 상황에서 눈 막고, 귀 막고, 입 막은 국회의원들이 이건희 게이트를 제대로 밝힐 수 있도록 힘을 쓸 리 만무하다.

탄핵으로 배지 주은 우리당이 이러면 국민은 누굴 믿나. 우리당의 태도는 국민에 대한 배임 행위 아닌가? 탄핵 당시 생업을 내팽개치고 추위에 떨며(그 때 밤은 정말 추.웠.다. 봄잠바로 갈아입고 길바닥에 나선 걸 얼마나 후회했던지, 어쨌든) 민주주의를 지켰던 국민들이 바란 게 무엇이었겠는가.

바로 특권 없는 사회. 성역 없는 사회. 주권자가 온전히 주권자인 나라. 헌법 1조가 명실상부하게 기능하는 나라. 오로지 그 염원을 담은 단 하나의 슬로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당 의원들의 가슴에 달린 배지엔 이런 염원이 실려 있다. 민주당도 아니고 민주노동당도 아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더더욱 아니다. 오직 우리당만이 이런 시민들의 열망을 모아 탄핵 때 뱃지들을 길바닥에서 쓸어 담은 것이다. 그러면 그 배지 값을 해야지. 정신들이 있는 집단인가, 열린우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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