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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강금실 출마선언은 한편의 연극”

 

 

 

진중권 “강금실 출마선언은 한편의 연극”
7일자 <경향> 칼럼 통해 “관조 이론 넘어 실천의 삶 사는 선언” 평가
입력 :2006-04-07 15:00   이응탁 (et-lee@dailyseop.com)기자
▲ 시사평론가 진중권씨(자료사진)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시사평론가 진중권씨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출마선언에 대해 “희곡의 대사를 인용하는 등 한편의 뛰어난 연극과 같았다”고 풀이하며 “현실 안으로 뛰어드는 실천의 삶을 살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또 “강 전 장관의 출마선언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선거전 패러다임의 변화”라며 “그가 화려한 보라색을 실천의 색으로 갈아입은 것은 사회가 색깔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영상문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진씨는 7일자 경향신문 칼럼에서 강 전 장관을 ‘여성 파우스트’로 비유하며 이같이 밝혔다.

강 전 장관 출마선언, 실천의 삶을 살겠다는 선언

그는 강 전 장관이 출마선언 자리에서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로지 영원한 것은 저 생명의 나무’라고 밝힌 것에 대해 희곡 ‘파우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 박사에 접근해 유혹하며 던진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전 장관이 이런 말을 한 이유가 “한마디로 서재에 처박혀 현실의 밖에서 관조만 하는 이론(theoria)의 삶이 아니라, 현실 안으로 뛰어드는 실천(praxis)의 삶을 살겠다는 선언”이라고 진씨는 밝혔다.

그는 “사실 현실과 거리를 둔 지식인형의 인간에게 정치권이 보내는 러브콜은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과 다름없다”며 “파우스트처럼 강전장관도 악마의 유혹에 제 영혼을 맡겼다”고 덧붙였다.

진씨는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가 가진 마법의 힘을 빌어 현실 속에서 여러 체험을 하는 것이 마치 오늘날 우리가 컴퓨터 그래픽의 힘을 빌려 사이버 공간에서 가상의 체험을 하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며 “가상과 실재, 정치와 오락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정치는 날로 ‘폴리테인멘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후보가 출마선언을 당사가 아닌 극장에서 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덕수궁 돌담을 끼고 정동극장까지 걸어가는 강금실 이벤트는 탄탄한 드라마투르기에 입각해 짠 한 편의 뛰어난 연극을 방불케 한다”며 “출마선언을 하면서 희곡의 대사를 인용한 것 역시 연극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고양시킨다’ 역시 ‘파우스트’에 나오는 구절”이라며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한 것이 박근혜라는 여성 정치인이었듯이, 위기에 빠진 열린우리당 역시 영원히 여성적인 것에서 구원을 찾으려는 모양이지만 이 구원은 여당만의 것이 아니라 정치 자체의 구원이다”고 주장했다.

강 전 장관의 화려한 보라색, 선거전 패러다임 변화 반영

진씨는 이와 함께 선거전의 패러다임이 “2002년 서울시장 선거가 문자와 문자의 대립이었다면, 2006년 선거는 문자와 영상의 대립이 될 모양이다”이라며 강 전 장관의 출마 선언에서 이런 것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낡은 문자문화와 새로운 영상문화. 미래가 어느 쪽에 있는지는 말할 필요 없을 것”이라며 “게다가 우리의 정치도 서서히 살기 위한 저개발(低開發) 정치에서, 놀기 위한 과개발(過開發) 정치로 이행하고 있잖은가”라고 반문했다.

진씨는 “문자에는 색깔이 필요 없지만, 영상에는 색깔이 필수적”이라며 “색깔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영상문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잿빛 이론의 색깔을 벗고 화려한 보라색 실천의 색으로 갈아입은 우리의 여성 파우스트. 그의 앞에는 이제 정치라는 악마가 펼쳐줄 마법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며 “오늘날 메피스토펠레스의 마법을 대신하는 것이 바로 영상의 테크놀로지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실수하는 법이다’ 역시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인데, 인간이 실수를 한다는 것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잿빛 이론의 밖으로 나와 여러 오류를 범했던 파우스트 박사. 생의 마지막에 메피스토펠레스는 그의 영혼을 앗아가려 하나, 신은 그의 영혼을 구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금실의 영혼은 어떻게 될까? 정치라는 악마의 손에 떨어질까? 아니면 신의 손으로 돌아갈까? 시민이라는 이름의 신들은 그의 영혼에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까?”라며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글을 마무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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