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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디지털세상] 08. 12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의 대안적 라이선스 모델이 뜬다

2008년 12월호

이광석 



연 초에 필자가 연재를 시작하면서 누누이 강조했던 것은, 한 사회의 기술은 문화와의 접점 속에서 발전하며 이를 배제하곤 어떤 기술도 시장에서 오래 버틸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있어서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은 종종 무시된다. 개인 파일교환(P2P)의 초기 형태였던, 냅스터나 소리바다 시절에만 해도 이용자들은 불법의 악성 유저들에다 음반 매출 하락의 원인제공자로 도매금됐다. 당시 업계의 어느 누구도 새로운 유저 문화에 반응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저가의 제한없는 MP3 다운로드 서비스를 벌이고 있지만, 당시에 음반업계는 유저들을 범죄자로 모는 데 급급했다. 유저들의 변화하는 정서를 읽는데 그 반응이 늦은 사례다. 이는 구태의연한 저작권의 잣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디지털 정보 이용의 방식과 태도에 대한 앞선 통찰이 필요함을 말한다.

디지털이 물질 재화의 논리와 다르다는 점은 이젠 상식이다. 무한히 복제할 수 있고 한 번 퍼지면 제어 불가능하고 타인의 이용이 자신의 이용을 전혀 거스르지 않는다는 점은 정보재의 특성 중 기본 사항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과거 물질재의 논리로 정보재에 재산권을 행사하려 함은 이치에 닿지 않는 해괴한 일이다. 저작권에는 보호기간이 있고 보호 범위가 있고 그것의 제한 항목이 존재한다. 물질재처럼 영구적인 사적 점유와 다르게, 한시적 법의 규약을 통해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한다. 물론 그 기간이 만료된 저작물들은 공적 영역에 들어가 제2, 제3의 창작자에게 자유롭게 유통될 운명에 처한다. 인류의 지적 자원으로부터 창작자의 저작물이 혜택과 영감을 얻듯, 받은 영감을 다시 인류에 되돌려 주는 것이 저작권의 직무다.

현실은 다르다. 저작권이라는 저자의 최소 보상권리는 인류에 공헌할 지식의 저장고로써 기능함을 원칙으로 놓아야 하지만, 지나치게 사적 재산권 행사의 장이 되고 있다. 저작권을 제한한다고 마련한 ‘공정한 이용’ 혹은 ‘저작권의 제한’도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이처럼 현실 제도와 법이 변화된 디지털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선 대안적 라이선스 모델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CCL)를 내놓았다. 국내에도 법학자들의 소개로 이 CCL이 보급되고 있고, 국내 자체로 개발된 ‘정보공유 라이선스 2.0’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다. CCL이나 국내의 정보공유 라이선스는 정보와 미디어 콘텐츠의 무리한 사유화와 불공정의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또 다른 공정 시장 기제라 보면 된다. 이는 제3의 창작자에게 저작물의 변경과 사적 이용의 자유를 크게 신장시킨다. 요새와 같은 다양성과 창작 과잉의 시대에 걸맞는, 저작물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 모델인 셈이다.

무엇보다 인터넷 유저에 의해 수도 없이 만들어지는 UCC,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서 생산되는 유저들의 글과 이미지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대한 마땅한 권리보호 기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저들의 UCC 등에 포털업체가 그 저작 권리를 내세우는 형국이 되선 곤란하다. 사실상 CCL 등을 통해 유저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 이용의 공적인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미래의 문화 풍요와 직결된다. 기술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패턴 변화를 읽고 그 흐름을 따르는 자가 바로 시장의 고수가 됨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현행 저작권도 그 길을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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