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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와 영웅 그 사이 어디쯤엔가...

 

'많은 사람들은 나를 겁쟁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나를 영웅이라 한다.

 그 사이 어디쯤엔가 내가 있을 것이다.

나를 영웅이라 부르는 사람들에게 나는 말한다.

영웅 같은 건 믿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나를 겁쟁이라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말한다.

그들은 틀렸지만, 그 사실을 모으는 한 그들 또한 옳다고.

내가 죽음이 두려워 전쟁터를 떠났다고 생각하는 한 그들은 틀렸다.

두려웠다는걸 인정한다.

하지만 거기엔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살인을 해야만 하는 위치로

스스로 내몰리는 두려움이 있었다.

내 몸뚱이를 건사하는 과정에서

내 영혼을 잃어버릴까 두려운 공포가 있었다.

내 딸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이전의 나와 내가 되고자 했던 사람들을

저버리게 될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깨어나...

내 인간성이 나를 저벼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봐 두려웠다.

 

 

2007년 나의 마음을 처음 쿵쿵 두드리고 간 책 한구절....

카밀루 메히아(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이라크에서 추가복무를 거부)의

'인간성을 되찾으며' 중에서..

 

 

 

0.

오랜만이다. 이 곳. 이 곳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백번쯤은 자기검열을 하고, 백번쯤은 죄책감을 느끼고 글을 쓰게 되니까 말이다. ㅎㅎㅎ 내일 논술시험을 보러 가는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진심으로 글을 쓰고 오렴. 불안함과 두려움에서 한발짝 물러날 때 진실의 선물이 네게 올거야.'라고 말이다. 술도 좀 마셨겠다 그냥 손가락이 가는대로 썼는데... 그 말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걸 깨달았다. 불안함과 두려움에 나의 진심 따위는 애써 모른척하며 살아온 내 자신에게.. 그래서..... 새해 다짐을 했다.

 

1.

2006년 12월 31일. 사람들이 나에게 새해계획과 다짐을 물어왔다. 코웃음을 쳤다.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인데... 새해라고 다짐하며 사는게 웃기지 않냐고. 그냥 어제처럼, 그냥 오늘처럼 살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조낸 욕먹었다. 20대면 꿈을 좀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살아봤자 별거 없는데 꿈 그 따위꺼 가지면 뭐하냐고. -_-;;;

 

2.

2007년 첫날에는 늦잠을 자다가 학원에 지각했다. 그런데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학원에서 내가 살아남는 생존방식은 '성실함'이었다. 그 족쇄에서 벗어나는 느낌. 비일상성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해방감.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지각을 하며 여유부리며 탄 지하철에서 새해가 왔음을 실감하였다. 그리고 무언가 계획과 다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올 한해는 조용히 공부를 하기로 했다. 무슨 공부든.. 지금껏 읽어내지 못한 활자들을 원없이 읽어내려갈 생각이다. 다짐 별거 없다. 그냥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을 많이 보낼 생각이다. 1년쯤 내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것. 이게 나의 올해 목표이자 다짐이다. 부디!!!!!! ㅋㅋㅋ

물론 현실과 떨어진 이야기들 공부하며 입만 나불거리는 인간은 되고싶지 않다. 나의 운동을 찾아나갈 수 있는 그런 공부를 하며.. 관계에선 한발짝 물러서 조용히 살고싶다.

 

4.

그래서 나는 올해 핸드폰을 없애기로 했다. 물론 학원에서 맡은 일들의 특성상 연락이 안되면 곤란하므로 추억의 삐삐!!!!!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두근두근 마구 설레인다. 삐삐!!! 쓸데없는 전화와 문자따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삐삐. 연락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고 받기 싫으면 안해도 되는 삐삐!!!! 으흐흐흐흐~~~ 그렇게 나는 자유로워질 생각이다.

 

5.

바라고 바라고 또 바라던 20대 후반이 되었다. 어리다고 무시하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싸가지없이 꼬라봐줘야지. ㅋㅋㅋㅋ 나도 나이 먹을만큼 먹었어~  ㅋ 감동의 물결이다.

 

 

 

내 인생의 9회말 역전만루홈런이란......

 

지하철에 탈 때 노약자석에 가 앉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지는 그런 날들에도....

'난 많이 부족한가봐. 나의 오만함이 부족함을 이겨버렸나봐. 그만두어야겠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지하철을 놓칠까 급히 내려왔는데 나와 함께 내려온 동반자가 늦게 내려와 지하철을 놓치더라도 나의 동반자에게 다그치지 않고 짜증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내 인생 정리하고 떠나는 그 날.

사람들이 나의 뒷모습을 보며 '좋은 활동가였다'고 웃으며 보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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