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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5 -- 마을버스 타기

일찍 퇴근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수유역에서 내렸다. 집에 가려면
마을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마을버스 정류장쪽 계단을 올라 나서려는데
내가 타야하는 2번 마을버스가 막 출발하고 있다.
순간 뛸까 말까 고민을 했다. 근데 바로 앞의 건널목이 파란색 신호로 바뀌면서 버스가 서서히 건널목 앞에 정차를 한다.
옳거니 하면서 냅다 버스로 내달렸다.

버스 앞 문에 가서 똑똑똑 노크를 했다. 보통 이럴 땐 운전기사가 알아서
문을 열어 준다. 어쩔때는 반대편 건널목에서 뛰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알아서 문을 열어주는 기사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째 이상하다. ‘잘 못 들었나?’ 다시 한 번 “똑! 똑! 똑!”
그래도 반응이 없다. 운전기사는 앞만 보고 있지 이쪽으로 눈길도 없다.
이쯤 되면 도로 위에서 버스에 문 좀 열어달라고 애원하는 꼴로 보인다.

슬슬 부아가 돋는다. 다시 한 번 “똑! 똑! 똑!” 여전히 반응이 없다.
‘동전을 세워서 두르리면 크게 들리는데…’
주머니를 뒤져볼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세워 두드렸다.
“똑! 똑! 똑!”
갑자기 문이 확 열린다.

재빨리 올라타서 버스카드를 찍으려 하는데 운전기사가 대뜸 말한다.
“여기서 태워주면 벌금이 십만 원이예요. 밑에 써 붙어 있는데 안보이세요?”
한 40대 정도의 운전기사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 있다.
‘어쭈구리..좋아..’
나도 지지 않고 고개 빳빳이 들고 말했다.

“아, 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하시든지...아니면 아예 열어주지 말든지요?
사람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거지...뭐예요? 이게”
“아..그러니까 타시라구요.”
내가 대거리를 하니까 조금 수그러든 목소리다.

버스에 사람들이 제법 앉아 있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서 있다.
분위기상 냉큼 카드 찍고 버스에 오르기가 부끄럽다.
“아~안 타면 되잖아요.”
그러고는 내려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 갔다.
버스는 떠나 갔지만 열 받아서 혼자서 씩씩거렸다.

‘그냥~욕이라도 한 마디 할 걸 그랬나? 좀 더 조리있게 말해서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운전기사 망신을 줬어야 하는 건데...’
정류장에서 혼자서 열 받아 있는데 어디 말하기도 그렇고 좋은 저녁에 기분 잡쳤다 싶다.

다음 버스로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운전기사는 사람을
도로 위에 세워놓고 곤란하게 한 다음에 문을 열어주고는 다 들으라는 듯
내 행동을 나무랐다. 아예 안 열어주면 그러려니 싶은데 열어주고는
도리어 나에게 무안주고자 하는 의도를 추측해 보니 은근히 부아가 돋는다.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야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그런 식으로라도 ‘고객’에게 큰소리치고 싶은 기사의 마음이 느껴지니 안쓰러운 생각도 든다.
그리고 혹시 진짜 벌금 십만 원 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현실을 무시한 법규와 규칙으로 피해 보는 건 일하는 사람들과 시민들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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