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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디지털세상] 08. 03 애플이 문화가 될 때, 소니는 ‘스타일’이 되다

2008년 3월호

이광석 


기업 활동에 문화 마케팅이란 개념이 있다.
기업이 단지 소비자를 상품 구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들의 대중문화에 개입해 그 흐름을 타고 소비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 방식을 말한다.
2008년 1월호에서 본 것처럼, 애플은 그 문화 마케팅 개념을 넘어섰다.
애플 스스로가 디지털 문화의 장을 선도하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문화로 재생산하는 형국은 기업 마케팅 개념을 초월한다. 이번 호는 소니가 만드는 ‘소니 스타일’을 볼까 한다.
소비문화에 접속하는 정도로 치자면 소니는 애플의 한 수 아래이긴 해도 근 60여 년을 오락·문화 산업에서 잔뼈를 끼우며 나름 문화에 접속하는 데 일가를 이뤘다. 
라 틴어 ‘사운드’(sonus)와 ‘아들의 애칭’(sonny)을 합쳐 만들었다는 ‘소니’는, 1979년 워크맨으로 아날로그 시대의 사운드 문화를 주도하며 급속히 성장했다. 비디오 포맷 베타맥스로 타격을 받는 듯 했지만, 소니는 디지털 시대의 고화질 동영상 포맷, 블루레이 디스크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89년에 인수한 콜럼비아 픽쳐스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은 현재 가장 큰 수익원 구실을 한다. 94년에는 닌텐도와 결별해 자체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로 청소년의 영상 문화에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엔 엔터테인먼트 PC를 기치로 바이오 시리즈 노트북을 출시하면서 전자제품 영역에서 그들만의 스타일을 세우고 있다. 애플 마니아가 아니라면, 일반 노트북 디자인에선 도시바나 필립스 등 다른 경쟁업체들이 대적하기 힘든 세련됨으로 승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이 시도하는 ‘소니 스타일’로 불리는 매장, 즉 소비 체험장의 물리적 공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애플도 비슷한 매장 전시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기업의 전자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미국 전역에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단순히 가전·전자제품을 파는 국내의 하이마트와 같은 토털 가전·전자제품 체인이 아니라, 기업이 만들어낸 전자제품의 상호 연동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스타일을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는 소니 마니아들의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소니나 애플이나 매장이 입지하는 공간은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주요 쇼핑몰인데, 마치 옷이나 액세서리의 전시 공간처럼 전자 제품의 공간 소비를 통해 스스로의 유행과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소니의 또 다른 강점은 게임 타이틀과 영화 콘텐츠를 자사의 세련된 전자 기기에 통합하고 어필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소니가 제작한 게임이나 영화를 블루레이 디스크에 담거나 체험 공간에 응용할 때, 전자 기기에 대한 인지 효과가 증대할 수 있음은 논의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흔히 우리는 삼성과 소니를 비교하곤 한다. 허나 기본적으로 국내 재벌에 부족한 것은 한우물을 파는 집중력이다. 몇 가지 상품의 매출에서 초일류 글로벌기업이 될 순 있어도, 돈이 된다면 문어발식으로 서민의 재래시장 물건까지 먹어버리고 건설, 보험까지 흡수하고 확장하는 재벌의 근시안을 가지고는 진정한 초일류로 도약하긴 멀어 보인다. 소니 스타일이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넘어서 문화적 스타일이 되고 액세서리가 된 데는, 전자·오락 영역을 넘지 않고 상도를 지키되 그 속에서 공격적인 기술개발과 디자인 혁신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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