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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5

로스팅을 했더니 더 덥구나.

손님이 있는데도 구석에서 맥주를 땄다.

후르릅.

 

오늘은 커피 손님만 3명.

와우-

놀라운 기록이다.

이렇게 인적이 드물기도 힘든데.

 

사실은 사람들이 우르르 들르긴 했었다.

하늘색 운동복을 단체로 입은 동네 아이들.

아마도 초등 1-2학년 쯤?

 

이것들이 처음엔 열어놓은 문 안으로 들어와서 내 눈치를 보더니

아예 공을 들고 와서 놀아도 되냐고 묻는다.

"공놀이는 안 된다."

당황한 나는 그렇게 말했다. 한 아이가 문밖으로 나가면서

"여기, 공놀이 할만한 데 없어요?"

하고 묻는다.

한 번 더 당황한 나는,

"일단 여기는 안 된다."

 

아이들이 우- 나갔다.

 

잠시 후,

아이들 중 하나가 뭔가 호스 같은 걸 팔에 걸고 들어오더니

"테이프 주세요."

아주 당당하게, 바 안쪽까지 휙 들어와서는

여기 저기 뜯어본다. 이런.

"테이프 뭐 할건데?"

"테이프 없어요? 그냥 주세요."

이 자식, 아주 건방지군.

"내가 왜 너한테 테이프 줘야 하는데?"

이번엔 아이가 당황한다.

"테이프가 필요하면, 빌려주세요- 하는 거야. 그래 안 그래?"

"테이프 주세요."

말은 똑바로 못해도, 표정은 봐줄만했다. 그래서 테이프를 꺼내 길게 뽑으니

손가락 길이만한 곳에 손가락질을 하면서 "여기서 끊으면 될텐데." 하는 것이다.

그래서 친절히 가위로 잘라주었다.

가위가 잘 들지 않았지만,

호스의 끝과 끝을 연결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 듯 보였다.

 

 

그렇게 아이가 나가고 이번엔

다시, 그 아이들 군단이 우르르 들어왔다.

이 자식들.

여기가 늬들 놀이터냐?

하긴, 뭐 아니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한.

 

이번엔 아이들이 몸을 꼬면서 문 앞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우르르 들어온다.

"오뻰연마 쥬세요-"

엥? 뭐라?

한 아이가 다른 아이들의 손에 떠밀려 말한다.

"오백원만 주세요."

오백원? 이것들이 나를 호구로 알아!

 

"오백원? 왜?"

한 아이가 솔직하게 "뽑기 하려구요."라고 말했다가 친구들이 봉합에 나섰다.

"늬들 이 동네 사니?"

다들 네- 해방촌에 살아요- 저도 여기 살아요- 하고 난리다.

"그런데, 왜 내가 너네한테 오백원을 줘야 해?"

역시 아이들은 이런 질문에 대답을 못한다.

그러더니 내가 혼내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니 쭈뼛거리며 뒤로 빼다가

우다다 달려나간다.

이것 참. 웃어얄지 울어얄지.

 

 

 

그러구는, 동네 아는 분과 아이가 햇볕의 공습을 피해 잠시 쉬었다 가고,

 

그리고 오후 4시쯤.

손님도 없는데 문닫고 들어갈까보다- 하는 심정이 강하게 솓구치던 와중에

한 커플이 들어왔다.

미니벨로 자전거 2대를 나란히 가게 앞유리에 기대 세우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2개요-

저-----번에 한 번 왔던 손님.

난 보통 안면인식장애라 불릴만큼 사람 얼굴을 못알아보기로 유명한데

희안하게, 커피 손님은 한 번 보면 얼굴을 기억한다.

이건 내가 다른 샵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던 이상 현상으로

아직까지 내가 왜 그런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여간, 그 분이 아마도 여친으로 보이는 어떤 분과 함께

이 언덕배기에까지 자전거를 끌고 왔으니-

문 안 닫고 지키고 있길 잘 했다.

나중에 계산을 하시고 나가실 때- 물어보니

야후에 웹툰을 그리고 있다고 하신다. 오예-

다음에 그림 받기로 했다.

 

 

그러구는, 또 동네 단골손님이 오셨다.

밤 타임 일놀이꾼이 늦는다고 해서 걍 문 닫고 갈라고 했는데

아메리카노 한 잔 시키신다.

저 분도 참 자주 오시네-

이제 막 문닫고 가려던 참이라고 말하고 나니,

괜히 그 말해서 불편하게 해드렸다 싶어 후회.

 

이제 달군이 와서 라면을 끓이고 있고,

난 또 배가 고프니 뭘 먹다가 시간을 대충 떼우기로-

하루가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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