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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 구속 주장이야말로 헌법 정신에 위배”

 

 

보수언론 구속 주장이야말로 헌법 정신에 위배”
[특별기고] “공개적인 지휘서가 어떻게 정치적 외압인가”
입력 :2005-10-14 10:19   임지봉 건국대 교수(헌법학) 
강정구 교수 사건이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발동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애초에 차분하고 논리적인 토론의 화두가 되었어야 할 한 학자의 주장에 어설프게도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려는 시도가 있더니, 구속이 아닌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법무부장관의 적법하고 정당한 지휘권 발동을 야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정치적 외압’ 운운하며 저질 정치공방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발동 조치는 그 ‘형식’에 있어 적법하고 정당한 것이다. 우리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 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검찰사무의 최고책임자인 법무부장관에게 일반적 지휘감독권을 주면서도,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위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은 수사검사에게 직접하지 못하게 하고 검찰총장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행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규정은 나름대로 정당한 입법근거를 가지고 있다. 우리 헌법이 중요한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권력분립의 원리’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간의 권력 분장과 상호간의 견제장치를 통한 균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기관내부에 있어서도 내부 조직간 업무 분장과 견제권의 행사를 기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즉,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검사조직과 법무부장관은 다 같이 검찰사무를 관장하는 검찰기관이지만,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을 통한 지휘권 발동 조치를 통해 검사조직의 검찰권 행사가 적정한 것이 될 수 있도록 견제할 수 있는 것이며, 그 정신이 바로 검찰청법 제8조에 구현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적법하면서도 정당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두고 야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헌정사상 처음있는 법무부장관의 수사간섭이라느니,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검찰조직을 보호해주어야 할 법무부장관이 앞장서서 검찰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려 하고 있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은 검찰총장이 조직보호의 차원에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야당의원들은 법무부장관을 직권 남용 및 국민선동죄로 고발하고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호도하여 강정구 교수 사건을 다분히 저질 정치공방으로 변질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아니, 어쩌면 의도적으로 그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주장대로 법무부장관이 검사조직에 ‘정치적 외압’을 가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법무부장관이 이처럼 문서에 의해 공개적으로 지휘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군사정권 등에서 곧잘 행해지던 종래의 관행처럼 비밀스럽게 검찰총장을 불러다가 불구속 수사를 강압적으로 지시했을 것이다.

원래 ‘정치적 외압’이라는 것은 이처럼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다반사고 그 때 효과도 가장 크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의 검찰인사 관행을 생각해보자. 법무부장관이라는 자리는 검찰총장의 승진코스 정도로 여겨졌고, 실제로 많은 검찰총장들이 법무부장관으로 승진해 올라갔다.

따라서,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을 자신의 미래 모습 정도로 여겼고,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오랜 검사생활 동안 선후배 검사로 지내면서 끈끈한 인적 커넥션을 형성한 동료집단이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간의 이러한 인적 커넥션이 존재했기에 법무부장관의 의중은 이심전심으로 자연스럽게 검찰총장에게 전달될 수 있었고, 의사전달이 잘 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경로를 통해 그야말로 법무부장관에 의한 효과만점의 ‘수사지휘’가 행해졌을 수 있었던 것이다.

종래의 이런 관행이 ‘정치적 외압’이다.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지휘권을 행사했다는 자체가 ‘정치적 외압’의 의도가 없었음을 반증하는 대목인 것이다.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발동 조치는 그 ‘내용’에 있어서도 적법하고 정당하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구속사유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속의 기준은 법전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었을 뿐, 유죄의 혐의가 인정되고 실형이 예상되는 사건에서 검찰이나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경우에까지도 ‘구속수사’라는 칼을 너무도 쉽게 빼들었다.

이 점은 법무부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시를 수사간섭이라 비판한 한 야당 국회의원의 말 속에서 오히려 너무도 명백히 드러나 있다. 검사출신의 그 국회의원은 “그간 법집행의 현실을 보면 유죄가 확실시되고 법원으로부터 실형이 예상되는 경우 구속수사가 관행으로 돼있다”며 강정구 교수처럼 유죄가 확실시되고 실형이 예상되는 혐의자를 왜 구속하지 않느냐라는 식으로 항변한다.

검찰 내부에서도 구속사안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게 개진되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검찰 내의 분위기와 그릇된 관행 때문에, 검찰 스스로가 구속을 유죄의 예비선언이나 유죄판결의 선집행 정도로 인식했고 국민들도 ‘피구속자=죄인’이라는 오해를 갖게 되어 구속된 사람들을 은연중에 죄인 취급하는 경향을 낳았다.

이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모든 형사 피의자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되며 어떤 경우에도 죄인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우리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피구속자는 ‘무죄추정’이 아니라 거꾸로 ‘유죄추정’을 받아왔던 것이다.

또한, 구속은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기에 법률과 적법절차에 의해 필요부득이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강제처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지난 한 해에만 8만 5000명 정도가 구속될 정도로 구속이 남발되고 있다. 이웃 일본의 세 배가 넘는 구속 규모다. 이러한 구속의 남발은 분명 반헌법적, 반인권적인 공권력 남용이라 믿는다.

강정구 교수 사건에서 인멸할 증거는 없어 보인다. 이미 언론에 게재해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된 그의 글을 지금에 와서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지워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강정구 교수가 세 차례나 경찰의 소환조사에 응한 것을 보더라도 도주의 우려도 존재하지 않는다.

▲ 임지봉 건국대 교수(헌법학) 
따라서, 원래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대로 법을 적용하면 불구속 수사가 옳은 것이니, 종래의 그릇된 관행대로 유죄나 실형선고의 예단을 갖고 ‘구속’을 하지 말라고 명한 것이 바로 법무부장관 지휘권 행사의 핵심이다. 즉, 원래 제대로 된 법치주의국가에서 원칙으로 지켜져야 할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이제부터라도 철저히 지켜 나가라는 정당한 메시지를 검찰에 주문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불구속 수사’ 지시와 ‘수사 중단’ 지시는 다르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기소가 되어 재판을 받다가 유죄판결을 받으면 그 때 가서 구속될 수도 있다. 재벌이나 유력 정치인 등 돈있고 힘있는 이들에게만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지키라 주장할 자격이 주어진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에게 법이 정한 구속사유가 없으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지키라 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번 강정구 교수 사건을 보수 대 진보의 막가파식 세력다툼이나, 여당 대 야당의 소모적인 정치싸움으로 변질시키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니, 오히려 이번의 진통을 국민의 사상‧표현의 자유와 인신의 자유를 한 단계 발전시켜 대한민국이 진정 인권국가로 한걸음 더 성숙해가는 계기로 승화시켜 가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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