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오마이뉴스 펌]OECD국가들은 좌파인가

바로 내 얘기다. 왜 전경련, 경총, 대한상의 그리고 딴나라당은 서유럽 사민당,노동당 정권 국가들과 국교 단절을 주장하지 않느냔 말이다.

 

학창 시절 김수행 선생님 책 참 많이 읽은 편이다.

정치는 경제의 집중이라고 여전히 생각하기에 정치면에 보한다.

 

 

 

OECD국가들은 좌파인가
'어느 마르크스 경제학자의 궤변을 개탄한다'에 대한 반론
  이철(chullee1) 기자
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지난 2일 <오마이뉴스>에 게재했던 "어느 마르크스 경제학자의 궤변을 개탄한다"는 기고문을 읽었다. 김상열 부회장이 '개탄'하는 마르크스 경제학자는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의견표명을 비난했던 김대환 노동부 장관을 비판했던 김수행 교수다.

관련기사
지금과 같은 노동부는 없애는 편이 낫다
어느 마르크스 경제학자의 궤변을 개탄한다


김상열 부회장의 단순한 세계관과 빈곤한 철학에 기초한 '개탄문'을 반박하기 전에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 반박문을 위해서는 두 가지 종류의 자본주의가 있다는 점만 밝히면 될 것이다.

첫째는 마르크스가 생존했던 시기의 자본주의이며 둘째는 모든 OECD 국가들이 현재 실천하고 있는 형태의 자본주의이다.

폐기 처분된 초기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말 그대로 생산을 위한 기본 요소인 '자본'을 그 중심에 두는 이념이다. 자본주의는 무생물인 자본을 모든 것에 우선시하며 끝없이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심에 의해 추동되는 이념으로서 단순히 경제학적 개념일 뿐이다. 물질을 절대시하고 사람의 가치나 권리를 그 하위에 둔다는 점에서, 순수한 의미의 자본주의는 사람이 사는 사회의 지고지선의 가치로 추구해서도 안 되며, 따라서 절대로 사회운영의 유일한 원칙이 되어서는 안 되는 개념이다.

김수행 교수의 지적처럼, 미국이 베트남과 이라크를 폐허로 만들도록 유혹하였던 것은 자본주의적 탐욕의 정신이 정책 결정의 원리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순수한 의미의) 자본주의가 인간이 사는 사회를 약육강식의 원칙이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로 격하시켜 버린다는 것을 실제 수많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분명하게 배웠다.

그래서 유럽의 자본주의는 그 초기에 자본주의적 원칙에 의해서만 생산물을 분배하는 제도를 국가 주도의 사회적 분배시스템을 통해 끊임없이 보완해 왔다. 그 결과 초기 자본주의적 실천형태는 –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 이미 오래 전에 사실상 폐기 처분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소득분배 수준은...

우리나라가 본받으려 노력하는 모든 OECD 국가들은 시장을 통한 1차적 분배(소득분배)의 불완전함을 사회안전보장시스템을 통한 2차적 분배(소득재분배)를 통해 보완하는 수정자본주의 내지는 사회적 자본주의의 형태를 견지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을 기준으로 OECD 국가들의 지니계수(불평등지수)는 시장에서의 1차적 분배 후 평균 0.38이었으나, 2차적 분배 후에는 0.27로 조정되어 불평등 정도는 상당히 완화되었다.

반면에 2000년의 한국에서는 1차적 소득분배 후 지니계수(0.374)가 2차적 분배 후(0.358)에도 거의 조정되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소득분배는 거의 순수 자본주의적 원칙에 의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상열 부회장은 위 통계숫자의 차이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후진성을 간파하고, 자본주의라는 말을 구별하여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수행 교수가 비판했던 자본주의는 위에서 말한 초기적 형태의 자본주의이며, 이는 보통의 상식에 의거해서라면 당연히 비판해야 할 이념이다. 현재 어떤 선진국에서도 실천되지 않는 이념임은 물론이다.

더 정확한 이해를 위해 이념 스펙트럼을 그려 보겠다. 가장 오른 쪽에 순수자본주의 내지는 현재 우리나라의 자본주의가 위치하고 있다. 그 왼쪽에 영국의 보수당, 미국의 공화당, 독일의 기민당 등이 있다. 여기까지가 우파다. 다시 이들의 왼쪽에 중도좌파라 할 수 있을 노동당(영국), 민주당(미국), 사민당(독일) 등이 위치하고 있다. 이들도 최근에 신자유주의의 세계적 흐름 때문에 거의 중도우파적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그 왼쪽에 이태리나 스페인의 공산당이 나온다.

현재 노무현 정권은 그 동안 지체되어 왔던 사회적 실질적 민주화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OECD국가들을 모범으로 하는 여러 사회정책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가장 오른 쪽에 위치한 사람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좌파' 비난을 끊임없이 해대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좌파라면 미국은 극좌파 되겠다. 미국은 1986년에 벌써 22.7%의 재분배조정률(0.411에서 0.335)을 보였다.

순수한 의미에 가까운 자본주의적 실천형태를 비판한다고 해서 즉각 '좌파'를 비난하는 사람은 자신들의 상식과 소양의 전무함을 드러내고 있든지, 아니면 상당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든지. 아니면 둘 다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좌파'라는 말이 연상시키는 문화적 내용물이 해방 후 혼란기의 비극적인 역사적 경험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비난은 엄청난 논리의 비약일 뿐만 아니라 보통 시민을 흉악범이라 일컫는 정도의 폭언인 것이다.

노동부의 임무

김상열 부회장께 질문하고 싶다.

현대사회에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정부 내에서 노동부의 주임무는 무엇인가?

정부의 주요 과업의 하나는 바로 사회통합이며, 노동부의 존재이유는 노동자의 이익 대변이다. 전체 노동자의 60%정도인 약 800만 명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노예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비정규직의 일반화 경향에 대한 경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노동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제기했어야 할 주장에 다름 아니다. 업무를 방기한 김대환 장관의 발언에 대한 김수행 교수의 비판에 필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에서는 정부가 가정에서 주부들이 행하고 있는 육아노동에 대한 급여를 아이가 취직연령이 될 때까지 지불한다. 독일의 경우 2인 자녀 가족은 육아노동에 대해 매월 약 47만원의 급여액을 수령한다. 주무부서는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노동부다. (이것을 좌우파라는 정치적 시각으로 볼 것인가? 급격한 출산율 감소로 인해 가까운 시기에 노령화 사회라는 국가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가 적어도 20여년 전부터 대비해 왔어야 할 문제 아닌가?)

유럽 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 결코 우월하지 않은 인적 자원을 가지고 현재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이유를 찾아 나가다 보면, 이들이 사람을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반대로 현재 11위의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가 사회적 조정이나 분배를 지금보다 더 지혜를 모아 해 나갈 수 있다면, 그래서 자본의 또 다른 축인 노동을 존중한다면, 우리나라는 빠른 시기에 세계 2~3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필자는 기대한다. 우리나라가 현재 가지고 있는 인적자원과 산업적 하드웨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기업 정서와 기업가들의 역할

김상열 부회장님이 지적하신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불신과 반기업 정서' 등은 기업가들의 자업자득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순하고 착해서 감동 잘 먹는 사람들이다. 국가부도 사태 때 개인의 귀중품 바쳤던 유일한 국민들 아닌가? 이제는 기업가들이 기업이 존재할 수 있도록 했던 사회를 보호하려는 책임을 느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기업에 되돌려 달라고만 하지 않는다. 기업이 되돌려 주면 사회는 그 기업에 더 크게 되돌려준다.

구 동독지역에서 2000년에 대홍수가 발생했을 때, 독일의 기업들은 당시 25%의 세율로 납부하고 있던 법인세를 2년간 한시적으로 2.5% 인상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자신들의 '시장'을 빨리 복구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어찌 보면 이들도 기업인이기 때문에 투자를 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투자는 기업의 이익과 동시에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사회를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로 엮어주고 있다.

기업가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원시적인 자본중심적 초기자본주의적 정신에서 찾지 않고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해 나가는 것만이 '시장경제체제 발전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이 때 국민들의 이해확산과 헌신적 협조가 뒤따를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기업가들이 더욱 성공하기를 원하며 또한 그들을 존경하고 싶다. 이를 위한 해법을 우리나라에서도 안철수 사장이나 문국현 사장이 실례로 보여 주고 있다. 순수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자신들에 대한 비판으로 지레 짐작하여 양식의 얕음을 보여 주지 않아도 된다.

아니 혹 그런 생각을 지금까지 가지셨더라도, 앞으로 물질인 자본이 아니라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 활동을 하며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를 추구해 나가신다면, 안정적으로 확장되는 부와 존경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으실 것이다.
2005/05/06 오후 12:07
ⓒ 2005 OhmyNews
이철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