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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디지털세상] 스카이프를 위협하는 구글 보이스, 그리고 소비자의 미래는?

스카이프를 위협하는 구글 보이스, 그리고 소비자의 미래는?


2009. 4.

이광석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요새 이베이의 스카이프(Skype)에 재미가 한참 붙었다. 미국에서 그리 오래 유학 생활을 하면서도 한국에 전화할 때면 으레 전화카드를 고집했다. 박사 논문 심사 때도 한 교수와 스피커폰으로 연결해 전화 통화를 했다. 이제와 생각하면, 스카이프와 같은 그 편한 인터넷 화상 전화를 왜 안 썼을까 후회막급이다. 통화 음질도 떨어지는 스피커폰에 매달려 교수의 코멘트를 들으려 애썼던 시절이 있었다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온다. 게다가 10여 년 간 타향에서 손주 커가는 모습을 그리도 보고싶어 했던 부모님에게 왜 그 간단한 PC카메라 하나 설치 못 해드렸을까. 다 내 게으름의 소치였다.  


그런데 그 게으름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 밖으로부터 찾아왔다. 귀국 후 우연히 호주에 있는 교수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한 교수의 권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스카이프 프로그램을 깔게 됐다. 그로부터 인터넷 쓰는 습관에 변화가 생겼다. 작게는 아내랑 스카이프를 통해 서로 화상으로 보면서 하루 일과와 안부를 묻는 것이 일상이 됐다. 부부가 바깥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오후 늦게 아이의 안부를 묻는데 스카이프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 이모티콘을 날리면서 아들과 채팅하는 맛도 그만이다. 외국에 흩어져있는 박사 동기들과 얼굴을 확인하며 인터넷 전화를 하는 시간도 늘었다. 국제 전화비가 아까워서 이제까지 못했던 전화들을 돌려댔다. 직장 일과 관련해선, 인터뷰를 하는데 이 이상 좋은 화상 회의 장치가 없다. 최근엔 외국의 수업시간 중에 스카이프를 이용해 외국 학생들과 한 30여 분간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진 적도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무료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보라! 휴대폰도 있지만, 경제적인 통화 요금과 통화 상대자에 대한 배려(상대가 전화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라는 점에서 스카이프만 못하다. 룩셈부르크의 스카이프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스카이프는, 2005년 이베이에 팔리면서 인터넷 통화의 대명사로 등극했다. 저렴한 국제 통화와 무료 인터넷 통화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면서 4억의 가입자와 매일 35만 명의 이용자로 전 세계 시장을 재패했다. ‘무료경제’(free conomy)의 원리를 통해 가입자를 모으고, 휴대폰이나 국제 전화 등 부가 서비스를 통해 이윤을 취하는 방식이 잘 먹혔던 것이다. 그런데, 이같이 무소불위로 커가던 스카이프에 강적이 나타났다. 구글이 얼마 전, ‘구글 보이스’(Google Voice)라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왔다.


구글 보이스는 스카이프보다 국제 휴대폰 통화시 통화료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게다가 휴대폰, 집 전화, 인터넷 전화 등을 통합해 벨이 울리게 하는 서비스도 선보인다. 전화 음성을 문자로 바꿔 인터넷에서 마치 메일 내용을 확인하듯 볼 수도 있게 한다 하니 인터넷 전화 서비스의 새 장을 열 것으로 보인다. 구글 메일처럼 통화내용을 리스트로 확인하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두 거대 사업자들 간의 인터넷 전화 영역에서의 싸움이 어찌될지는 아직까지 분명치 않다. 다만 일개 소비자로서, 이 새로운 서비스의 편리함 뒤에 숨겨진, 음성 통화의 문자화 기술에 슬며시 두려움이 밀려온다. 구글 보이스를 통해 어디서든 기록되는 전화 통화는, 이제 더 이상 정보기관의 감청에 의한 사생활 침해 사례에 국한되지 않는 ‘투명한’ 세계를 의미한다. 누구나 사적 통화 내역을 마음만 먹으면 들춰 볼 수 있는 세상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모든 첨단 영역에서 독점력을 행사하는 ‘구글’ 서비스란 점에서 더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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