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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디지털세상] 08. 09 휴대폰 인터페이스의 진화, 키패드에서 터치스크린으로

2008년 9월호 이광석 



휴 대하며 통화하는 통신의 기능을 벗어나 휴대폰은 다양한 기술을 흡수하고 통합하는 추세다. 지난호에 휴대폰 진화의 대강을 살펴보았던 것처럼, 기술 진화의 끝을 가늠키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휴대폰에 있어 컨버전스(기술 융합)라 하면, 카메라 기능, 음성 녹음, 오디오 재생, 비디오 녹화, 게임기, 텔레비전 시청, 개인 휴대용 단말기(PDA) 등 한때 따로 존재하던 기술과 기능이 기존의 통화 기능에 합해지고 첨가되는 상황을 지칭한다. 휴대폰 하나에, 흩어지고 분산됐던 기능들이 합쳐지고 작아지면서 그 기술이 향상되는 속도와 방향은 실제 짐작조차 힘들다.

휴대폰 기술 가운데 유저와 기기 간의 친화력을 돕는 인터페이스의 진화에도 끝이 없다. 유선전화의 시대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돌리는 다이얼은 한 번 실수에 다시 이를 돌리는 수고를 감내하면서 살아야 했다. 동네 공중전화와 가정용 전화가 서서히 다이얼에서 키패드로 대체되면서, 이는 현재까지 가장 흔히 쓰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무선 휴대폰은 유선전화의 키패드 방식을 그대로 자신의 유산으로 받아들였다. 블랙베리 휴대폰은 누르는 확장 키패드와 이메일 기능으로 그 전성기를 누렸던 사례다.

휴대폰의 키패드는 엄지 손가락의 질감을 통해 원하는 키를 잡아내는 정확성을 부여해, 단숨에 문자를 찍어 보내는 데 수월하다. 하지만 키패드는 최근 각광받는 터치스크린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키패드 확장의 가능성을 따라잡진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출시된 아이폰 2.0과 국내에서 생산된 휴대폰의 터치스크린에는 다양한 국제어 확장 기능을 유저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순간 기능 이동이 원활한 장점이 있다. 누르는 키패드에서 손끝으로 펼치는 터치스크린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를 맞는 휴대폰 인터페이스 진화로 봐야 한다. 키패드는 명령 구조가 연결돼 있어서 원하는 곳을 찾아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터치스크린은 넘나듦이 자유롭다. 예컨대, 터치스크린은 화면이동과 스크롤링을 화살표 키로 움직이기보단 단순히 손끝을 위아래로 끌어올리고 내리는 것만으로 쉽게 가능하다. 화면의 줌인과 줌아웃이 엄지와 검지를 원하는 곳에 대고 오므리고 벌리는 것만으로 자유자재로 이뤄진다. 자동차에 탑재된 위치정보시스템(GPS)이나 더블클릭 명령을 이용한 구글 지도에도 이와 같은 기능을 도입한 지 오래다. 휴대폰 스크린의 한 곳에 화면을 잡아끌고 당기고 밀어내고 하면서, 멀티 화면 검색도 가능하다. 이도 키패드 화면에서 불가능한 것들이다.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서 바로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터치스크린만의 장점이다. 물론 키패드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 자판 에러 발생률이 30~40%에 이르는 것을 보면 터치스크린도 한계가 있긴 하다.

최근 일본에선 동공의 움직임에 따라 스크린의 화면이 반응하는 휴대폰 인터페이스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손가락이나 펜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단계에서 시선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진화의 단계까지 온 것이다. 무엇보다 키패드에서 터치스크린의 진화는 인터넷의 하이퍼링크만큼 유저에게 작은 기기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자유로운 넘나듦을 선사해주고 있다. 기술적으로 아날로그 폰의 시대를 훨씬 지났지만, 그 인터페이스에서 있어선 이제서야 디지털 시대의 서막을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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