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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학교에 나왔으나, 아무도 없다. 남들 쉴 때, 뭔가 하러나오는 것처럼 고단한 일이 없다. 오늘밤 날이 추워진다고 해서인지, 오후엔 바람까지 몰아친다. 오피스 고양이가 그나마 내리쬐는 햇빛을 받고 디비져 눕는다. 내가 연신 왔다갖다 하며 그림자를 만드니 짜증이 나는지 계속 야옹거린다. 이 고양이의 인생은 참 단조롭다. 사료를 먹어버릇해 인간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거들터도 안보는 이 놈은 하루종일 밖에서 돌아가는 세상 일에 관심도 없다. 서너평되는 공간 안에서 맴돌다, 배가 출출하면 먹다 졸리면 디비진다. 그녀의 일상이다. 걱정없이 사니 부럽고, 삶의 운폭이 한 뼘이라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다. 오늘만은 요놈의 인생과 내 인생이 하나다.

항상 그래왔지만 연말과 연초에 노는 일들보다 바쁘게 뭔가 해야할 일들이 더 많았던 듯 싶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지나가는 한해를 붙들어보려 바둥거리는 것인지, 한해에 해야할 것들이 연말과 연초에 쌓인다. 몇일 있으면 한국에 다시 들어간다. 올해는 여행도 많이 다녔다. 6월부터 영국, 싱가폴, 한국 두 차례,  워싱턴, 덴버, 이제 다시 한국까지... 취소한 캐나다 여행까지 치면 여행다니다 반년을 까먹었다.  유목하며 보내는 세월이 모자라 또 다른 유목을 너무 장황히 다녔다. 내년에는 오스틴에 틀어박혀 논문 끝내고, 한 곳에 정착하는 원년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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