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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옥죄는 인터넷 감시

노동자 옥죄는 인터넷 감시 [한겨레]2000-07-21 01판 26면 1164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해리 브레이버만의 (노동과 독점자본)이 출간된 지 벌써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도 그의 저서는 좌파 노동경제학의 손꼽는 고전으로 남아, 꾸준히 인용되고 있다. 브레이버만이 얘기한 작업장내 통제와 감시, 노동자와 기술혁신의 관계 등은 디지털 시대의 변화된 노동환경 속에서도 다시금 고민해야 할 주제들이다.미국경영협회가 최근 기업들을 상대로 작업장 감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이 빛바랜 고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보여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의 75% 이상이 직원들의 전화, 전자우편, 인터넷 접속, 컴퓨터 파일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내용을 열람하고 감시한다. 이런 감시율은 1997년에 비해 두 배로 높아진 것이다. 특히 기업 넷 가운데 하나는 컴퓨터 감시 결과에 따라 직원을 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이 사내 직원들을 통제하는 기법이 새롭게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제록스가 포르노 등 금지된 사이트들을 즐겨 찾던 40명의 직원을 무더기 해고했던 것은 인터넷 감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근무 중인 모든 직원의 컴퓨터와 인터넷 접속경로가 감시.파악되는 것은, 고용주가 각 컴퓨터에 인터넷 감시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두기 때문이다. 웹센스(Websense)란 감시용 소프트웨어는 이미 컴팩 등 미국내 5천여 기업들이 애용할 정도로 널리 보급돼 있다. 또 스펙터(Spector)는 몇초 간격으로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형체는 무엇이든 찍어 저장하는 위력으로 인해, 매력적인 감시용 프로그램으로 악명이 높아지고 있다. 고용주가 '비즈니스를 위한 정당한 사유'에 의해 직원들의 컴퓨터를 무제한 열람할 수 있다면, 감시 당하는 노동자들은 커다란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새로운 직원감시 시스템이, 사무실과 집의 경계가 흐려진 오늘날 노동자들의 생활조건에 둔감하다는 데 있다. 전통적인 사무실 업무 외에 컴퓨터와 인터넷의 사용까지 감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인터넷 뉴스 열람, 병원 진료 예약, 자신이 소속된 정치적 웹사이트나 동호회 접속, 연인과의 전자우편 등 일상적인 인터넷 이용까지 위축될 수 있다. 어차피 근무태만이란 잣대로는 이런 개인적인 인터넷 이용도 금지된 포르노를 훔쳐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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