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생산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여성주의 정치경제학 이론적 검토(윤자영)

사회재생산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여성주의 정치경제학 이론적 검토(윤자영)

 

1. 들어가며

 

사회재생산에서의 자본-국가 함의는 자본에 대한 규제와 사회재생산에 대한 책임 요구는 방기하면서, 시장노동을 통한 자립과 자조라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에 기대어 여성의 시장노동 참여를 장려한다. 그러나 일·가정 양립 정책은 주변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소외시키고 있으며, 사회재생산 위기를 이민과 결혼 이주정책으로 해결하는 것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다.

 

2. 사회재생산에 대한 여성주의 정치경제학적 논의

 

1)재생산과 돌봄개념의 등장

 

-사회주의 여성주의자들, 특히 영국과 캐나다의 여성주의 이론가들 사이에서 벌어진 가사노동(domestic labor) 논쟁은 가족을 중요한 사회제도로 다루며 가정 내에서 수행되는 무급 노동의 사회경제적 함의와 자본축적에 기여하는 방식을 사회재생산 이론으로 발전시킨 데 큰 기여를 했다.

-가사노동 논쟁은 가사노동과 자본축적 간의 관계의 성격에 대해 가사노동의 자본축적 보조론과 가사노동의 자본축적 필수론의 대립.

①보조론: 노동력 재생산에서 가사노동은 자본주의 생산을 보조하여 직접적으로 자본주의의 이윤을 증가시킨다고 주장. 자본주의 이윤 창출에 어떻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는가를 밝히고자 하는 데에 관심.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낮춤으로써 이윤 창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그 하나의 주장.

②필수론: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재생산하는 본질적인 부분인 노동력 재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 노동력에 초점을 둔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모든 생산양식에 인간의 생산도 포함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노동과 자신의 노동의 결과물로부터 소외되는 노동자 계급에 배타적인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인간의 존재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치부.

-모두 가사노동이 이윤을 창출하고 자본을 축적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으나, 그것을 ‘재생산’으로 분리시켜 낼 것이냐 아니면 ‘생산’으로 개념화할 것이냐에서 중요한 차이.

-재생산(reproduction)은 ‘사회재생산’, ‘노동력 재생산’, ‘인간 재생산’ 등과 별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지만, ①사회재생산이라는 말은 사회 체계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적이고 물질적인 조건을 재생산하는 것으로 폭넓게 지칭, ②‘노동력 재생산’은 노동자와 미래 노동력의 일상적인 유지(maintenance)와 교육 및 훈련을 지칭, ③‘인간 재생산’은 출산과 수유라는 보다 구체적인 활동에 적용. 이러한 정의를 놓고 보면, 가사노동 논쟁에서 가사노동은 성인 남성 노동자의 ‘노동력 재생산’과 가장 가까운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가사노동 논쟁은 임금노동을 생산, 가사노동을 재생산과 동일시함으로써, 임금노동과 가사노동이 동시에 현재와 미래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사회재생산에 연결되어 있음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돌봄노동 대신 가사노동 일반에, 세대 재생산이 아니라 성인 남성 노동자의 유지에만 배타적인 초점을 맞추면서 가사노동이 사용가치(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사회관계와 의미만 분석했다는 것.

-마르크스 여성주의자들도 사회주의 하에서의 가사노동의 종식을 당연하게도 긍정적인 역사 발전으로 간주했다. 사회화된 돌봄이 가정 내에서 행해지는 돌봄보다 더 정치적·경제적으로 진일보한 단계에 있는 발전 상태라는 전제를 갖고 있었다.

-가사노동 논쟁은 가사노동을 여성 억압의 물질적 기초라고만 보았기 때문에 왜 사회재생산에서 가사노동, 특히 돌봄노동이 사라지지 않는 노동,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노동인가에 대해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돌봄 제공자와 돌봄을 받는 자 사이에는 크게 세 가지 형태의 사회적 관계. ①돌봄 제공자와 돌봄을 받는 자 사이에 불평등한 정치적·경제적·신체적 권력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이다. 돌봄을 받는 자는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지만 권력에 기반하여 강제적으로 돌봄 제공자로부터 돌봄노동을 제공받는다.(남편과 아내) ②돌봄을 받는 사람이 어리거나, 아프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스스로 돌볼 수 없기 때문에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의존하여 돌봄을 받는 경우이다. ③일시적이고 즉자적으로 위기 상황이나 호혜를 기대하며 돌봄을 주고받는 경우이다. 가사노동의 수행은 이렇게 다양한 맥락의 사회적 관계에 놓인 돌봄을 구체화시키는 행위이다. 따라서 가사노동 수행을 자본주의적 노동력의 재생산이나 가부장적 착취에만 동일시하는 분석은 임금노동과 돌봄노동의 유기적 결합인 사회재생산을 둘러싸고 가구, 시장, 국가 간에 존재하는 복잡한 관계를 설명하는 데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가사 기술의 발전으로 육체적 활동을 필요로 하는 가사노동 시간은 감소한 반면, 가사노동에서 중심적 지위를 차지하는 대면 돌봄노동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로 대체하기 힘든, 물질적 형태로 구현되는 돌봄뿐만 아니라 정서적·관계적 형태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약자와의 사회적 관계에서 수행되는 돌봄노동은 기술집약적 혹은 지식 기반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폴브레는 사회재생산을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돌봄노동을 파악하여 그 비용을 공평하게 남녀, 국가/자본/가족이 분담하게 하는 사회경제체제를 구축하여 사회재생산 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

 

2)사회재생산 이론

 

-사회재생산 개념은 가장 폭넓게 물질적 공급과 더불어 규범, 가치, 지식 등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의 생산과 유포를 아우르기도 한다.

-피키오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이 삶(생명)의 생산과 하나로 통합된 과정임을 보여주는 계급 분석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은 이윤을 극대화하고자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적은 양의 자원과 시간을 사회재생산에 할애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자본의 논리이다. 반면 가족은 자본과 반대로 작동한다. 가족은 인간의 재생산이 목적이고 상품 생산은 수단이다. 가정 안에서의 여성의 노동이 시장의 힘, 국가 정책, 가족의 경제적 필요의 변화에 따라 자유자재로 확대되었다가 축소되는 잔여적인 것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지만 가사노동은 무한히 탄력적이지 않으며 충분한 지원이 없다면 생활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사회재생산에서의 위기가 초래된다.

-사회재생산에서 국가는 가족이 직면한 사회재생산의 비용을 상쇄하거나 혹은 가족에게 부담을 떠넘기기 위해서 특정 역사적 국면에 개입한다. 사회재생산에서의 국가의 역할은 성별 질서를 안정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이며 자본과 노동시장을 규제하고 사회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재생산이 일어나는 조건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제도적 개입에 대한 요구와 실천의 방식은 변화하므로 현재의 사회재생산이라는 동학을 틀 지우고 있는 경제 질서, 자본과 사회재생산 간의 긴장을 중재하는 가족과 국가의 역할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3.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자본축적과 사회재생산의 모순 심화

 

1)사회재생산의 재사유화: 성별, 계급, 인종, 관계의 변화

 

-베잔슨은 국가가 상당 부분 책임지던 사회재생산의 역할과 비용의 (재)사유화(re-privatization)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하에서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는 자본과 노동에 대한 규제를 축소해서 사회재생산 비용을 국가로부터 가족에게 이전시킨다.

-사회재생산의 역할과 비용의 재사유화는 개인의 경제적 자립의 강조로 특징지어진다. 국가가 여성이 시장노동에 참여함으로 인해 발생한 돌봄과 사회재생산을 위한 자원의 부족을 공적으로 지원한다거나 남녀가 함께 시장노동과 돌봄노동을 공유하는 모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포함한 그 누구도 돌봄 책임이 없다고 전제하는 성인-근로자 모델이 기업의 인사관리 규범으로 정착되어 간 것이다. 저소득층 가구에서는 상품화된 가사 대체노동의 구매가능성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여성은 가구의 안정적인 사회재생산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시장노동과 돌봄노동에 할애하게 되었다.

-보편적인 권리로서의 복지 수급에서 근로와 연계된 복지로의 복지국가의 재구조화 역시 사회재생산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르바론은 정부의 보육비 지원이나 복지 급여 삭감과 같은 복지국가의 재구조화를 여성이 접근할 수 있는 ‘공유지(commons)’가 박탈되어 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사회적 관계의 현대적 변형은 여성을 임금노동 시장에 불평등한 조건으로 편입시켰을 뿐만 아니라 중산층 노동계급 여성에게서 사회재생산과 관련하여 그들의 가사 및 돌봄노동 부담을 덜어주었던 자원과 복지 프로그램을 박탈시킨 과정으로 특징지어진다. 생활수단에 대한 비시장적 접근의 기회가 제한된 여성은 더욱 시장과 임금노동에 의존하여 생계를 추구하게 되었다.

-자유주의 복지국가의 발전은 전일제 남성 임금노동자와 사회재생산을 담당하는 ‘의존적인’ 아내를 기반으로 하는 가족 모델을 기반으로 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성별의 차이는 완화되는 동시에 심화되었다. 성별의 차이가 완화되었다는 점은 남녀의 노동시장 경험이 점차 수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성별 차이의 심화는 신자유주의 경제 재구조화 과정에 수반되는 가사노동의 사유화(privatization), 가족화, 상품화에서 드러난다. 가족이 수행해야 하는 가사노동을 심화시키거나 여성에 대한 노동시장 요구를 심화시키는 방식으로 정책이 고안되면서 성별 차이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제한된 시민권을 가진 이주 여성은 사적인 가정에서 돌봄노동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신자유주의적 체제에서 고소득 근로 여성을 대신하여 사회재생산을 수행했다.

-아르콕(Art-Koc)이 지적했듯이, 이주 가사노동자는 신자유주의 국가의 이상적 주체이다. 그들 자신의 사회재생산이 가정 내에서 사유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비용이 다른 지역과 국가에 이전되어 있어 완전히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2)재사유화 가설의 보편성

 

-보편적 현상인가? 재사유화 가설의 북미편향성.

-쿤츠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간의 역할 이동과 국가의 공적 지원의 후퇴를 강조하는 대신에, 국가의 개입 형태가 구체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멕시코의 경우, ‘감독받지 않는 아이들’이 크게 증가했다. 남성들의 이주는 가족의 붕괴로 이어지면서 여성 가장의 가구가 급증했다. 송금 정책은 여성, 어린이, 노인들의 노동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회재생산 활동에서 딸들의 역할이 커지게 되었다. 서구 복지국가에서 나타난 재사유화 과정이 여성이 임금노동과 가사노동의 부담을 동시에 심화시켰다면, 남반구에서는 여성과 다른 가족 구성원, 특히 여자 친척과 아동들에게 가사노동의 부담이 전가되었다는 특징이 나타난다. 국가의 개입이 발전 전략을 구현하는 장으로서 가족의 역할을 이용했고, 가족 안에서의 성별 및 세대 관계는 국가의 발전 전략에 동원되는 과정에서 변형을 거쳤다는 점은 서구 복지국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성별 관계의 재구조화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3)신헌법적 지배구조

 

-바커와 길(Bakker and Gill)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특징을 훈육적 신자유주의라고 규정한다. 초국가적 제도가 일국의 정치 행위자들을 훈육하여 내국의 토론 과정을 배제하고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며 ‘신자유주의적 헌법’을 통해 자본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극빈층과 여성은 이러한 공적 지원이 감소될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집단이다. 사회재생산은 여성의 무급 노동의 영역으로 흡수되거나 시장의 영역으로 흡수된다. 이러한 이유로 제한된 정부와 제한적인 재정 운용 여력을 강조하는 신헌법주의는 사회재생산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4. 나가며: 한국의 사회재생산 위기에 대한 시사점

 

-사회재생산의 위기는 여성의 시간에 대한 요구의 심화로 드러나고 있다.

-복지국가 재편 논의는 이러한 사회재생산 비용을 남녀 간에, 국가-가족-자본 간에 형평성 있게 분담하도록하기 위해 돌봄이 조직되고 보상되는 방식에 대해 체계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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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4 15:11 2014/01/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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