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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일기 5: 탐라국 여행 5

9월 4일 일곱째날 - 내 생일ㅋㅋ

 

이제, 내일 아침 8시 배를 타야한다.

현 위치 서귀포 중앙.

다리 다친 나는 자전거를 못타는데, m은 혼자 텐덤 끌고 산을 넘을까 하고 있다.

짐은 내가 들고 버스타고 가서 기다리라능.

...

 

우울.

먼저 제주시 가서 기다리는 건 괜찮지만,

m은 산넘어 오려면 5-6시간 걸릴 거고, 나 혼자 그 시간동안 뭘 하며 있으라는 건가.

생일날인데. 흙

 

그렇게 툴툴거리다가 방책 하나를 찾았으니

바로 '리무진 버스'다!

 

리무진버스 회사에 연락해서 물어보니

아저씨가 제주도 말로 뭐랑 뭐랑 하는데- 대충 들은 바로는

짐칸 가운데가 막혀있어 못 싣는다는 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마지막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려면 밀어붙이는 수밖에.

 

서귀포항 정류장.

서귀포에 온 둘째날 밥먹었던 '창훈이네' 식당 바로 앞에 리무진이 섰던 게 기억났다.

 

 

짐 빼고, 바퀴 두개 빼고 중간 핸들 다 분리하고 버스 기다리는 중.

못 실을까봐 긴장했는데 실로 앞바퀴만 뺐다가 그냥 보내고

뒷바퀴까지 빼도 안 들어가서

세 번째 온 버스에 태웠다. 휴-

버스기사 아저씨한테 욕먹고, 중문 관광단지에서 사람들이 여행가방 실을 때마다 긴장해가며

편치않은 승차였지만, 방법이 없었다.

 

덕분에 대낮에 우리 둘은 이호테우 해수욕장에 다시 올 수 있었던 거다.

 

 

여유낙낙하게 밥도 먹고.

장조림을 넣은 오니기리(ㅡㅡ);;

 

처음으로 바다 속으로 들어가 개헤엄 흉내도 내고(어쩜 둘 다 수영을 몬한다. 흑)

 

 

이호테우 해수욕장의 심볼. 트로이 목마 같이 생긴 쌍 등대.

엄청난 규모의 방파제길과 공터가 있었다.

일주일만 먼저 왔어도 피서객들의 가득 메웠을지도.

 

참, 테우는 뗏목이다. 통나무를 몇 개 연결하고 그 위에 평상같은 걸 만들어 놓은

제주도 뗏목. '태우'가 아니라 '테우'다.

 

그걸 제주 온 지 일주일 다 되어 알았다.

 

 

해지는 제주 북쪽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동생 생각이 났다. 이것은 아직도 난산 중인가.

8월 말이 예정일이었는데, 몇일이나 지난 건가.

전화를 걸어보려 핸펀을 드는데, 지이이잉-

왔다.

나왔다. 나와 생일이 같은 동생 딸래미.

애 낳느라 고생했을텐데- 철없는 언늬는 제주로 놀러나 가 있고...

미안하고, 보고싶고, 기뻤다.

 

 

그렇게 제주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굿 바아아아이-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는

여행가면 뭔가 정리되고 결심도 하게 되고 깨달음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거 개뿔 쥐뿔 없고 마음은 심난.

서울 가면, 다시 뭘 하고 살 수 있을까---

얻은 거라면, 그렇게 떠난대도 개뿔 쥐뿔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 정도.

잠이나 자고, 꿈이나 꾸고,

새 하루를 그렇게 맞이하는 일 말고 다른 건 없는 듯.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났지만, 잘못하면 배 놓칠 뻔 했다. 아찔...

그래도 제주항 직원들이 차로 배까지 태워주어 승선-

7박 8일 제주 여행이 이렇게 마감되셨다.

 

 

<일곱째날> 지출 24220

(라면3개 1950+장조림2300+pc방 이용 1300+리무진버스10000+장8670)

 

 <여덟째날> 지출 112,000

(배 51600+3000+무화과10000+버스37400+간식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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