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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과 모래의 이야기' -4-
http://8dang.jinbo.net/node/1873
4. 마지막 도착지, 상주보
버스는 구불구불 어딘가로 향하고
잠들었던 몸이 완전히 깨어났다.
온통 공사판 뿐이었는데, 그 중 하나는 '국립 낙동강 생물자원관' 건립공사장.
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곳 위에 포크레인이 다 귀여워 보일 정도다.
모래위에 집을 짓고 있다.
바로 옆엔, 저런 건물이 있었는데
생태하천의 모래를 다 준설하고 어떻게 생태 하천을 또 조성하려는지.
노동자들이 죽어가도록 모래를 푸게 하는 자들.
담벼락에 붙여놓은 사진이 역겹다.
저 사진들에도 다른 4대강 사업 조감도에 항상 등장하는 특유의 형광청록색 빛이 보인다.
이젠 그 색깔만 봐도 토할 것 같다. 저런 종류의 특수 색안경을 낀 자들은
모래의 누런 빛의 아름다움을, 고마움을 알 리 없다.
버스에서 내렸다.
멀리 유에프오같은 건물이 보이고
바로 앞에 준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상주보.
아무 감시도, 장벽도 없어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관광버스로 들어와도 아무 제지 없이 공사 현장으로 들어올 수 있는 거라니.
쭈뼛거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 더 가까이 간다.
눈앞에서, 거대한 덤프트럭이 거대한 모래더미를 실어 나르고 있다.
역시나 장난감같아 보인다.
저 중장비들은 지역의 작은 중장비가 아닌, 대형 건설사들에서 온 특대형 장비들인데도 작아보인다.
트럭이 뿌옇게 먼지를 날리며 가까이 다가오니 그제야 올라타기도 힘들게 높은 장비임이 실감난다.
다시 멀어지면 다시 아주 작은 장난감같다.
공사 현장 근처까지 가고도, 아무 제지가 없었지만
우리는 그냥 보고 돌아왔다.
왠지 내가 너무 작은 것도 같고, 저 트럭과 포크레인이 너무 작은 것도 같고
말할 수 없이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은 조용했다.
버스가 고속도로로 진입하고 얼마 안 가 저 멀리 무언가 보였다.
상주보를 거쳐 돌아나올 때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그때까지 내뱉지 못했던 한탄이 한 번에 터져나오게 했던
거대한 모래의 무덤.
멀리서 보니 마치, 나무가 하나도 나지 않은 산맥같은 기이한 형상.
파괴의 현장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담담했는데
돌아와서 며칠 간, 잠시 생각이 쉬는 틈마다
거대한 모래산이 자꾸 떠오르고 있다.
모래산,
모래산,
모래산,
강의 잔 물결,
두물머리,
모종심은 밭,
모래산,
청록색 톤의 조감도,
두물머리 조감도,
모래산,
딸기,
모래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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