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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은 내가 지킬게.같이 싸우기나 하자.

같이 싸우기나 하자.

 

 

 

저번 주 토요일, 첫 도로점거때 제가 발목을 다친 이유는 전경에게 떼내져서가 아니라.

시민 대오에 있던 한 아저씨께서 친절하시게도 (어이쿠!) 저를 "보호"해주시겠답시고, 전경과 싸우고 있는 저를 거칠게 뒤에서 떼내시는 바람에 다친거였습니다.

하하.

 

그리고 전경과 대치하면서는 목소리를 높여본 적이 없는데,

계속해서 "여자들 뒤로 가!" 혹은 "미친 남자새끼들 , 너네 왜 뒤에 있어! 앞으로 나와!"라는 발언들에 대응하며 싸우느라 목이랑 머리가 더 아팠구요.

 

집회문화에서 왜 자꾸 "여성보호"의 원칙이 되살아나서,

알아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여성"에게 싸울 권리도 안 주고, 결의가 안되서 혹은 몸 상태가 안 좋아서 혹은 기타 등등 다른 이유로 뒤에서 싸우는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에겐 욕을 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알 수 없을 노릇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예비군님들이 출동하셨더군요. 그리고 늘 그렇듯 "여자들 뒤로 가!"를 외치며 스크럼을 짜고 시민들을 "보호"해주시려고 했고요.

어제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떼거지로 가서,

예비군들이 모여있는 곳마다 가서

(선창)미안하지만~

(다같이) 내 몸은 내가 지킨다~

이렇게 합창하며 몸짓을 하는 퍼포먼스를 했죠. 꽤 많은 시민들이 저희의 퍼포먼스를 지지해 주셨어요.

물론 같은 편인데 왜그러냐, 너네 보호해주려는 건데 감사해야한다, 라는 시민들도 많았죠.

 

저는 예비군 복장을 입으신 분들이

"군인 복장을 입고  폭력 시위에 저항하는 그 모습이 상징적이라고 생각" 해서 그걸 입고 나왔든,(직접 들은 이야기)

아니면 그냥 그 옷이 좋았든 상관은 없는데.

 

적.어.도.

누군가를 "보호"해주려고 나왔다는 것 자체가, (특히 나어린 여성들을 친히 보호해주시려고)

한계라고 생각해요.

그냥, 같이 싸우려고 나온 거였어야죠.

예비군이든, 같이 단체로 입을 옷이 있든, 군대라는 같은 경험을 공유했든 말든 어쨋든 걔네도 (격한 말투 죄송합니다) 시민의 한 사람 아닌가?

같이 싸우러 나와서 같이 싸우면 되는 것 같아요. 싸울 각오와 연행될 결의를 한 다른 시민들과 동등하게 연대를 해서요.

 
그런데 어제는
청와대쪽으로 가는 길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엄청 사람들을 밀치며 예비군님들-_-+께서 앞으로 뛰쳐나가시더군요. 몇십명정도? 그러더니 경찰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우리를 "보호"해주시다가 , 사람들이 분노해서 앞으로 나가려고하자 "앞으로 계속미시면 예비군들은 빠질겁니다"라고 협박(!)을 하시더군요. 그 분들이 원하시는 건 자신들이 국민들을 보호하는 그 모습이 연출되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던 걸까요.
그러더니 시민들이 정말 앞으로 밀고나가자...
정.말.로. 빠지셨습니다.  하하하
대체뭐죠? 왜 온건지;ㅅ; 대체 누굴 어떻게 "보호"하려고 하신건지, 경찰과 싸우려는 의지를 가진 과격한 시민은 "보호"할 필요가 없어졌는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어쩌다가 같이 모닥불을 핀 분과 대화를 했는데 저녁-밤 쯤에는 예비군복을 입고 그 대오에서 함께 싸웠는데,

사실 자기도 상황이 공유된 건 아니고 그냥 가자! 이러면 가고, 나가자! 이러면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다른 예비군복을 입고 등장하신 분들의 생각은 알 길이 없지만;

아무튼

"예비군! 예비군! (우리를 지켜주는 멋지고 짱 착하고 의로운) 예비군!"을 연호하던 시민들은 나중에는 결국

아무도 우릴 보호해주지 않고, 필요도 없고, 우리가 알아서 잘 열심히 싸우면 된다는 생각을 한 듯했고, 각자 산발적으로 모인 대오였지만 , 열심히 싸웠답니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요.

앞으로의 예비군들의 행방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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