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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필터링은 검열수단

인터넷 필터링은 검열수단 [한겨레]2000-10-06 06판 26면 1271자 컬럼,논단 지난주 사이버공간에서는 한 경연대회의 재미있는 수상 결과가 발표됐다. 주최자는 인터넷을 통해 의사 표현의 자유를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 뉴저지주의 시민단체 디지털자유네트워크(dfn.org)다. 이 대회는 검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필터링 프로그램을 막기 위해 기획됐다.이미 사이버패트롤, 사이버시터, 네트내니, 아이-기어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필터링 소프트웨어들이 인터넷의 음란.폭력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자율 장치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문제점을 지닌 사전 검열의 유형인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가상공간에서 네티즌들이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정보가 알게 모르게 걸러지거나 차단된다면 자연스런 기술적 검열의 형태라 볼 수밖에 없다. 정보를 거르는 행위의 유의미성을 떠나서, 필터링 프로그램들 자체가 이른바 '센서웨어'(censorware)의 성격을 갖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사소한 것으로 보이던 필터링 과정이 심각한 검열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뒀다. 대상은 한 고교생에게 돌아갔다. 그는 학교 도서관에서 자신의 학교 웹페이지를 검색해 들어갈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도서관 컴퓨터에 설치된 필터링 프로그램이 작동해 모든 '고'(high)란 단어를 '마약에 고무된'이란 뜻으로 파악해 자동 검열했기 때문이었다. 여러 네티즌들이 응모한 10개 분야별 시상도 이뤄졌다. 여기에는 인터넷의 음란물을 반대하는 한 보수적인 사이트가 음란물을 차단하려다 거꾸로 필터링에 걸려든 인과응보상, 인간 신체와 관련한 단어들의 필터링을 철저히 수행했다고 준 청교도상, 좋은 의미의 단어까지도 거르려는 과잉검열상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인터넷의 필터링과 관련해 유명한 일화를 남긴 셰릴 밥콕의 이름을 빌린 상도 있었다. 밥콕에 얽힌 내용은 이렇다. 로스앤젤레스의 변호사인 그는 한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등록하려다 거부당했는데, 그 이유가 비속어로 남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콕'이 필터링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밥콕은 웹페이지 관리자에게 시정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부당하자, 결국에는 콕과 같은 뜻이지만 필터링에는 걸리지 않는 '페니스'란 단어를 사용해 밥페니스로 등록해버렸다. 어처구니없는 필터링에 대한 그의 냉소적 표현이었다. 사전에 필터링이라는 빨간 색연필로 삭제되는 범위가 동성애자 운동 등 정치 성향을 지닌 사이트들에까지 이른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센서웨어가 인터넷 내용 등급제라는 사후 필터링 과정에 비해 부작용이 클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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