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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미디어법 강행 처리 후 MB ‘원더랜드’ 제2막 오를까

미디어법 강행 처리 후 MB ‘원더랜드’ 제2막 오를까


재벌과 수구 언론은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 걸쳐 지상파 방송,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 IPTV까지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이제까지 여론 독점을 막고 방송의 공익성을 지키려 했던 모든 제어장치가 허물어진 것이다.

 

[99호] 2009년 08월 03일 (월) 14:12:49

 

이광석

 

역시 우리가 뽑은 ‘경제’ 대통령답다. 삶의 조건은 정말 경제와 시장의 논리로 바뀌었다. 물론 시장 내 공정 경쟁의 법칙도 없는 우리식 정글의 시장 논리가 판친다. 가만히 들여다보자. 재개발과 권력의 폭력으로 벌어진 용산 참사가 6개월을 넘겼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다. ‘4대강 살리기’ 사업도 일자리 창출과 연계되면 친환경 프로젝트다. 광장에서 자주 보이는 ‘찍힌’ 시민단체들은 나라가 나서서 보조금 지급을 막는다. 구속보다도 벌금형이 시위 가담자들을 애먹이는 특효약이 된다.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원더랜드’ 안에서 벌어지는 믿지 못할 비상식의 풍경이다.

시장의 논리가 신권위주의를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적 근거라면, 국회를 통과한 신규 혹은 개정 악법들은 권력 수행의 방식에 ‘합법’의 명분으로 쓰인다. 그래서인지, 정부와 여당은 얼마 전 국가경쟁력과 미디어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시장 논리를 동원해, 그렇게도 국민 다수가 반대하던 미디어법을 날치기 강행 처리했다. 

이제까지 정부와 여당이 시장 논리를 내세우는 방식도, 그리고 합법의 명분을 쌓는 과정도 대단히 조악하고 반민주적이었다. 예를 들어, 미디어법 강행 처리조차도 신문법 대리투표 의혹에다 방송법 재투표 무효 논란까지 낳는 형국이다.

이 미 잘 알려진 대로, 미디어법의 핵심 내용은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사 지분 한도를, 지상파 방송 10%, 종합편성채널 30%, 보도전문채널 20%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조·중·동은 한술 더 떠서 지분 한도를 높이지 못한 것에 투덜대지만, 그들은 적은 지분으로도 혹은 차명 경로를 통해서도 지배적인 지분 행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안다.

 

 

정부·여당과 조·중·동, 공생의 기회 잡은 셈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구독률 20% 이상 신문사의 경우에 방송 진입을 불허한다는 조항은 또 다른 숫자놀음을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조선일보의 경우 구독률이 10%가 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도 허구다. 게다가 2012년 말까지 지상파에 진출한 재벌과 신문사의 경영권 참여 유예 조항 또한 실효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소유권을 쥔 이의 영향력은 어떻게든 여러 방식을 통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재벌과 수구 언론은,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 걸쳐 지상파 방송·케이블 방송·위성방송·IPTV까지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시장경쟁력의 논리는, 이제까지 여론 독점을 막고 방송의 공익성을 지키려 했던 모든 제어장치를 허물 조짐이다. 실제 경영 위기에 놓인 조·중·동 종이 신문들은, 이번 악법 강행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이 바라는 정치권력 재창출의 구상에 동조하면서 서로 공생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미디어법 날치기로 길거리 민심이 흉흉하다. 그런데도 이달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재선임에 친여당 인사를 줄줄이 앉힌다는 말이 나돈다. 미디어법이 시행되면 바로 지역 방송들이 대규모 합병·매수로 초토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19개 MBC 지역 민방과 OBS 경인티브이의 경영 사정을 고려하면 곧 다가올 것들이다. 사실 이 모든 시나리오는 방문진 이사 물망에 오른 한 교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강택 전 PD연합회 회장은, 정부 여당이 공영방송법 개정을 통해 KBS의 시청료를 올려 재원 자립도를 마련한 다음 그 광고료 수익을 조·중·동의 방송 진출 비용으로 보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자, 이 정도면 MB 원더랜드의 제2막이다. 또 어떤 기괴한 쇼를 우리에게 선사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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