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할리우드발 저작권 시비

디지털 사회]할리우드발 저작권 시비 [한겨레]2000-07-28 02판 26면 1207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정보는 자유롭고 싶다'고 했던가. 이 말은 정보가 지닌 공유적 특성을 가리키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논쟁의 불씨도 담고 있다. 저작권 옹호자들에게는 이 말이 도전과 같기 때문이다. 최근 저작권 시비의 바람이 또다시 일고 있다. 발원지는 할리우드다.전세계 영화판을 좌우하는 미국영화협회(MPAA)가 해커 잡지 (2600)의 편집인인 에릭 콜리를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전설적 해커인 케빈 미트닉의 석방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한 (2600)은 첨단의 해킹 기법들을 다뤄, 기업의 시스템 관리자들에게는 항상 요주의 대상이었다. 에릭 콜리의 변호를 마틴 가버스가 주도한다는 점도 재미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수정헌법의 옹호자이며, '악마의 시'로 이슬람 모독 논란을 불렀던 작가 살만 루시디를 변호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저작권 시비의 발단은 노르웨이의 16살짜리 학생 요한센이 만든 리눅스용 암호해독용 프로그램 'DeCSS'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선풍적으로 팔리는 디브이디(DVD) 영화디스크의 튼튼한 암호코드를 무력화시켰다. 암호코드가 풀리면, 영화디스크는 끝없이 복제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유포될 수 있다. 할리우드의 디지털 상품 체계가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저작권 시비로 이어졌다. 콜리는 이미 (2600)의 웹사이트에 이 프로그램를 등록.공개했다가, 지난 1월 연방 지방법원으로부터 이를 삭제하도록 강제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저작권 시비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구할 수 있는 400개 이상의 웹사이트를 자신의 웹페이지에 링크시켰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1998년에 제정된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을 따르면, 저작물에 대한 기술적 보안장치를 우회해 그것을 일반에 공개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해커쪽 변호사인 가버스는 이 저작권법이 저작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유, 즉 `정당한 사용'을 보장한 수정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저작물 이용자들의 권리보다, 디지털 상품에 대한 할리우드의 통제권 쪽의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다. 피고쪽은 이 사건의 판결을 맡은 루이스 카플란 판사가 원고쪽과 사적인 관련성이 있다면서 재판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해 놓고 있다. `자유롭고 싶은 정보'는 어느 쪽으로 향할까? 현재로선 결과가 뻔해 보이지만, 그래도 왠지 실제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 기다려진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