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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디지털세상] 08. 11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디지털 리더 기술

2008년 11월호


이광석


한때 종이책과 신문이 역사와 함께 사라질 것이란 예언이 있었다. 한창 디지털기술이 사회 곳곳에 영향을 주면서 그에 열광하던 시절에 나돌던 얘기다. 허나 여전히 종이로 만들어진 책은 잘 팔리고, 종이신문은 아직 그럭저럭 판매부수를 유지한다.   

미래 첨단 기술을 엿볼 수 있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우린 미래 신문의 모습을 맛볼 수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 직장인이 읽고 있던 전자 리더형 신문은 아직도 눈앞에 삼삼하다. 직장인이 보던 전자신문이 그날 톱뉴스를 업데이트하면서, 쫓기던 톰 크루즈의 얼굴과 관련 기사가 그 신문의 화면 위로 포개지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최근에는 미국 대선 후보들의 책들이 인쇄본 없이 전자책으로만 출판되는 경향도 있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전자책을 구입해 보고 필요한 부분은 각자 알아서 인쇄해보라는 얘기다. 인쇄된 책의 옵션으로만 머물렀던 전자책이, 이젠 인쇄본 없이도 존재한다. 독자가 누리는 손끝에 감기는 종이의 질감을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도 대체하지 못하지만, 점점 더 인쇄본보단 전자 문서의 상태로 글을 읽는 빈도 또한 느는 것도 사실이다.

전자책을 읽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 필요하다. 그것이 전자책 리더기의 몫이다. 종이책을 대체하는 읽기전용 리더기가 주춤하다, 최근 여러 기업들에서 앞다퉈 신모델들을 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렉스 기술 (iRex Technologies)의 디지털 리더기와 플라스틱 로직(The Plastic Logic)의 e-리더기 등이 현재 전자 신문 리더기 시장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복사용지 크기에 휨이 강한, 아주 얇은 크기의 이 리더기들은 보통 1기가 바이트의 메모리 카드에 2만여 장의 신문 내용을 축적할 수 있다. 게다가 다양한 형식의 미디어 확장자 모드(html, pdf, 혹은 파워포인트 형식)를 지원한다.

현재 전자 리더기 기술의 향배는 디스플레이 기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잉크사(E Ink)가 현재 그 부분에서 앞서나가고 있으며, 소니사의 ‘이리더’(eReader), 아마존닷컴의 ‘킨들’(Kindle)과 같은 전자북 리더기에 이 기술이 쓰이고 있다. 전자잉크의 기술은 흑백의 정확한 문체를 기본으로 하는 전자 식자 디자인이다. 아직까지 이러한 전자신문과 전자북을 위한 리더기들은 가격이 싸지 않다. 게다가 대체재적 성격을 지닌 일반 미니 노트북과 각종 휴대용 통신기기의 출시로, 리더기들의 기술적 특성이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전자신문 리더기가 살려면 지금보다 가볍고 유연하게 구겨서 주머니나 가방에 넣을 수 있는 모델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물론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것같은 실시간 뉴스 업데이트가 가능한 무선 지원도 필수 사항이다.

전 자북 리더기도 사실상 새로운 논리가 필요하다. 특히 아동용 서적의 전자화는 다른 서적보다 빠르게 진척돼야 할 부분이다. 터치스크린으로 상호작용하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 설명을 눌러 찾고, 컬러판의 시원한 삽화 이미지들이 움직이고, 쉽고 부담없이 보고 구입할 수 있는 아동용 전자북과 그에 발맞춘 리더기가 개발될 필요가 있다. 전자북 리더기가 살 길은 종이책이 갖고 있는 질감을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가진 기술적 장점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아직까지 리더기가 GPS 내비게이션과 같은 액세서리만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데는 그만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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