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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디지털세상] 08. 10

2008년 10월호

이광석 


얼 마 전 구글이 자신의 웹 브라우저인 크롬(Chrome) 시험판을 공식 배포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브라우저 시장 독점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브라우저의 기능이 기본적으로 정보 검색을 통해 원하는 곳에 당도하는 길잡이라 본다면, 인터넷에서 우리의 갈 길을 결정하는 검색 구글의 브라우저 시장 진출은 이미 내정된 일인지도 모른다. 이는 또 다른 웹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가 일부 인터넷 유저의 인기를 꾸준히 얻으며 MS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찰나에 벌어진 일이다.
전통적 산업 부문과 달리 새로운 기술 영역은 아직도 시장 경쟁의 기회가 존재한다. 현재 전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MS가 아직 7할이 조금 넘는 선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그러나 파이어폭스가 서서히 MS의 시장 지배력을 갉아먹고, 맥 유저는 꾸준히 매킨토시 전용의 프로그램 사파리를 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구글의 크롬이 웹브라우저 시장 경쟁에 합세한 것이다.

90년대 초 월드와이드웹(WWW)이라는 그래픽 인터페이스 사용자(GUI) 환경은 인터넷을 대중화시키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웹을 검색하는 데 모자이크라는 브라우저가 처음 상용화되고, 그 후속판으로 넷스케이프사의 네비게이터가 만들어지면서 인터넷 ‘서핑’의 개념이 생기고 그 이용자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초창기만 해도 웹브라우저 시장은 넷스케이프의 네비게이터가 지배적이었다. 허나 MS가 윈도 시스템의 독점을 이용해 자사의 익스플로러를 자동 설치하게 만듦으로써, 브라우저 시장에서 넷스케이프를 영영 퇴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MS에 멍들고 쓰러진 넷스케이프는 가만히 자멸하진 않았다. 자신의 소스 코드를 일반 유저에게 공개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남겨진 소스 코드들은 유저들 스스로 버그를 찾고 지속적으로 개발돼 파이어폭스를 낳았다. 넷스케이프의 화려한 재기인 셈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진화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는 다른 이방의 것으로 비춰진다. 유저의 99%가 MS 브라우저, 익스플로러에 매달려 있는 대한민국은 전 세계 웹브라우저 기술의 진화와 무관하다는 얘기다. 관공서, 정부기관, 은행 등 어지간한 웹페이지는 소위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돼 있다. 사실상 ‘최적화’는 다양한 브라우저들이 막힘없이 가능할 때 그 의미가 제대로 살아난다. 우리의 ‘최적화’는 하나의 다국적기업에 길들여진 불구화된 모습이다. 유저들이 다른 브라우저를 써본들 불편하고 제대로 화면을 보여주지 못해 답답하니 익스플로러로 다시 되돌리기 일쑤다.

외국에 몇 년 이상 체류한 덕으로 필자는 파이어폭스를 한동안 잘 애용했다. 미국 내 대학들의 도서관, 공공기관, 기업 사이트 모두는 앞서 언급한 모든 브라우저에서 웹페이지를 여는 데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요즘 유저는 파이어폭스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정체불명의 MS 최적화는 외국인들이 국내 사이트를 찾을 때에도 그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오죽했으면 필자가 국내 귀국 이후로 파이어폭스 쓰기를 포기했겠는가. 브라우저의 선택은 유저의 몫이어야 하고, 이는 앞으로 출시될 크롬과 같은 새로운 세대의 브라우저를 껴안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개선될 사항이다. 향후 어쩔 수 없이 국내의 ‘최적화’를 다시 모든 브라우저에 맞게 범용화해야 하는 때가 닥치면, 그 손실과 비용은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국내 정부기관들에서부터 그 ‘최적화’논리를 접고, 브라우저의 ‘범용화’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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