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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 미래 기술의 필살기 - 인터페이스의 기술, 청소년 문화, 모바일 기동성에 달려

2009년 1월호





미래 기술의 필살기 - 인터페이스의 기술, 청소년 문화, 모바일 기동성에 달려


이광석


지나간 흔적에 대해 꼼꼼하게 관찰하지 않고, 다짜고짜 미래를 가늠한다는 것은 가히 점집에서나 일어날 일이다. 새해 토종비결을 보듯 미래 기술의 향배를 살필 순 없는 노릇이다. 운의 영역에 머무는 사주나 토종비결과 달리, 경제와 사회의 영역은 이미 지나갔던 과거의 흔적들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한다. 
필자는 올해 첫 호 지면을 통해 앞으로 창창할 디지털 기술의 영역을 짚어보려 한다. 이미 지난 한 해 열두 꼭지에 걸쳐 디지털 기술의 동향을 살펴보았다. 이를 근거로 필자가 주목하는 영역은 다음과 같다. 인터페이스의 기술, 청소년 문화, 그리고 모바일 기동성. 점집 용어로 말하자면 셋을 살리면 대박이요, 억누르면 쪽박이다. 


인터페이스 기술에 문화가 바뀐다

인터페이스 기술과 관련해선 이미 휴대폰의 진화를 통해 언급한 적이 있다. 키패드에서 터치스크린형으로의 기술 전개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진화를 알리는 서곡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는 단순히 이제까지 키패드에 기댄 엄지족들의 멸종을 알리는 것만이 아니다. 새로운 터치스크린형은 디지털 문화 혹은 모바일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위젯’(Widgets)으로 알려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돼 끊임없이 휴대폰에 들러붙으면서 시장에 수많은 벤처들이 들고 날 것이다. 시장은 문화와 상호 조응한다. 이에 따라 휴대폰을 쓰는 유저는 걸으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연결하는 새로운 인간형으로 탄생할지도 모른다. 올 4월에 개방형 체제인 아이폰과 구글폰 등이 밀려와 국내의 터치폰들에 합세하면, 명실공히 ‘위젯족’이 등장하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인 터페이스의 응용은 게임에서도 돋보인다. 닌텐도 위(Wii)게임은 유저와 게임 간 인터페이스를 뒤바꾼다. 전통적으로 게임기 조이스틱의 의미가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른 디지털 캐릭터의 반응을 주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팔과 몸의 움직임에 캐릭터가 반응하는 것으로 발달한다. 캐릭터들의 보다 완벽한 운동의 실제감을 주는 방식으로 인터페이스가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이용자 그래픽 환경에만 신경을 써왔던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를 떠올리면 닌텐도의 감각은 크게 앞서있다. 또한 위를 이용한 건강 체형 유지, 위 캐릭터로 만드는 아바타 등은 닌텐도 위를 사실상 대중 문화의 위치로 등극시킨다. UCC 동영상에는 닌텐도 위로 만든 수많은 위 아바타들이 등장해, 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필자가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기술과 문화와의 교배 혹은 잡종이 시장 지배력의 관건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청소년 문화를 잘 살펴라

기술과 문화의 교배 혹은 잡종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소구력있는 집단은 역시 청소년층이다. 닌텐도 위와 휴대폰 문화를 좌우하는 층도 역시 청소년이다. 기발하고 재기발랄한 감성을 지닌 청소년은 디지털 정보의 자유로운 특성과 많이 닮아있다. 패러디, 답글, UCC 문화, 블로깅, 인터넷폐인 문화, 새로운 디지털 문화의 형성 가운데에 청소년이 존재한다. 중독의 부작용도 존재하나, 기술에 대한 감수성을 지니고 맨 앞 전위에 서 있는 그룹 역시 그들이다. 기업들의 사활은 이들에 대한 파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작권과 관련해 지적한 것처럼, 단순히 이들의 파일교환 행위들을 불법화하는 것보다 이들의 문화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춰 반응할 필요가 있다. 누리꾼 문화를 보라. 제약으로부터 멀수록 창작 과잉과 풍부한 상상력이 발휘된다. 미래 문화산업의 관건은 이들의 정보 이용 패턴을  살피는 융통성과 상식에 근거한 저작권 행사에 달려 있다. 그래서, 미국의 유명한 스탠포드 법대 레식 교수는 현대의 디지털 문화를 둘로 구분한다. 하나는 ‘RO (Read Only) 문화’요, 다른 하나는 ‘RW (Read & Write) 문화’다. 말그대로 ‘RO’는 ‘읽기전용 문화’요, RW는 ‘변용가능 문화’다. 물론 그는 후자로부터 창작이 꽃을 피운다고 본다. ‘RW’를 보듬어 안아야 시장의 미래가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RW’문화의 핵심에 청소년층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단순히 강압의 논리로 시장의 룰을 세우기보단, 청소년들의 ‘RW문화’가 어찌 변해나가는지에 대한 추이를 살피는 노력이 선행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애플사의 아이튠이 미국 최대의 음악서비스 제공업자가 된 바탕에는, 그들 스스로 젊은 층의 ‘RW 문화’를 간파하고 이들의 문화를 시장의 영역으로 끌고 왔다는 점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래 디지털 시장의 성패는 이들 문화에 대한 이해로부터 가능하다.    


모바일 기동성은 미래 기술의 근간이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기동성이다. 넷북, PMP,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휴대폰 등 매체의 시연은 안방을 넘어섰다. 한때 전화도 붙박이였고, 아직 텔레비전만 해도 가족들이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는 매체 수단으로 남아있다. 이제 가족의 여가 시간은 밖에서 보다 많이 소비된다. 그러다 보니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과 맞벌이들에게는,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고 아는 이들과 소통하며 나름대로 혼자 거리에서 오락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장비들이 필수품으로 등장한다. 어디서든 휴대폰 장비를 이용해 버스 안에서 DMB방송을 보거나, 모르는 길을 내비게이션으로 찾고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휴대폰이나 넷북으로 근처 와이브로나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습을 흔히 발견하게 된다. RFID와 같은 위치추적용 칩은, 기동성을 잘 살린 기술로 상대의 위치를 찾아주는 데 효과적이다. 심각한 프라이버시 문제를 지니지만, 아동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장치로는 적격이다. 이렇듯 ‘움직이는 중’에 소통하는 개인 디지털 장비의 세상이다. 미래 개인 미디어 시장은 움직이는 중에 주파수를 잘 잡아내고 유저들이 원하는 정보를 잘 처리하는 장비에 손이 갈 것임이 분명하다. 걸어가는 중에 문자는 물론, 이메일을 보내고 인터넷 검색하고 음악을 듣고 파워포인트로 발제를 준비하며 하루 일정을 점검하고 날씨를 확인하고 뉴스 브리핑 서비스를 받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이미 아이폰은 작은 기기 하나로 이 모든 것을 구현하고 있다. 

이제까지 지적한 인터페이스, 청소년 문화, 그리고 모바일 기동성은 미래 기술의 필살기다. 이 셋은 적어도 디지털 소비형 기술과 관련해 업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신경을 써야 될 부분이요, 성장 영역이다. 이 중의 어느 하나라도 개발될 기술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쉽게 스러질 것이요, 이 셋을 적절히 배합한다면 운수대통의 ‘명’을 지닐 것임이 분명하다.
물론 그 방식은 청소년들의 섬세함을 배려하면서, 모바일 기동성으로 말미암은 위험성을 고려해 이뤄져야 함은 기본이다. 전자는 ‘RW문화’의 폭넓은 적용으로 구현돼야 할 부분이고, 후자는 프라이버시 보호의 원칙이 기술 디자인에 반영돼야 함을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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