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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컬럼] 오장육부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한방컬럼] 오장육부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입력 :2005-12-19 09:59   정재연(대전매일한의원 원장)
우리가 흔히 인체를 일러서 ‘오장육부’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흥부전에는, ‘오장육보’라고 하면서 놀부에게는 ‘심보’가 하나 더 있어서 ‘오장칠보’라는 대사도 있나 봅니다.

그렇지만, 아마도, 거리에 나가서 길 가는 사람 100명을 붙들고 ‘오장육부’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제대로 대답을 할 사람이, 어쩌면 단 1명도 없을 겁니다.

아마도 우리의 오래 전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오장육부’가 무엇인지 여쭈면 정답을 들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답부터 공개하자면, ‘오장’은 간, 심, 비, 폐, 신장인데, 여기까지는 그래도 들어본 말들이고 이해가 될 겁니다. 그렇지만 육부에서 생소한 표현을 발견하게 됩니다. ‘육부’는 담, 소장, 위, 대장, 방광의 다섯 장기에 삼초라는 장기가 덧붙어 육부가 됩니다.

아마도 삼초라는 말을 처음 듣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사실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가 아니라 ‘육장육부’가 더 맞습니다. 그래서 한의사들이 침 치료를 할 때 기준선으로 삼는 경락도 육장육부에 맞춰 12경락이 있습니다. 즉, 위 오장육부에 심포라는 장기가 하나 더 붙는 것입니다.

우리 일상 가운데 쉽게 쓰이던 의학 용어(지금은 한의학 용어라고 해야겠지만)가 지금은 아주 특이한 낱말로 들리게 된 것은 세월의 변화 때문일까요?

그래서, 오늘은, 그런 세월의 변화에도 아직도 우리 일상생활 가운데 사용되는, 한의학적인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런 말들을 잘 이해하면 한의학의 생리학적인 내용이나 병리학적인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간, 심, 비, 폐, 신, 오장 순서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오장의 순서는, 목, 화, 토, 금, 수, 오행의 순서에 따라 순서를 잡은 겁니다. 또, 육부의 장기는, 오행의 순서대로 하여, 담, 소장, 위, 대장, 방광 순서로 짝이 됩니다.

우선은, “간이 부었다” 혹은 “담이 크다, 담대하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용기가 있다, 혹은 겁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반대로, 소심하다든가 겁이 많다든가 하면, 간이 작다든지 혹은 담력이 없다는 말을 합니다.

간과 담은 오행상 목(木)에 속하는, 한의학적인 표현으로 부부(夫婦) 장기입니다. 그리고, 한의학에서 간은 장군(將軍)의 장기(臟器)로 불립니다. 그리고, ‘간에서 모려(謀慮)가 나온다’ 라고 합니다. 즉, 간은 외부의 질병 기운과 맞서서 우리 몸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그래서 모려, 즉 지략이 나온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담, 즉 쓸개에서는 ‘결단력’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 두 장기는 장군과 같은 기개로 결단을 이끌어내는 장기라는 말이 됩니다. 즉 간이나 담이 작다는 말은 그런 용기가 적다는 말이 되고, 반대로 간이나 담이 크다는 말은 용기가 크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 치료에 있어서도 겁이 많다든지 혹은 잘 놀란다든지 하면 담(쓸개)을 튼튼히 해주는 처방을 하게 됩니다. 대개 처방 이름에도 씩씩할 장자에 쓸개 담자를 써서 ‘장담(壯膽)’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또한, 간은 소설작용(疎泄作用), 즉, 몸의 기운을 잘 소통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치면 간의 기운이 윗 방향으로 과하게 치솟아서 마치 화가 치솟는 모양이 되게 됩니다. 이러면 간기(肝氣) 혹은 간화(肝火)가 위로 오른다고 하여 “간이 부었다”는 말과 유사한 표현이 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쉽게 노하고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등의 증상이 있게 되며, 두통이나 어지러움, 또는 구역질이나 식체 같은 증상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구역질이나 식체 등은, 간의 기운이 윗 방향은 물론이고 좌우 옆 방향으로 과하게 작용한 까닭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간의 기운을 평탄하게 하는 평간(平肝) 시키는 치료법이나 혹은 간의 기운을 풀어헤치는 소간(疎肝)시키는 방법을 이용하게 됩니다.

쓸개인 담 역시, 간과 함께 작용하므로, 간(혹은 간땡이)이 부었다고 하는 말이나 쓸개가 부었다고 하는 말이나,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듯 합니다.

이번엔 심장 차례입니다.
심장이라는 게 사실 한의학에서는 우리가 말하는 바로 그, ‘마음’ 혹은 ‘정신’과 매우 흡사한 개념입니다. 한의사들에게서, 심장이 약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심전도 체크해보러 간다면 그것은 개념의 혼란 때문일 겁니다.

마음과 관련해서는 “심보”니 “심통”이니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예전 사람들은 마음이나 정신이 모두 가슴, 심장에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심장신(心藏神), 즉, 심장이 정신을 저장한다라는 한의학 기본 생리 원칙이 있고, 그래서 잘 놀라거나 가슴이 자주 두근거린다거나 하면 심장이 약하다는 말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심장이란 한의학적인 심장의 의미입니다. 즉, 지금의 지식으로는 심장과 뇌의 기능을 다 함께 묶어서 보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심장과는 다른 심포(心包)라고 하는 한의학의 장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앞에 설명한 대로, 우리가 신체 장기를 일컬어서 오장육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육장육부가 맞습니다. 심포란 심장을 싸고 있다는 말인데, 아마도 여기서 ‘심보’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심포도 일단은 심장과 같은 역할과 기능을 하는 것으로 봐도 될 듯 합니다.

마음 씀씀이가 좋으면 그런 말을 듣지 않겠지만, 마음 씀씀이가 나쁘고 심술이 많은 경우, 심보가 나쁘니 심통 사납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 게 여기서 나온 듯 합니다.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잘 놀라거나 하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 담을 치료하면서 심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기본 치료방법이 됩니다.

또, “비위가 좋다” 혹은 안좋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위는 지금의 용어라면 비장과 위를 말하는데, 전통적으로 한의학에서는 비위를 소화기관의 대표적인 장기로 보고 있습니다. 오장의 비장과 육부의 위 역시 부부장기입니다.

한의학의 비장은 지금의 췌장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겁니다. 즉, 위가 튼튼해야 음식을 잘 받아들이고 또 그 아래 장으로 잘 소통시켜줄 수가 있으며, 비장이 튼튼해야 그 음식물에서 받아들인 영양분을 전신에 골고루 잘 퍼뜨려서 우리 몸에 기운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위가 좋은 사람은 아무 음식이나 잘 먹고 흡수를 잘 합니다. 여기에서 그 의미를 따와서 기분이나 어떤 사물에 대해 잘 견디는 것을 비위가 좋다고 하는 말이 된 듯 합니다. 그렇지 못한 경우, 비위에 안 맞느니, 비위에 거슬린다느니 하는 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소화기의 문제를 치료할 때는, 위장이 좋지 않으면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자체가 어렵고 음식은 잘 먹는데도 살이 잘 안찌거나 기운이 없거나 하면 그 받아들인 음식물의 영양분을 흡수해서 전신에 공급하는 비장의 기능이 떨어진 것으로 봐서, 각각의 증상에 따라 치료를 하게 됩니다.

한편, 배짱이 좋다 하는 말도 여기서 나온 듯 합니다.

이번엔 폐 차례입니다. “부아가 난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혹은 옛말로 ‘부화’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분이 나는 모양을 말합니다. ‘부아’는 폐를 뜻하는 말입니다. 아마도 분한 마음이 있어서 숨을 고르게 내쉬지 못하고 가슴을 들싹거리는 모양을 보고 그런 말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상의학에서는 폐기능이 잘 발달된 태양인이 부아를 내기가 쉽다고 합니다.

폐는 신체 내부의 비교적 위쪽에 위치해 있지만 그 주요 기능은 몸의 기운을 그 아래쪽으로 내려주는 것입니다. 한의학 용어로, 숙강지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자꾸 위쪽으로, 상부로 기운이 거꾸로 솟으면 기침이 난다든지 천식이 생긴다든지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아가 치밀면 자꾸 기운이 상부로 치솟게 되는 것이므로 건강에는 좋지 않을 것입니다.

감기에 걸리거나 혹은 기침을 오래 하거나 하면, 한의학에서는 폐를 따뜻하고 윤기있게 하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기운이 거꾸로 오르는 것을 잡아보자는 것입니다. 또, 폐의 기운을 거꾸로 오르게 하는 외부의 인자를 제거하려는 것입니다.

또 하나, 폐는 기운을 아래로 내려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만, 이것은, 우리 몸의 수분 대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폐의 기능이 온전하면 비장의 소화 기능과 힘께 방광에서 수분이 잘 배출되도록 하는데, 이게 잘 안되면 소변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든지 부종이 생긴다든지 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폐를 치료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 정재연 원장 
마지막으로, “하초가 부실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에 설명한 오장육부의 육부 가운데 삼초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삼초라는 장기는, 실제 눈에 보이는 독립적인 특정 장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나누어 부르는 이름이라고 해도 됩니다. 그래서, 그 삼초는 다시 상, 중, 하초로 나누는데, 하초는 간장과 신장을 포함하는 부분입니다.

신장은 한의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장기입니다. 우리 몸의 기본적인 생명유지 물질이 한의학적인 신장에 저장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즈음의 지식으로 말하자면, 비뇨기계와 생식기계가 이 하초에 포함되는데, 따라서 정력이 떨어지거나 혹은 허리나 무릎에 힘이 없거나 하면 ‘하초가 부실하다’ 라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력이 부실해도 신장을 보강하게 되고 다리나 관절에 힘이 없어도 간장과 신장을 보강하는 치료를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의학은 오랜 시간을 우리 생활과 함께 해 왔기 때문에 우리 생활 가운데 한의학적인 상식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잘 살펴도 우리가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에 매우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건강을 온전히 유지하지 못했을 때, 우리 삶의 기본에 자리하고 있는 한의 치료가 역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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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의견
회원의견(0) 비회원의견(2)  
 
허브향
2005-12-19 오후 12:18:00
(211.179.140.*)
  좋은글 같습니다, 버뜨 쪼매만 간략 했으면...
 
 
 
백성주
2005-12-19 오후 4:08:00
(61.110.153.*)
  좋은 책 두 개를 권해 드리죠.
과학철학입문, R. 카르납
학의 방법론 입문 1, 헬무트 자이퍼트, 교보문고(절판되었음. 도서관에서 대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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