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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에 씨앗을...(34)이발사 뮤직비디오 at 두물머리

http://music.naver.com/onStage/onStageReview.nhn?articleId=1866

 

 

뿌듯하면서도 많이 쪽팔리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ㅎㅎ

네이버 뮤직, 온스테이지 라는 코너에 드디어 두물머리를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가 나왔습니다.

뮤직 비디오 곳곳에 이곳이 어떤 곳인지 희미하고 선명하게 나와서 반가웠는데

함께 나온 글에 두물머리 설명이 나오네요.

 

함께 나온 글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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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stage윤영배, 혹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영배 아저씨(이렇게 말하면 왠지 입에 착 달라붙는다)를 만나러 가는 길, 점심부터 바람은 세게 불었다. 바람 적고 따뜻한 날을 맞추려고 맞췄음에도 일기예보는 예보를 어김없이 어겼다. 낭패스러웠다. 심지어 강변북로를 한 시간 이상 달려 마침내 팔당댐 근처,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강바람은 맛 좀 보라는 듯 엄청난 기세로 우리를 때려댔다. 맙소사! 그 바람을 맞으며 영배 아저씨는 강둑에 십자가를 꾹 꾹 눌러 박고 있었다. 그날은 사순절, 부활절 앞 40일 동안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교회력 절기의 첫날이었다. 비닐하우스 성당 둘레에, 아직 얼어붙은 땅에 열 네 개의 십자가를 차례로 꽂고 있는 영배 아저씨의 머리가 바람에 휩쓸렸다. '이발사'란 별명과는 달리 무척이나 엉성한 헤어스타일이었다. 우리를 발견한 영배 아저씨는 빨갛게 언 얼굴로 환히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선량해 그만 따라 웃고 말았다. 난생 처음 만났는데 말이다! 맙소사. - 차우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

윤 영배 1집 [이발사]는 2010년 겨울에 발매되었다. 그야말로 조용히 등장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앨범으로, 하나도 힘들이지 않은 것 같지만 여백과 절제 속 내공에 깜짝 놀라게 하는 연주가 압권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음악은 마음을 움직인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 바로 그것이야말로 '뭔가 만드는 사람들', 요컨대 창작자의 궁극적인 바람이 아닐까. 이 음악으로부터 자연과 바람과 사람과 삶을 떠올린다면 그걸로 영배 아저씨가 하고픈 말은 충분히 이해한 게 아닐까. 여기에 1993년 유재하가요제에서 이한철과 데뷔한 이력, 하나뮤직 조동익과 장필순의 음악적 친분, 17년 만의 데뷔 EP 발매라는 이야기가 더해지고 또한 유럽 유학에 이은 자퇴와 제주로의 귀농, 의식적으로 말하면 생태적으로, 보통사람의 관점으로는 굳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삶의 궤적이 보태져 윤영배의 음악을 겹겹이 감싼다. 그러니까 이 헛헛하고 심심하기까지 한 음악은 그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와 닮았고 그가 꿈꾸는 세상과도 닮았다. 그저, 단순하고 명료하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제 주를 떠난 영배 아저씨는 2010년 6월부터 남산 해방촌과 팔당 두물머리를 오가며 지내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시발점이었던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에서는 지난 1년 동안 매일같이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천주교 미사가 열린다. 얼마 전에는 양평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농민들이 이기기도 했다. 농부와 성직자와 생태주의자들, 그러니까 단순하고 명료하게 그저 가진 만큼 욕심 없이 더불어 살고 싶은 사람들은 팔당 두물머리에서 자체 개발한 친환경 설비로 농사를 짓고 밥을 먹으며 틈틈이 이 세계의 과잉된 욕망과 함량미달의 무관심에 맞서 싸운다. 그저 넉넉하게 웃으면서, 매 시간 밭을 가꾸고 살아가고 사랑하고, 사람들이 보통은 다 잊고 사는 걸 여태 지킨다. 영배 아저씨의 음악이 거기 있는 건 그래서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다행한 일이다.

첫 곡 '바람의 소리'가 끝나고 등장하는 두 번째 곡 '키 큰 나무'에서 두물머리 어원을 설명하는 이는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유영훈 위원장이고 세번째 노래 '이발사'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사람은 자칭타칭 '두물머리 多방'의 마담이자 활동가인 김디온이다. 영배 아저씨는 이들과 함께 두물머리에서 농사짓고 노래하고 밥 먹으며 틈틈이 머문다. 노끈을 기타에 질끈 묶어 대충 어깨에 둘러매고 딸기밭 비닐하우스에 서서 노래한다. 음악이 뭐 대수냐는 듯이 그렇게 바람처럼, 설렁설렁 연주한다. 그런데 그게 참 가슴을 툭 건드린다. 와서, 콕 박힌다. 뿌리내린다. 기억된다. 잊히지 않는다. 바람은 그렇게 노래가 되고 기타는 그저 거들 뿐이다. 아아,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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