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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

대니얼 고든 감독의 <푸른눈의 평양시민>을 보러갔다가

시간이 맞지 않아 동일한 감독의  <어떤 나라>를 보고 왔다.

 

북한 최고의 행사인 전승기념일 집단체조에 참여하게 된

13살 현순이와 11살 송연이의 일상을 다룬 다큐였는데....

뭐랄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과연 저들과 함께 살아 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45분간의 공연을 위해 6개월의 연습기간이 필요하고

몇 만이 되는 사람이 한 몸이 되어 만들어지는

집단체조(매스게임)는 과히 놀라올 노자였다.

 

전문적인 체조선수가 아닌 평범한 십대소녀인 그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오로지 당에 대한 충성심으로 이겨내면서

막바지 백두산을 오르며 "아버지 장군님의 딸로 백두의 딸로

살 것을 다짐했습니다."라는 말을 한다.

 

집단체조는 단순한 공연의 의미가 아니었다.

몇만명의 사람이 한몸이 되어야 이루어지는 집단체조는

고단한 연급과정과 공연과정을 통해

개인을 버리고 당과 전체를 위한 통제와

절제를 가르치는 일종의 학습이었다.

 

정치적인 뉴스도 아니었고 시나리오가 있는 영화도 아니어서

......북한의 평범한 여중생의 일상이었기에

나는 왠지 걱정이 됐다.

 

통일까지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겠지만

통일이 된다 할지라도, 개인이라는 의미없이

전체와 함께 전체를 위해 살아가는 생각을

지닌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특히나 나는 전체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킨다,

라는 의견에는 극렬하게 반박하고

소수의 인권이 중요하며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인데....

 

통일에 대해 맹목적인 지지와

수박겉핥기식의 지식이 중요한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그들의 일상이 어떠한지

그들을 아우르는 생각이 어떠한지

모르면서 너무나 쉽게 통일의 방식에

대해서만 그동안 논해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뭐, 옆에서 구경하는 입장이어서

딱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다큐를 보고 난 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 정말 저들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사회에서 생성된 사고를 서로 이해하고

납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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