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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3

참 오랜만이다.

블로그 문을 다시 여는데 손끝이 뭉툭하다.

어느날 갑자기 매니큐어를 발랐을 때 처럼.

무엇을 얘기하려고 했던가.

 

 

나는 지금 어느 뿌연 안개의 도시에 살고 있다.

평온한 회색이 때로 책장 구석에 검은 곰팡이를 피워올리는 도시.

그래, 도시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집앞에 강이 흐르고 조금만 가도 밭이 있지만

길 건너에는 빛바랜 싸구려 캔커피를 1500원에 파는 구멍가게도 있지만

이것들도 언제 저 안개 속에 사라질지 모른다.

유유이 흐르는 강물과

그 곁에서 푸른 잎새들을 틔우는 농부들도.

 

나는 이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든 흰 고니떼들의 모습을 본다.

자기 무리의 대부분이 어딘가 다른 곳으로 향했음에도

자신들은 작년에 여기 왔기 때문에 올해에도 온, 그런 고니들을 본다.

이것은 도태인가, 낙오인가, 아니면 아니면.

모든 생명들이 멸종 위기의 순간까지도 버티며 살아있는 것은

어쩌면 투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왔던 곳에 대한 삶을 통한 투쟁이.

모두가 떠나도 남아있는 농부들의 가슴아픈 희망과 닮았다.

이곳 팔당, 두물머리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도태인지, 낙오인지, 어쨌거나 멸종 위기의 기억으로 남아있을

두물머리.

 

이곳의 이야기를 다시 써야겠다.

아주 개인적인 방식의 글쓰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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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에 씨앗을...(43)

아.. 결국은

쳐들어올 모양이다.

 

며칠 전에는 시공업체 직원이 두물머리 안으로 뻔뻔하게 들어와
컨테이너의 주인을 묻고 가더니.
경기도 건설본부 직원이 세계유기농대회(9.26~10/5) 끝나면 강제철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더니.
어제 두물머리로 세 번째 계고장이 날아왔다.
10월 5일까지 자진철거하라는 마지막 경고.
오늘은 국감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단호하게 두물머리 철거계획을 밝혔다.

http://www.why25.com/news/articleView.html?idxno=25837

 두물머리 강제철거 시 공권력 투입을 결정할 수 있는 책임자, 김문수.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시절에는 이곳의 유기농업을 8배로 늘리겠다 하고

유기농의 세계적 메카로 만들겠다 하드만,

 4대강사업 2년만에 두물머리에 칼을 들이댈 준비를 하는 김문수.

작년에 국감 때에도 김 지사가 ‘팔당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생성한다’며 근거로 제시한

논문 어디에도 발암물질 생성 같은 표현이 없고 오히려 유기농의 장점에 대해 기술돼 있었던 바람에

위증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유기농업이 수질을 악화한다는 이야기를 구체적 근거도 없이 그대로 믿고 있고,

특히 두물머리 농가들이 실질적으로 팔당호를 오염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이

그저 그럴 것이라는 자신의 추측을 사실처럼 말하고 있다.

 

작년에도 그것 때문에 그렇게 많은 질타를 받았는데도, 정신을 못차리고...

수질 관련 세계 유기농업운동연맹은 과학적인 논문들을 근거로 유기농업은 수질을 정화한다고 밝히고 있고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수원지의 수질을 위해 유기농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인데,

좀 공부좀 하면 안될까. 진짜 모르는 걸까.

 

하여간 오늘 그는

작년과 같이 '신념' 하나로 두물머리 강제 철거를 공언하였다.

그의 신념이 바뀌지 않는 한 

조만간 공권력이 투입될 것 같다.
 
어디 텐트 협찬해줄만한 데 없나... 
이러다 강변가요제 때 한 판 붙는 거 아닌가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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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에 씨앗을...(42)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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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에 씨앗을...(41)

어느 날,

잠자고 있던 플래카드들이 다시 펄럭이기 시작했다.

빈 너른 들판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어느 저녁에.

맨발로 그 길에 들어섰다가 그만 정신이 바짝 들어버렸다.

이러고 주저앉아 있으면 내가 너를 통째로 삼켜버리리라- 땅 속에서부터

우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발이 닿는 곳마다 부드러운 흙이 나를 쓰다듬었다.

 

다시 눈이 보이고 귀가 들리고 몸이 열리기 사작했다.

오늘부터 다시 잘 살아야지.

 

 

http://cafe.daum.net/6-2nong/KCWg/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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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도착하였다.

서울 강남역에서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양수역으로 오는데 1시간 20분.

오전에 알바를 하고 부랴부랴 들어왔지만 햇살이 슬쩍 누워있었다.

 

 

 

 

화장한 내 얼굴을 힐끔 쳐다보는 아저씨들에게

이렇다할 농담도 제대로 건내지 못하고

내가 더 어색해 조금은 쓸쓸하게 술을 얻어 먹고.

도시 직장인 코스프레 의상이 숨이 막혔다.

 

 

 

오늘은 플래카드를 다는 날.

이렇게나 많이. 지난 3년간의 외침.

줄지어 늘어선 플래카드들이 만장같다.

다시 이들을 일으켜 깨워야 한다.

 

 

흙, 그리고 플래카드.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하였다.

해질 무렵 강가에는 주홍빛 노을이 내렸다.

빈 땅엔 파이프를 떄리는 망치소리가 쨍쨍거렸다.

서로 별 말이 없었다.

 

 

 

 

 

 

 

 

 

 

처음 보는 친구인데 마침 와주어 얼마나 반갑던지.

어찌 저찌 알게되어 혼자 찾아온 학생덕에 마음이 뜨거워지고

아저씨들도 기운을 내셨다.

 

 

 

나는 맨발로 돌아다니며 이리 저리 사진을 찍고

노을지는 강가의 반짝이는 물비늘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뻐근해, 파스라도 붙여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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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준비

 

 

하늘에서 우르르 쾅쾅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두물머리에 심어놓은 가지랑 고추랑 토마토 생각이 난다.

잘 자라도록 비가 아주 흠쩍 와 주길 바라며.

 

오늘은 커피 로스팅 1회차 수업을 했고

내일 2회차, 모레 3회차 수업을 할 거다.

하루 3시간씩 연속 3일.

그리고 내일 밤에는 성평등 수다회 1.5,

모레 밤에는 두물머리 전, 전, 전 전시회 기획단 평가회의를 할 거고

금요일에는 낮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밤에는 두리반에 쥐20 후원주점에 다녀올 거다.

그러면 토요일이 되네.

두물머리 들어가 텃밭 돌보고, 하룻밤 자고

이사갈 집으로 가서 청소를 쫌 해놓고 돌아오면

월요일에 아침부터 이사다.

 

금요일 낮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로 한 것은 취소하고

이삿짐을 싸야겠다. ㅡ,.ㅜ;

엇, 목욕 밤에 빈가게 기획모임도 있는데... ㅡ,.ㅜ;;;

 

할 일은 많고, 짧은 시간 내에 이것들을 잘 해내야 하고. 흙.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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