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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디지털세상] 08. 04 닌텐도의 장인 정신

2008년 4월호

닌텐도의 장인 정신
화투장 제작에서 게임 콘솔의 글로벌 기업으로
   

 

이광석  


미국 아이들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받고 싶었던 물건이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 라이트’였다고 한다.
올 겨울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이 게임기가 동이 났었는데, 볼티모어에 사는 필자의 처남은 우리 애를 위해 이 휴대용 게임기를 사려고 서너 곳을 전전하다 가까스로 이를 구해, 그 인기를 실감한 적이 있다.
게임기가 동이 날 정도로 닌텐도가 지닌 위력이 도대체 뭘까?

최근에 노인의 치매에 좋다하여 닌텐도 게임기를 구입하는 장년층들이 늘고 있다 한다. 아이들의 정서를 망치고 공부의 훼방꾼이 게임이라는 통념을 뒤바꾼 닌텐도, 이들의 힘은 백 년이 넘게 오직 놀이와 게임 사업에 투자한 장인 정신에서 나온다.    
 

닌 텐도 기업의 전사는 1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후사지로 야마구치라는 사람은 ‘하나후다’라는 꽃그림이 들어간 48장의 화투 게임을 만든 장본인이다. 곧이어 그는 이를 일본 내에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후사지로는 2002년까지 닌텐도를 이끌었던 히로시 야마구치의 증조 할아버지다. 후사지로가 만든 화투는 일제 통치이래 한국 일상 오락문화를 좀먹게 했다. 만든 당사자야 한국사회에 미칠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 만무했겠지만 말이다. 당시 일본 야쿠자들이 화투장을 돈 내기 게임에 쓰면서 입소문을 탔다. 초창기엔 순전히 수공업으로 화투를 직접 제작해 보급하기 시작한다. 1907년 후사지로는 ‘닌텐도 카드게임 회사’를 만들어 화투를 대량생산할 설비를 갖춘다. 나중에 경영권을 승계한 손주 히로시는 1953년에 플라스틱으로 입혀진 내구성 강한 화투장을 만들면서 6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다. 이를 기반으로 60년대 초 러브호텔, 햇반, 택시운송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하나 고배를 마신 후, 히로시는 자신의 본업이 놀이사업임을 깨닫고 게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컬러 텔레비전용 게임을 시작으로, 80년대 초 비디오 게임기 콘솔 시장을 개척하며 ‘(슈퍼) 닌텐도 오락기(NES)’ 혹은 ‘패미콤(Famicom)’ (일본에선 흔히 그렇게 불렀다, 가족용 컴퓨터의 합성어)을 내놓고 킬러 애플리케이션 (돈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뜻) ‘슈퍼마리오형제’로 전 세계 흥행 대박을 친다. 2001년 게임큐브로, 그리고 최근에는 ‘위’(Wii)를 내놓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360과 콘솔 시장을 분할한 상태다. 휴대용 게임기로는, 89년 ‘게임보이’로 시작해 ‘닌텐도DS’를 출시해 경쟁사인 소니의 PSP를 멀리 따돌린 상태다. 게임보이는 러시안 벽돌쌓기 게임인 ‘테트리스’를 사들여 대중의 큰 인기를 얻는 데 성공한다.     

닌텐도의 성공가도엔 그만의 게임에 대한 철학이 있었다.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인 폭력, 특히 피 튀기는 장면의 배제는 다른 게임업체와 다른 모범을 실천했다. 비폭력 게임도 얼마든지 재미가 있다는 것에 덧붙여, 게임도 치매를 막고 두뇌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교육 효과까지 창출해낸다. 미국에서도 소비자단체들의 상대적인 호의를 등에 업고 게임의 긍정적 이미지를 설파하면서, 닌텐도 게임의 교육적 가치와 내용 안정성까지 인정받는 지위에 오른다. 전 세계 비디오게임 콘솔 시장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와 갈라먹고 있지만, 게임과 놀이의 장인 철학을 갖고 꿋꿋이 제 갈 길로 가는 회사가 닌텐도뿐이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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