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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저항운동도 이젠 사업

인터넷 저항운동도 이젠 사업 [한겨레]2000-08-25 01판 25면 1278자 국제·외신 기획,연재 인터넷은 자본의 효율성에 무한한 능력을 부여하는 동시에, 사회운동가들에게는 전자적 저항의 새로운 실험장이 되고 있다. 저항 대상 웹사이트에 한꺼번에 몰려들어 시스템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가상의 연좌농성, 정책 입안자나 악덕 기업인에게 일제히 항의 전자우편을 보내 수신기능을 마비시키는 것 등은 종종 쓰이는 전자적 저항의 수단으로 꼽힌다.이런 전자적 저항을 아예 사업으로 꾸리면 어떨까? 미국의 한 아방가르드 그룹 아트마크(www.RTmark.com)는 이런 온라인 저항의 사업화를 앞서 실행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장난감 업체인 이토이스(etoys.com)와, 이 업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운영되던 스위스 인터넷 아티스트들의 사이트 이토이(etoy.com) 사이의 도메인 이름 분쟁에서 이토이가 승리하도록 도움으로써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트마크의 사업은 순전히 네티즌들의 투자로 이뤄진다. 이들은 상업적 투자회사가 아니면서도 뮤추얼펀드의 사업방식을 도입해, 기업의 횡포를 막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환경.교육.노동.언론.지적재산권 등을 대상으로 한 펀드를 만들고, 각 분야에서 정해진 사업에 이를 활용한다. 펀드의 매니저들은 저항을 꾸려나가는 당사자들이다. 펀드 운영의 결과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화폐적 이득이 아니라 문화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기대다. 이제까지 아트마크가 벌인 사업들은 현실에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저항 방식의 심각성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이들은 세계무역기구(WTO),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조지 부시, 오스트리아의 나치당, 미국 기업 맥도널드 등과 비슷한 도메인 이름을 지닌 패러디 사이트를 통해 각각의 공식 사이트를 비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영화 (타이타닉) 제작 때 환경오염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여론 전파, 잘 알려진 바비인형 3천여개에 전혀 다른 음성을 넣어 유통시키면서 고정화한 성 역할을 조롱한 바비 해방군 사업, 멕시코 사파티스타 운동을 옹호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와 멕시코 정부의 웹사이트들을 공격하는 플러드넷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등도 이들의 사업내용에 포함돼 있다. 아트마크의 장점은 저항의 유연성에 있다. 이들은 문화적 저항의 전략과 전술들을 다양하고 재치있게 구사한다. 물론 저항을 유희처럼 전락시키는 경향이 있고, 타자에 대한 물리적 손상을 제한하는 사업원칙이 저항의 강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트마크는 그동안 없었던 전자 저항의 실험을 이끌면서, 인터넷을 통해 사회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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