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09. 11. 아이폰 국내 도입에서 정보공유 정신을 보라!

+ 작년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에 제가 썼던 글이네요. 아직도 우리가 정신 못차리거나 유효한 내용들이 많아 보입니다.+

 

아이폰 국내 도입에서 정보공유 정신을 보라!

 

2009. 11. 월간 통

 

이광석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온다. 어렵사리 들어오는 기기이니 즐겁게 받아들이고 이제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자. 이제까지 국내에 들어왔던 웹2.0 기업들이 크게 시장에서 재미를 못보거나 철수한 것에 너무 즐거워할 이유도 없다. 그들에게 한국의 특수한 토양이 맞지 않았지만, 우리의 시장 폐쇄성도 그들을 내치는데 한몫했다. 그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것도 자축할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본적으로 게임의 룰만은 공정해야 한다. 여기서 물론 ‘우리’는 정부나 사업자들일 수도 있지만, 일반 소비자이자 시민들이다. 기본은 공익이고, 이들을 중심에 놓고 판단해야 한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는데 이제까지 문제가 됐던 것은 정부보다는 우리의 이동통신업계의 뜨뜨미지근한 자세였다. 기존에 무선인터넷 영역을 상업화하여 이로부터 수익을 크게 얻는 구조를 쉬 버리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아직까지도 이통사는 고민 중이다. 그러나, 소탐대실이라 하지 않았던가. 당장 눈앞의 작은 것을 버리면 앞으로 적어도 수십년 이상은 한국사회의 모바일 어플 콘텐츠업계의 활성화와 다종다양한 신생 서비스가 생길 것이다. 이찬진 사장이 아이폰 전도사로 나서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아이폰 수입을 허하라 성명서를 내는 판이다. 눈앞의 이윤보다 시장 성장의 가능성을 봐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폰은 시장의 논리이기 전에 정보 공유의 논리로 커 왔다. 그것이 미래 경제 모델인 ‘리믹스’(remix) 경제의 모습이다. 돈을 벌더라도 정보재가 지닌 공유 문화의 철학을 따라야한다는 것이 리믹스 경제의 요체다. 이 법칙을 거스르곤 미래에 성공은 고사하고 쪽박 차기 알맞다. 이미 작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에서도 이를 인정했다. 구글을 롤모델로 삼는 삼성도 ‘프리경제’(freeconomy)하에서 이용자들의 문화적 패턴을 읽고 그 속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박리다매의 신경제 모델을 내놓은 적이 있다.

 

   자 아이폰은 무엇인가? 전화보다 어플리케이션의 부가 기능이 중심이 되고, 그러자면 무선 인터넷이 중심에 서는 모바일 기기다. 매달 전화비를 내지만 미국 소비자들 대부분은 무선 접속 공간에 노출돼 있다. 게다가 AT&T가 자사의 3G차세대 모바일망을 스카이프 인터넷전화(VoIP)에 개방한다는 발표는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 시장 이윤도 이윤이지만 최소한의 망 개방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용인된다는 점을 주목하라. 이것이 시장을 죽이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은 대다수의 가정들이 무선 인터넷 네트워크를 공유한다. 어떤 사람들은 옆집과 자신의 와이파이 대역을 함께 나눠 쓰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우리의 무선인터넷을 ‘와이파이’라 부른다. 이는 철저히 공유의 철학에 기반한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오스틴 등은 무선인터넷 천국으로 꼽힌다. 이 도시들이 천국인 이유는 시민단체들과 시당국이 무료로 시민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핫스팟(와이파이 안테나 반경이 미치는 구역)을 공원, 도서관, 카페 등에 무료로 계속해서 구축해 나가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기업들이 이 틈을 그냥 놔두질 않는다. 좀더 고품질로 이 분야에 진출하고, 우리의 ‘와이브로’(WiBro)처럼 와이맥스(WiMAX)라는 기술이 와이파이를 보완해 나옴으로써 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와이파이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파 거리나 전송 속도에서 상업용에 비해 무선인터넷은 한참 처진다. 그래도 시민들을 위한 와이파이의 자유정신은 건재하다. 연방 정부와 주정부, 각급 공공 기관들에서조차 무선인터넷을 공익에 근거한 정보격차 해소방안으로 삼고 있다. 미국에서 광통신망 건설이 우리처럼 확대되지 못한 상황에서 무선인터넷이 근 몇 년간 이를 보완하는 인터넷 접속로 구실을 했다. 마치 우리의 인터넷방 문화처럼 미국에서 무선인터넷은 느리지만 누구나 무임승차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이처럼 공유 모델에 의해 자리잡은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덕을 본 것은 애플의 아이팟이나 아이폰이다. 개방된 무선망에 휴대용 터치스크린 폰 이상 잘 들어맞는 기기는 없다. 애플은 이미 오래 전에 말 많던 누리꾼들의 ‘불법’ 음악공유 문화에 상업 모델을 적용시켜 성공했던 전례가 있다. 애플은 곡당 저가의 요금으로 그리고 아무 기술적 잠금장치없이 내려받기가 가능한 아이튠 음악제공 서비스를 진작에 실시해 큰 성공을 이뤄냈다. 애플이 그 험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세에도 무너지지 않은 까닭은 애플의 문화 적응력에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도 아이폰 도입에서 이처럼 기술 개발과 서비스에 있어서 공유와 개방의 철학을 배워야 한다.

 

  물론 스티브 잡스가 모든 측면에서 비상업적 개방성을 지향하는 인물은 아니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안다. 그도 전문경영인이요 이윤을 따라 움직인다. 허나 무선인터넷에 대한 커뮤니티 차원의 운동 그리고 주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등이 결국 오늘의 아이폰 명성이나 개방형 기술들을 낳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