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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의 물건 2

사물에 관한 쓰임새 (사용가치)는 그걸 쓰는 개인에 의해 달라진다. 비록 상품 교환체계에 의해 시장에서 구해진 것들이긴 하나 그 상품들은 구입과 동시에 내 자신의 다른 컨텍스트로 들어온다. 유학생활내내 우리 가족의 발이 돼 준 자동차다. 96년식 포드 토러스다. 트랜스미션에 항상 문제가 있어서, 졸업할 때까지 탈 수만 있으면 좋겠다 싶다. 토러스는 80년대, 90년대 초반 국내에도 수입이 되어 주로 졸부들이 타고 다니던 차다. 미국내에서는 대중차로 알려진 이 차가 국내에 들어가면 값비싼 졸부들의 차로 둔갑하던 때가 있었다. 일제차에 비해 잔 고장이 많아 1년에 1천불씩 감가상각이 되는 차다. 지엠은 고사하고 포드가 요즘 도산 위기설이 돈다. 이 차를 보면 그럴만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미국차를 타봤지만 승차감이나 질을 따져보면 포드가 최악이다. 어쨌거나 이 차는 사연이 깊다. 이곳에 처음 정착했을 때, 연대 강태영 교수가 고등학교 선배랍시고, 하루 왠종일 발품을 팔아 개인딜러로부터 사준 차다. 애초 4, 5천불하는 차를 사려다, 이 차를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 7천불을 들여 구입했었다. 그 이후에도 수리비로 램스에서 한 3천 정도 깨진 차다. 차를 오래 끼고 있으면 정이 들기 마련이다. 졸업까지 타고, 의연히 폐차하든 자선단체에 기부하든 양단간 결정을 할 것이다. 그 때까지 우리 가족의 발이 되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다음은 커피 그라인더다. 커피는 내 삶의 없어서는 안될 기호품이 됐다. 한 4년전에 타겟에서 큰맘 먹고 구입한 그라인더다. 원두를 내려먹으려다보니 그 향을 보존하고 싶고 한꺼번에 갈아 타먹는 것보다 그 때 그 때마다 가는 것이 좋을 듯 싶어 산 것이다. 아침에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이 그라인더 모커 돌아가는 소리에 정신을 일깨운다. 이 녀석도 언젠가 모터가 멈추는 때가 올 것이다. 아직은 기운이 쌩쌩하다. 아마도 전원이 미국식이니, 한국에 돌아갈 때는 누군가에게 주고 갈 게 분명하다. 그 때까지는 나의 정신을 일깨우는 자명종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하나 더. 내 컴퓨터와 스탠드다. 소니 컴퓨터는 오픈박스로 싸게 샀다. 내 형편에 살 수 없던 시기에 정가 천이백불짜리를 한 800불에 매니저와 딜을 하여 얻은 것이다. 아직까지 고장은 없으나 램 용량 때문에 작업이 더딘 것이 사실이다. 신영감의 컴퓨터와 나란히 놓을 때는 내 것이 신기종의 그럴듯한 모양새같지만... 이곳에서 한 3년전에 샀으니, 이것으로 참 많은 작업을 했다. 이것으로 많은 글들을 썼고 쓰고 있다. 졸업 때 논문도 이 컴퓨터로 쓴다면, 참 많은 일을 이 랩탑으로 한 셈이다. 학교에서 와이어리스로 이 컴퓨터로 수많은 메일들을 받고 보내면서 함숨쉬고 스트레스받고 기뻐하고 행복해하고 그랬던 듯 싶다. 스탠드는 와이프의 결혼 장물이다. 와이프가 연애시절 자취방에서 쓰던 스텐든데, 일제답게 20여년이 넘었는데도 끄덕없다. 안에 벌브도 반영구라 충전식으로 작동한다. 이 곳에 공부를 처음 시작하러 왔을 때, 이 스탠드도 그 짐에 딸려왔다. 미국 아파트들이 어두침침한지라 이 형광 스텐드는 그 험난했고 칙칙했던 남쪽 오스틴방을 비춰주는 등대와 같았다. 이번에 시험을 볼 때도 이 스텐드는 한밤에 컴퓨터를 비추고 나를 집중시키는 힘이 됐다. 이 스탠드의 생명이 붙어있는한 어딜가든 대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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