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밀린 일기4 : 탐라국 여행4

 

9월 3일, 여섯째날.

아침 일찍 지도와 카메라 등을 챙기고, 계란을 삶고 주먹밥을 만들어 출발했다.

어디로? 스쿠터 빌리는 데로.

동문사거리쪽이었나... 제주시에는 스쿠터 빌리는 곳이 몇 곳 있지만

서귀포시에는 단 한 곳.

그쪽 사장인지 직원인지 하는 사람은 어떻게 찾으셨냐며 놀라했다.

혹여나, 서귀포에서 스쿠터 렌트하실 분은 여기로 전화해보라. 064)762-5296

 

하여간 그래서 출발했다. 간지나게-

부왕~~~

 

 

우리의 계획은 이랬다.

 

8:30 대여

9:00 출발

9:10 쇠소깍 도착

9:30 김영갑 갤러리로 출발

10:00 김영갑 갤러리 도착/점심식사

12:00 성산일출봉으로 출발

12:30 성산일출봉

1:00 우도 배타고 들어가 놀기

2:00 우도 나오는 배타기

3:00 다랑쉬오름 도착

4:30 올레로 1코스쪽으로  출발

5:30 올레 1코스 시발점인 시흥초교.

 

 

우리의 계획표를 본 현지인 x는, 콧방귀를 뀌며

"김영갑 갤러리에서 분명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성산일출봉과 우도는 포기하라고.. 올레도 무리 아니냐고.

이에 쫄은 우리는 쇠소깍은 일단 제끼기로 하고 김영갑 갤러리부터 갔다.

 

아,

오길 잘했다.

폐교된 학교를 인수해서, 죽기 직전까지 돌 나르고 해서 만든 갤러리다.

 

 

우린 안에 들어서서는  당분간 말을 몬했다.

 

 

 

 

 

 

 

 

김영갑, 20년간 제주도 사진2만장을 찍고 간 사람.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오름의 아름다움, 중산간 마을 사람들의 고단함,

제주의 바람을 담기 위해 아무 것도 안하고 고독 속에서 작업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아, 이렇게 봐서는.. 훅 가질 않지만.. 그래도

http://blog.naver.com/luzia57/130048730883

사진은 요기 가서 보도록. 안에서 작품을 찍을 수 없었당. ㅜ,.ㅠ

사진에 압도되어 셔터를 누를 힘도 없었달까.

특히 왼쪽 홀 가장 안쪽에 한쪽 벽면을 다 채운 왕 큰 사진,

돌담과 밀밭, 언덕 그 사진은 숑간 사진이었는데...

 

다 보고 나와 뒤뜰에 앉아 담배를 꼬나물고 기력을 회복하는데

풀꽃, 나무, 돌... 이런 게 아기자기하고 아주 이뿌게 모여있었다. 한쪽에 찻집도 있었는데

들어가서 주문하고 보니

현금이 없어서 못 사먹었다. 힝.

 

다시 밖으로 나와 한 쪽에 앉아 먹거리를 꺼내고

입장할 때 받은 사진 엽서도 다시 봤다.

 

 

계란 먹고, 담배 피우고,

사진을 좋아라 하는 m군은 오늘따라 말씀이 없으시더만

 

"우리는 이래 살 수 있을까?

정말 인간이 이래 살아야 먼가를 이루는데 말이야-  "

이런 비슷한 말을 하다 결론을 내린다.

 

 

"그냥 대충 살란다~"

 

 

다음 코스는. 다랑쉬 오름.

이때부턴 슬슬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포기가 되고 있었다.

그까이꺼, 다랑쉬오름 올라가면 다 보인다카드라.

 

 

 

 

스쿠터 속력을 높였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다랑쉬 오름.

맑은 날 정상에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 다 보이고 백록담도 보인다고.

 

 

 

 도착. 이미 12시가 넘은 시간. 20여 분 등산을 하면 정상이다.

올라간다.

 

 

날이 흐리고 비가 올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살짝 개고 그러다 다시 흐려졌다.

 

 

계속 올랐다.

다리가 아팠다.

오른쪽 무릎 안쪽, 거기가 땡겼다.

 

 

 

점심.

 

 

백록담은 보이지 않았다.

성산일출봉은 사라졌다 희미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각기 다른 작물을 심은 밭이 다른 색깔로 구획되었다.

 

 

수평선에 나타난 성산일출봉.

 

 

폼은 프로 사진작가.

 

하산.

 

날씨만 맑았으면 최고였을 거다.

 

 

 

 

 

다음엔 어딜 갈까,

올레?

 

음메----

 

거긴 넘 멀어유- 걍 좀 쉬시죠?

 

 

우린 다시

김영갑 갤러리에 갔다.

현금을 뽑아서.

뒷뜰에 있던 찻집에서 캡슐커피와 코코아를 먹었다.

 

재입장 시 티켓과 엽서를 흔드니 그냥 들어가랜다.ㅎㅎ

 

 

해가 떨어지고, 배는 고프고...

성읍민속마을을 얼른 들렀다 가기로 했다.

민속마을, 마을체험이라 써붙은 여러 곳을 지나쳐 대충 아무대나 들어갔는데

가짜집들이 여러 채 있는 가운데

헐, 진짜 살림하는 집이 끼어있는 게 아닌가.

집 안에 테레비 보시는 거도 다 보이고.

작은 마을을 재현해둔 듯한 그 곳엔 실로 사람이 살고 있기도 했고,

마당 한 켠 한라봉 나무에는 한라봉이 빽빽히 열려있었다.

죄송하게도 몰래 한 개 따왔다.ㅎ

 

올레길과 마을체험장.

관광지이긴 해도 낯선 관광지였다.

중문같이 광객만을 위한 상업적인 공간이 아니라서-

사람이 직접 살고  있다는 것을 계속 의식하게 하는 이 관광지들은 낯설고 떨리고 따뜻했다.

 

마음에 안 들었던 것 딱 한 가지는,

3코스 올레길 중 '우물안개구리레스토랑'이 끼어있어서 맛집인줄 알고 일부러 갔는데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었다는. 그렇다고 운치도 없고... 좀만 더 가서 표선 근처 해녀의집을 갈 것을.

 

스쿠터를 버리지 못하니 그걸 끌고 올레 코스를 따라가 들어가보다가 민망해서 돌아나왔다.

올레는 좁고 구불거리는 마을길.

무엇보다 스쿠터 소리가 민망하더라.

아무 정취를 느낄 수 없었으니...

그러나 아쉬울 것 없다.

다음에 다시 오면 되지 않겠나.

다음엔 제주 동쪽 해안을 따라 성산과 우도, 올레 1-2코스를 천천히 돌아봐야지.

 

 

돌아오는 길에, 빈마을 사람들에게 줄 한라봉/선인장꿀차를 샀다.

집마다 하나씩 돌리고 동생이랑 엄마도 줄라고 돈을 많이 썼다.

 

<여섯째날> 스쿠터 라이딩 150km 이상

               지출 : 135000원 (스쿠터 렌트 25000+기름값 5000+김영갑갤 입장 6000+차 5000+밥 19000+차선물 75000)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