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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공개=내탓, 종부세=당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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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공개=내탓, 종부세=당탓"
[발언록] '대통령과 당 갈등' 노 대통령의 원인 분석
텍스트만보기   김당(dangk) 기자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7월4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05 연합뉴스 김동진

지난 6월 노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의 정무기획비서관실에 "당·정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청와대 정무파트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정무비서관실에 당정관계 검토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것은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에는 자신의 '연정' 구상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정치이론 서적을 요약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 7월 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기고한 '한국정치,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거명한 '강원택 교수의 책'이 바로 그것이다.

(<중앙일보>가 9월 1일자에서 "6월 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에게 내각제 개헌에 대한 보고서를 내도록 지시했다"며 "참모진은 내년에 있을 수 있는 개헌논의를 대비하는 차원으로 받아들였다"고 보도하자, 청와대는 즉각 "노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한 어떠한 지시도 내린 바 없다"고 해명했다. 중앙일보가 말한 '내각제 개헌 관련 보고서'는 노 대통령이 지난 6월 정무비서관실에 보고서 작성을 지시해 7월 4일 수석·보좌관회의에 보고된 '대통령과 당의 정책갈등 사례 검토'가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 국정상황실과 정무비서관실은 각각 '대통령과 국회, 갈등 해소방안 모색' 보고서와 '대통령과 당(黨)의 정책갈등 사례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전자는 6월 30일자로 작성해 노 대통령에게 문건으로 보고되었으며, 후자는 7월 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보고되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7월 4일 수석·보좌관회의 발언록 전문(12쪽)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먼저 "대통령이나 정부가 협의를 게을리했거나 하는 측면이 있어서 안건을 상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대통령과 당(黨)의 정책갈등 사례 검토'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배경을 밝혔다.

즉, 6월초 열린우리당 워크숍에서 '당·정간 의사소통의 부재' 등에 대한 당의 불만이 쏟아진 것을 계기로 노 대통령이 정무기획비서관실에 그동안의 주요갈등 사례를 검토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보고서에서 지적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국가보안법 폐지 ▲종합부동산세 ▲자치경찰제 ▲국정과제위원회 관련 발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분양원가 공개 : "당의 공약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대통령 의견표명은 문제"

노 대통령은 우선 자신이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불분명해 혼란을 준 경우"라며 "당의 공약사항임을 참모들이 지적해 주었어야 한다"고 말해 자신의 오류를 인정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분양원가 공개방침이) 당의 공약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대통령의 의견표명은 문제"라며 "대통령의 발언내용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통령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다면 빨리 수습을 할 수 있게 해주었어야 한다"고 말해 참모들의 사후수습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 "대통령 발언이 전체상황 교란 에 영향준 것은 사실"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2004년 12월 당 지도부를 청와대에 초청했을 때 당내 사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발언을 한 것이 상황관리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다"면서 "대통령의 발언이 전체의 상황을 교란시키는 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나는 지금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형법을 보완하고나 대체입법을 만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한 부분은 형법에 다 담겨 있다"면서 "다만 민주적 질서를 공격하는 상황과 행동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밝혔다.

종합부동산세 : "정부와 여당이 깎아 힘을 못쓰게 만들어버렸다"

종합부동산세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정책추진에 갈등이 있었던 사안"이라고 전제하고 "대통령의 생각을 정부(재경부)가 만들면서 좀 깎고, 여당과 국회에서 깎고 해서 종합부동산세가 힘을 못쓰게 만들어버렸다"고 말해 당(국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당을 꾸준히 설득해나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월 25일 KBS <참여정부 2년 6개월, 대통령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 참석해서도 종합부동산세와 관련 "경제부처 장관이 안을 들고 대통령한테 와 가지고, 이거는 이래서 저항이 있고 이거는 조세저항이 있고 이건 저항이 있고 하나씩 하나씩 빠지더니, 결국 가져간 것도 당정협의할 때 또 깎이고, 왜냐하면 민심이 흔들리니까, 국회에 가니까 왕창 깎여버려요, 그렇게 돼서 지난번 것도 그리 됐다"고 말했었다.

자치경찰제 : "당의 태도가 옳은 것은 아니다"

현행 국립경찰제를 일부 전환하는 자치경찰제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당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나 역시 꾸준히 설득해나가야 되는 문제"라면서 "자치경찰제 추진에 행자부도 소극적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병준 정책실장은 "회의자료에 '부처의 설명이 소홀했다'고 되어 있으나, 단체장 중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이 많아 지방정치의 메커니즘 변화를 우려하는 국회의원들이 상당수 있어서 발생한 일이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민감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당의 태도가 옳은 것은 아니다"면서 "국가제도를 설계하는 데 단체장이 어느 정당 소속이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정과제위원회 : "대통령이 일하는데 자문도 못받게 하는 것은 문제"

노 대통령은 대통령자문 국정과제위원회 문제에 대해서는 "당을 설득해야 한다"면서도 "(당이) 잘 알지 못하고 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야당에서 '정부자문위원회기본법'을 추진하는데 대응을 잘해줄 것"이라고 요청하고 "여당까지 가세하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여당이 이 정도 예의는 지켜줘야 한다"고 말해 한나라당이 국정과제위원회를 통제할 목적으로 추진중인 '정부자문위원회기본법' 입법을 막아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일을 하는데 자문도 못 받게 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 속에 업무범위나 법적 근거로 다 들어 있는 것"이라고 말해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국회는 예산에 대한 통제만 해주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 "부동산정책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당과 맞설 것은 맞서야 한다"

이어 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당정관계와 관련해 "의사를 표명할 때 주의깊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전제하고 "당적을 갖고 있는 장관들은 당과의 관계에서 특별히 유의하여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위원회가 주관하고 대통령이 참석한 정책결정회의에 당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하고 "대통령이 결정하지 않은 정책은 당정 조율을 해야된다고 생각하나, 대통령이 임석한 회의는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통령이 관여하는 정책일수록 당하고 사전에 조율을 잘 해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당·정협의에 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세를 낮추고 당을 존중하고 가는 수밖에 없다"면서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는 것은 성공하기 어렵고, 당을 존중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나 정부가 당보다 축적된 경험과 판단을 압도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을 존중하고 가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 그러나 "부동산정책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당과도 맞설 것은 맞서야 한다"고 말해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퇴전'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은 "우리 정치구조가 갖고있는 비정상적인 부분 중 장기적인 문제는 제도적인 문제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단기적인 문제는 그에 맞는 여러가지 운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소수 정당들과 사안별 협력을 얻어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해 이날 참모들에게 사안별 정책연합을 통한 '소연정' 구상을 처음 밝혔다.
2005-09-02 16:43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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