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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에 씨앗을...(8)
그 댁에 가면 사실, 이분도 소개를 해야한다. 아주머니 오른쪽에 있는 이분.
'우리 복실이 잘 지냈는감?'라고 속으로 인사를 했다.
복실이는 겉으로 인사를 하면 흙발로 마구 달려들어 옷에 풋프린팅을 하시고
계속 놀아달라고 짖어대시므로 난 대체로 계속 모른척한다.
우리가 복실이를 아는 척을 하니, 이 친구에 대한 사연을 소개해주시는 바,
원래 스트리트 출신이라고. 그런데 어느 날 아저씨네 농막에서 막 딸기를 따먹었다고.
그래서 델꼬와 키우는데, 요즘엔 바람이 나셔서 옆 농막에 있는 암컷 집에 들어가 아주 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음날 새벽 5시부터 엄청 찡찡대고 킹킹거려 지각생이 엄청 고생을.... 암튼.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따라 바로 앞에 있는 파밭에 갔다.
파는 실파, 중파, 대파가 다 같은 종자에서 난다는 새로운 사실!
부추 싹난 것처럼 작고 가느다란 잎사귀들. 언뜻 보면 모판같기도.
얘네들을 좀 베게 심으면 실파가 되고,
좀 간격을 두고 심으면 중파, 더 넓게 심으면 대파가 된다는 것이다.
가을이는 현미/백미가 다른 품종인 줄 알았던 처자로서, 이 말에도 매우 놀라워 했다.
그래서 같이 파를 심고, 서서히 어둑해지는 하늘.
이번엔 옥수수밭에 갔다.
허리만큼 자란 옥수수. 내내 풀을 못 매줘서 먹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올해는 먹을 수 있겠다며 좋아하셨다.
아주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하며 풀을 매가니
“저번에 와서 먹었던 오디잼은 이 나무에서 따서 만든 것이에요.”
내 머리 위로 크게 가지뻗은 오디나무.
“여기가, 이래서 좋아요. 막 일을 하다가 요 옆에 강에서 바람이 싸-악 불어오고 그러면. 그 맛에 계속 여기서 하고 싶은 거거든. 그 기분을 알까? 호호.”
밭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
왜 이런 곳을 구태여 밀어버리고 관광시설, 위락시설로 만들려는 것인가?
답은 이미 알고 있고, 다시 입이 마르고.
잠깐동안 물린 모기 자국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좀 늦게 저녁 준비가 시작되었다.
아저씨는 또 어디서 호박 몇 개를 가져다주시고
천년요왕 아저씨는 계란 한 판과 오이 여닐곱게를 갖다 주셨다. 흑흑.
너무 맛난 것들. 아우----------
가을이는 (된장을 물이 끓을 때 넣는지, 안 끓을 때부터 넣는지 물어보면서...)
맘껏 요리실력을 발휘하여 된장찌게를 끓였고 달군은 오이무침을 했다.
캐맛있는 우리의 저녁밥.
늦은 저녁을 먹는 중에 지각생이 오고,
호박 때문에 환장하게 맛있었던 그 전설의 된장찌게가 끝나고 나니 꼬미도 왔다.
그렇게 6명이서 '태평소와 타악기 잼' 워크샵을 시작했다.
그런데 여차저차 하여 태평소는 아니 불고 피리를 부는 사내.
이거 내가 동영상으로 찍어놨는데, 여기 올라가남? 여튼 훈늉한 세 박자 장단에
밤 12시가 다 되도록 꽹가리치고 젓가락 두들기며 놀았다.
근처에 계시던 아저씨 한 분이 오셨다가 가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동네 풍물 왕이신 분.
훗날 에코토피아를 할 때 같이 잼을 하면 아주 좋겠다는...
그 사이, 컴컴한데 초행길을 찾아 켄짱도 도착했다.
그렇게 일곱이 모두 쓰러져 자고 다음 날.
헐레벌떡 일어나 콩나물 김치국을 끓여 밥을 말아먹고는 7시 반이 되었다.
비가 오는 듯 마는 듯 한 날씨.
혹자는 '데덴-----찌'라 부르고 나는 '엎어 뒤퍼'라고 부르는 게임으로 두 편을 갈라
셋은 남아서 아저씨네 딸기밭 정리를 하기로 하고 넷은 옆 농막의 규섭아저씨네 파 캐는 일을 하러 갔다.
한달 전쯤이었던가. 이 파밭에서 풀을 맸던 것이...(각생은 언넝 파밭 사진을 올려주오~)
파는 보이지 않고, 파 대가리가 땅에 파묻혀 있는 것을 캐는 것이었다.
오호라- 땅에서 금 캐는 기분.
한동안 그러고 있으니 허리가 끊어질 듯.
규섭 아저씨네 아이들도 나와서는 우리한테 말도 붙이고, 참도 같이 먹고
자기들끼리 무슨 역할놀이처럼 놀아서 너무 재밌었다. 아이들이 진짜 해맑다.
한편으로 밀려드는 착잡함.
여기서 이렇게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며 땅 일구며 정직하게-
정말 그렇게 살고 싶으시겠다...
그렇게 내동 파를 캐는데, 아저씨께서 오시더니
오늘 민주당 정동영과 천정배가 두물머리에 온다고 소식이 들어왔단다.
아, 이 무식한 정치인들.
올거면 미리 말을 좀 하지. 갑자기 두물머리 농가들에서 이런 저런 준비로 아저씨들이 바삐 움직이시고, 아줌씨들도 바빠지셨다.
무슨, 지들이 뭐라고 그렇게 안내가 필요하다고 사람 불러내고...
그래도 안 오는 것보단 낫겠지 싶은 마음은 들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파를 캤는데, 12시 반까지 점심 안먹고 계속 캐고 있으니
아주머니 오셔서 자꾸 밥먹으러 가라고 가라고 가라고 그러셔서
밥먹으로 숙소 농막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아셨는지, 우리가 접때 콩국수를 디게 맛있게 먹었는데
그때 못온 친구들이 이 아저씨 콩국수를 그렇게 먹고 싶어한다고 내가 언제
슬쩍 흘렸었나... 했는데
콩국수가 준비되고 있었다. 아하하하-
요리솜씨로는 둘째라면 서러울 두 내외분들의 덕에
열무김치도 맛있게 되었고 콩국수도 맛나게 얻어먹었다.
그리고 보통은, 밥먹으면 서울 올라와야 하는데
열무를 또 심어야 했다. 왜냐면,
에코토피아 때 바로 뽑아서 열무김치를 담자고 할 것이기 때문에!!
어제 밭에서 풀도 거의 못 맸고.
옥수수, 엔다이브, 허브들, 그리고 빨강무....
전에 심었던 애들이 진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경
밭을 본격적으로 매기 시작.
옆의 미사장에는 민주당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하고
농민분들도 그쪽에서 준비들 하시는데
우리는 완전 쌩까고 계속 밭일.
풀숲에 들어가 잡초를 뽑다보니 엔다이브가 나타났다, 브라보~
다른 풀숲에서도 옥수수가 살아있었다. 얏호~
모두들 잘 있었구나, 허브와 빨강무 말고... ㅡ,.ㅜ
그렇게 밭 정비를 하고 있는데, 한 아저씨께서 비료를 주셨다.
옥수수는 거름을 많이 먹는다며...
이거 유기농가에서 쓰는 비료면 비싼 거 아닌가... 하면서 넙죽 받아 뿌리고
당근도 심고 열무도 뿌렸다. (이 과정이 힘들었지만 지난한 이야기는 생략)
그러고 나니 이미 4시.
지난 몇 차례의 방문 중에 가장 일찍 도착해 가장 늦게 돌아가는 기록을 세웠다.
실은, 나는 거기 남아있고 싶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이런 것?
에코토피아 이야기도 좀더 하고, 다음날 아침에 시공업체가 송촌리로 들어오는 데도 가보고 싶고...
그래도 서울에서도 할 일이 많으니 그냥 돌아오기로 하였다.
못다한 이야기들은 다음주 토요일 저녁에 주민분들과 다같이 나누기로 약속을 잡고...
팔당에서 여주의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보까지 가는 차편을 알아뒀으니
다음 주에는 그곳을 한 번 다녀와도 좋겠다...
이제 두물머리 밖으로 나가 주변 지역들을 슬슬 둘러봐야겠다.
(+) 뽀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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