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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3. 스텔락 : 맥루한의 사이보그적 실현

스텔락 : 맥루한의 사이보그적 실현 스 텔락 : 1946년 생인 그의 예전 이름은 스텔리오스 아르카디우(Stelios Arcadiou)이다. 그는 97년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 예술과 로보틱스학과 명예교수로 위촉되기도 했으며, 현재 영국의 노팅햄 트렌트 대학 ‘행위예술 디지털연구팀’의 책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맥 루한은 일찍이 감각의 확장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혁명적으로 뒤바꾼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에게 감각을 확장하는 수단은 미디어다. 예를 들어 바퀴는 발의, 책은 눈의, 옷은 피부의 확장으로 취급된다.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이자 새로운 감각의 연장인 셈이다. 호주 출신의 행위 예술가이자 첨단 기술을 이용해 신체확장 실험을 벌여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스텔락(Stelarc)은 맥루한의 이러한 미디어론을 실제 행위 예술을 통해 실현시킨 인물이다. 70년대는 상품으로 완성된 작품보다는 창작 행위와 그 과정에 중심을 둔 이른바 ‘개념 예술(conceptual art)’이 번성했던 시대다. 개념 예술은 자본주의에 자연스레 포섭되어 상품화되고, 정형화된 틀 안에 갇힌 예술의 엄숙주의를 경계했다. 자연히 이 예술 경향은 잡힐 수 없고 항상 변화무쌍한 신체와 그 물리적 행위를 창작의 중심에 놓게 된다. 한편 틀에 갇힌 엄숙주의를 향한 개념 예술의 비판은 상대적으로 스펙타클적 요인을 과장하는 쪽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바로 스텔락은 70년대를 거치면서 이 두 경향을 함께 지녔던 대중적인 행위 예술가다. 그에게 스펙타클의 요소는 뭔가 첨단을 상상하게끔 하는 신체 확장의 기계 이미지를 통해 구성되었다. 스텔락은 ‘몸의 확장’, ‘레이저 눈’, ‘제 3의 손’, ‘자동 팔’, ‘비디오 섀도우’ 등 인간-기계간의 잡종 기획을 통해 신체 확장을 부단히 실험해 왔다. 관객은 SF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사이보그 인간의 모습을 스텔락의 예술에서 관찰할 수 있다. 스텔락의 구상은 이처럼 인간과 기계의 형식적 결합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가 보는 궁극의 비전은 ‘신체의 소멸’이다. 기계를 통한 신체 확장을 넘어서, 기계와 신체 중 어느 중심된 조정자 없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동작하는 인간-기계의 진정한 잡종을 염두에 둔다. 이것이 스텔락이 보는 ‘포스트휴먼’의 구상이다. 맥루한의 미디어론을 극대화한 신체-기계관이다. 그에게 현대 인간의 신체란 진화하는 존재다. 신체 감각의 진화는 새로운 시대의 신체 모델을 필요로 한다. 그가 기술과 함께 소멸하는 신체를 선언한 것은 변화된 인간의 감각과 신체적 조건을 미리 감지했기 때문이다. 피부 깊숙이 뚫은 낚시 바늘에 연결된 줄의 평형성을 유지하기 위해, 연결된 돌들의 중력에 기대어 허공에 들어올려진 그의 초기 행위예술에서 관객은 아방가르드 예술의 극한을 체험한다. 최근에는 피부에 칩을 이식하여 자신의 근육을 외부 자극에 의해 조정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무선 인터넷을 통해 원격 조정되는 이식된 칩이 자율 신경을 자극함으로써 팔의 근육을 저절로 움직이는 실험이다. 그가 보기에 이 모든 것들은 신체 확장의, 신체-기계-네트의 합일 과정을 보여주는 행위다. 스텔락은 근본적으로 기행(奇行)으로 사기치는 예술가들과 결별한다. 그가 지닌 예술적 의의는 포스트휴먼에 대한 구상이다. 스텔락은 궁극적으로 네트 속에서 하나의 기능을 담당하는 새로운 신체 소멸의 이미지를 구상하고, 권력의 중심점인 신체의 소멸을 꿈꾼다. 그는 기술과 결합한 몸을 통해 초월과 권능의 이미지를 실험하면서 그 새로운 가능성을 점쳤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이 제시하는 기술의 모습에서 관객은 절대 후기자본주의의 실체를 발견할 수 없다. 관객은 오로지 신체를 가로지르는 기술의 가공할 이용과 능력만 느낄 뿐이다. 기술로 포장된 신체에 대한 관심의 몰입은 기술 생성의 사회적 맥락을 거세한다. 그에게는 신체를 구성하는 테크노 권력의 실상이 불투명하다. 예컨대, 신체에 작동하는 현대 권력의 모습은 개별화된 바코드 삽입, 신체 내부에 자리잡은 감시용 칩, 인간 눈동자를 흐르는 개별 인식의 데이터베이스, 위성을 통한 신체 관리 등에서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신체에 가해오는 디지털 권력의 ‘신체정치’ 구상이 스텔락의 ‘몸’에 생략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관객은 그저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봄직한 신체와 기계간의 성교를 관음적으로 지켜볼 뿐이다. 이것이 30년 이상 굳건히 지속된 그의 사이버네틱 행위예술에서 관찰되는 가장 큰 한계다. 스텔락의 홈페이지 http://www.stelarc.va.com.au/ 200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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