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따뜻한 디지털세상] 08. 07 휴대폰의 끝없는 진화, 어디로?

2008년 7월호

 

이광석




언젠가 필자의 지도교수의 방에서 무전기만한 휴대폰을 본 적이 있다.
거의 골동품 수준의 이것이 1983년 최초 상용화된 모토롤라의 다이나택(DynaTAC) 8000X 모델임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리고 보니 그건 통신정책 전공자인 지도교수만의 유물이었던 셈이다.
거 의 동시에 나온 휴대폰 모델인 노키아 모비라는 라디오 크기에 무게의 압박으로 휴대가 거의 불가능해 자동차 전용으로 출시된 모델이다. 휴대폰을 휴대하기 버거운 시절이었다. 80년대 말 대학 시절에 속칭 삐삐(페이저)를 허리에 차고 다니던 것까지 생각하면, 오늘날의 휴대폰 변화는 거의 혁명에 가깝다.

몇 년 전 네덜란드에서 학생들이 달리는 자전거 위에서 두 손을 핸들에 의지한 채, 작은 키패드를 두드려대며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요, 문화의 차이다. 휴대폰은 통화방식을 바꾸고 문화까지도 바꿨다. 휴대폰으로 대통령을 뽑고, 노동자를 위치추적하고, 은행결제를 하고, 문자메시지, 이메일, 동영상을 보내고, 뉴스를 받아보고, 집회에 사람을 모으고, 텔레비전, 음악, 사진, 게임을 즐기는 세상에 이르렀다. 통신수단의 범위를 넘어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창출하는 도구로도 어필한다. 명품의 브랜드를 걸치면서 과시용으로 팔리기도 한다. 휴대폰이 단지 통신수단의 범위를 넘어 다양한 기능들이 덧붙여지고 콘텐츠가 개발되면서 기업들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돼 가고 있다. 이미 휴대폰은 붙박이 전화통의 숫자를 추월한 지 오래다. 동네사람들이 이장댁의 전화를 빌려쓰던 시대를 불과 사,오십 년 지났을 뿐이다. 이젠 거의 수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모델들이 쏟아져나오고, 그 디자인과 기능도 세련되고 전체 크기와 무게도 점차 경박단소화한다. 휴대폰의 역사에서 큰 획은 1996년에 모토롤라 스타택(StarTAC)일 것이다. 플립형으로 개발된 이 전화기는 이전까지 디자인을 소홀히 했던 업계의 관심을 돌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2002년 블랙베리폰은 이메일 기술과 엄지 키보드로 휴대폰의 기능을 크게 확대했다. 그리고 2007년 애플사의 아이폰은 터치스크린을 기본 입력방식으로 선택하고, 매킨토시 운영시스템을 차용해 그 기능성을 늘리고 있다. 게다가 애플이 막아 놓은 애플리케이션 제한을 불법 ‘탈옥(jailbreaking)’해 쓰면, 그 기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조만간 아이폰2.0이 3세대 모바일 기술을 탑재하고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 진출한다 하니 그도 볼만하다. 이것이 오늘날 휴대폰의 진화 상황이다.

휴대폰 기술이 어디로 갈 것인지, 그 기능이 다른 기술들과 어떻게 상호 소통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가속이 더욱 붙을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속에 채워질 콘텐츠다. 언제, 어디서든 휴대하고 생활의 중심이 돼 가는 휴대폰은 현대인에게 텔레비전 이상의 위력을 지닌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인의 통신비 사용 지출액이 몇 배를 초과하고 있다고 한다. 기기 구입비가 주는 부담이 크다 하나, 향후 콘텐츠 이용에 따르는 부담 또한 상당할 것이다. 게다가 휴대폰의 콘텐츠 논리가 상업적 방식으로만 굴러간다면, 공익 개념은 앞으로 아예 실종된다. 인터넷처럼 시민이 개입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응용해 무료로 교환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 휴대폰 기술의 미래는 밝다. 그 응용 가능성도 무한하다. 허나 내용이 부실하고 이를 이용하는 이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되지 못할 때, 그 기술은 반쪽일 수밖에 없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