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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디지털세상] 08. 05 구글, 인간 의식의 독점꾼 혹은 무한한 정보의 친절한 길잡이?

2008년 5월호

이광석 


필자는 5년 전에 한국의 모 일간신문에 구글의 정보검색 독점을 경고한 적이 있다. ‘구글레오폴리’(Google-opoly)란 신조어를 인용해 당시 구글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을 썼다. 구글과 모노폴리(독점)를 합쳐 만든 이 개념은, 구글의 시장독점 논리를 경계하는데 적절한 표현이었다.

재작년 여름에 옥스퍼드 대학의 인터넷연구소(OII)에서 런던 정경대(LSE)에 다니는 엘리자벳 쿠버링이란 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박사논문으로 구글의 검색 독점화에 대한 정치경제 분석을 한다고 했다. 구글은 필자나 엘리자벳과 같은 이들에겐 장차 신경제를 지배할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겐 성장의 상징으로 읽힌다.

익사이트,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인포시크, 마젤란, 웹크롤러. 이젠 사라진 검색엔진들의 이름이다. 인터넷 초창기엔 이들의 춘추전국시대였다. 구글은 이 모든 서치엔진을 빠른 시간 내에 평정했다. 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두 학생이 만든 검색 사이트가 불과 몇 년 만에 검색 시장을 석권했고, 이젠 그 사업 반경을 끝없이 넓히고 있다. 구글이란 이름이 ‘구골’(googol)이란 일종의 무한대의 숫자 개념에서 생겨났듯, 구글은 인간이 참고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길을 안내하는 미래 길잡이가 되기를 자처한다. 구글이 지배하는 신경제에선 구글 검색 순위의 꼭대기에 올라야 생존할 수 있다. 세뇌라도 해서 항상 기억에 남길 원하는 수많은 기업들에겐 구글의 검색 로봇은 사활을 책임진 신의 존재가 된다. 구글은 기본 검색기능에서 출발해, 이용자의 특정 물건의 이미지와 가격 정보를 서로 다른 자원으로부터 비교해 찾는 ‘프루글’ 서비스, 위성사진을 통해 특정 장소를 찾아들어가는 ‘구글 지구’ 서비스, 유튜브의 인수 등 지금까지 승승장구의 길을 걷고 있다.  

무 엇보다 구글 지구 서비스를 처음 봤을 때, 이는 유저들에겐 충격 그 자체였다. 매 클릭 순간에, 어디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위성사진이 줌인되면서 내가 사는 거리며 주차장에 주차한 자동차, 그리고 집 지붕 위까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다. 가고자 하는 곳을 찾아주고, 찾고자 하는 정보의 길라잡이로 나서고, 어지간한 관련 이미지 정보의 링크를 보여주고, 미국 정부 문서와 연동해 각종 보고서의 위치를 찾아주는 구글의 서비스는, 인간이 몸과 두뇌로 할 것들을 단순 키워드로 그 길에 이르게 한다. 생각의 시발점과 찾아야 할 정보의 첫 관문에 구글이 점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구글은 인터넷 검색뿐만 아니라 이동 중에도 어디서나 함께할 수 있는 휴대폰 콘텐츠 시장으로의 진출을 겨냥한다. 이미 애플 아이폰 등 몇몇 휴대폰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구글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 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통해 폭넓게 검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할 채비중이다. 애플마냥 단독으로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어 자신의 콘텐츠로 무장한 구글폰이 나올 법도 하다. 그들의 능력이 경이롭긴 하나, 우리의 인식지도를 장악해가는 구글의 힘이 내심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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