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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떠돈다, 닷코뮤니즘이라는...

유령이 떠돈다, 닷코뮤니즘이라는... [한겨레]2000-08-04 02판 26면 1150자 국제·외신 기획,연재 한 유령이 네트워크를 배회하고 있다. 바로 닷코뮤니즘이다. 최근 미국 네트워크 활동가들 가운데 일부가 공공연히 닷컴기업에 대응해, 새롭게 닷코뮤니즘의 미래를 꿈꾸는 주장들을 하고 있다. 카를 마르크스가 150여년 전에 유럽에서 봤던 공산주의(코뮤니즘)라는 유령과 달리, 이 새로운 유령은 외관상 닷컴이란 신무기를 들고 있다.새로운 유령의 힘은 인터넷에서 나온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배포하고, 교환하고, 무한히 복제한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음악파일 무료교환 사이트 냅스터를 비롯해 그누텔라, 프리넷, 정글몽키, 핫라인은 바로 이를 돕는 도구들이다. 이 모두는 중앙의 개입 없이, 네티즌들 스스로 디지털 정보를 공유하는 새로운 개방형 기술이다. 냅스터의 경우는 사용자가 엠피3 음악을 교환하기 위해 디렉터리를 관리하는 서버를 경유해야 하지만, 나머지 넷은 서버 없이도 자유롭게 어떤 양식의 파일이건 교환할 수 있다. 닷코뮤니즘은 이런 새로운 기술력에 기초해 자율적 공동체(코뮌)를 세우자는 기획이다. 지난주에는 저작권 위반 혐의로 기소된 냅스터에 대한 법원의 서비스 중지 명령과, 뒤이은 명령 유예로 인해 연일 미국 언론이 들끓었다. 이후의 판결과정도 중요하겠지만, 냅스터 저작권 시비는 메이저 음반사들이 닷코뮤니즘의 거대한 흐름을 읽지 못해 생긴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미 냅스터를 통해 전세계 약 2천만명의 네티즌이 음악파일을 교환해 왔다. 게다가 냅스터의 하루 이용자 수는 미국 인터넷 인구 중 적어도 2퍼센트에 이른다. 기존 저작권을 옹호하는 음반사들이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을 소모적인 법정싸움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번 냅스터 공방의 핵심에는 네티즌들의 파일 공유에 대한 닷코뮤니즘의 새로운 정서가 놓여 있다. 음반업계를 포함한 모든 기업들은 이 변화된 정서를 감지할 필요가 있다. 신경제의 기업들은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이윤모형을 만들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들의 이윤모형은 온라인에 접속하는 네티즌들의 특성을 인정하고, 좀더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상품가격을 산정하는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정보의 자유만을 외치는 닷코뮤니즘은 순진하다. 그러나 기업들이 인터넷에 의해 변화된 조건에 구태의연하게만 대응한다면, 그것 또한 심각한 무지의 행동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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