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南柯一夢

꿈을 꾸었다. 고사성어의 주인공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딴에는 황홀하고 위대한 신비체험이었다. 내가 좀 바보이기는 해도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생시인지 구분할 정도의 영악함은 갖고있는데, 분명히 나는, 꿈을 꾼 것이 맞다. 그러나 역시 바보는 바보. 그 달콤함을 떨치지 못한채 그 꿈을 내내 그리워할 터이다. 그 체험이 헛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애써 믿으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책 삼

오늘 책을 한권 샀다. 연애소설이다. 남은 평생, 연애소설을 내 돈 주고 사서 읽을 줄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살아 온 동안 연애소설을 전혀 안읽은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철저히 안읽겠다고 굳은 다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관심을 갖게 된 책이 하필 연애소설이라면 기꺼이 읽었고 읽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 책을 '연애소설이라서' 샀다. 왜 그랬을까. 잘 모르겠다. 아니, 모르겠다기 보다 잘 설명할 수가 없다는 편이 맞겠다. 골치아프다, 설명하려면. 요즘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하여튼 이런 비슷한 일이 앞으로도 종종 일어날 것 같다, 내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행복의 우울, 우울의 행복

꽃이 피었다
꽃이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잘 보면
자세히 길게 살펴보면
꽃은 떨고있다
미소의 곡선 맺어지는
꽃잎 가장자리에서 파동이 인다
꽃은 안다
머지않아 말라버릴 자신의 일정을
지기위해 피어난 자신의 운명을


꽃을 위로해 볼까
일년을 채 못가서 다시 계획된
부활의 예언을 드려볼까
하지만 그것은 당신의 실수
재림한 꽃이
지금 여기의 바로 그 꽃일까
다시 핀 꽃은 과연
떨지 않을 수 있을까
네 꽃가루들을 좀 보렴
장차의 수많은 너
더 들끓을 네 아름다운
후일담들을 생각하렴
이렇게 말해보는 당신은
더욱 징그러운 사기꾼
현존하는 떨림의 작은 진폭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려는 이데올로그


나는
멍청이가 되지 않기 위하여
폭군이 되지 않기 위하여
그 아름다운 꽃을 보며
우울해 한다
우울해 한다
우울해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사려깊음에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괜찮은 놈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


행복의 우울
우울의 행복


나는 꽃의 시선을 피한다
꽃과 눈맞추지 못한다
봄은 깊어가는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mi

입술을 깨물면
눈을 감고 혹은
눈꺼풀 안쪽의 암흑을 응시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면
아래로 주욱
심장까지 회한의 도랑이 파인다
깊다
깊어서 거스를 수 없는 그곳에
눈물이 고인다
슬픔이 흐른다
눈과 귀와 코와 사지를
즉 머리 아래의 온몸을
구속하듯
그 끄트머리 입술을 깨문다
질책한다
머리를 지탱할 수 없음을
생각의 무게에 짓이겨져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삶의 진짜 모습을
깨물어 탓한다
그리고 슬퍼하며 운다
심장에게 호소한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다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는 건
오히려, 바로 머리다
무게감이라고는 없는 음흉한
생각의 조직이다
감당할 수 없었다
머리의 바깥을, 진짜 세상을
파악할 수 없었다
생각의 원천을, 그 진한 흙내음의 속을
그는 심장에게서 단지
혈액을 착취할 뿐이다
심장에게로 길을 내지 않는다
그리고는
그리고는 슬쩍
입술을 깨문다
눈을 감고 혹은
겁에 질려 두리번거리는 눈동자를
얄팍한 눈꺼풀에 감춘 채
입술을 지긋이 깨문다
순식간에
공포를 슬픔으로 포장한다
냄새 찌든 식은땀을 눈물로 포장한다
비겁한 새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새로운 도전...(씩이나?)

오늘부터 매주 월요일 밤 열리는 에스페란토 기초강좌에 수강신청을 했다.

 

평소 에스페란토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거의 즉흥적인 결단(?)이었다. 너무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안그래도 이상한 성격 더 이상해지는 거 같아 정기적으로 어딘가로 나가서 바깥 공기도 좀 쐬고 다른 사람들 어떻게 사나 좀 보기도 하고 그래야할 것 같았다. 강좌가 개설되는 곳이 집에서 가깝기도 하니 마침 잘 되었다. 원래는 그곳에서 돕의 강좌를 들으려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선택한 것이 바로 이 강좌. 돕에게는 불량학생 하나로 부터 해방되었다는 굳뉴스와 수강료 수입이 줄어든다는 배드뉴스를 전하는 바이다(강사에게 지급되는 페이가 수강인원에 비례할 것이라는 추측을 전제로 한 얘기인데 실제로 그런지는 모름).

 

수강신청의 내막이 이렇게 불순한데다 요즘 생업에 좀 바쁘기도 해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더구나 나는 게으름의 절대지존 아닌가. 그러므로 저 위에 쓴 "결단"이라느니 제목에 쓴 "도전"이라느니 하는 말들은 많이 오버스러운 것 맞다. 그래도 '떠들어댄 체면'이 조금이라도 더 성실한 학생이 되도록 강제하는 효과가 있기를 살짝 바래보는 맘이 있다.

 

혹시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나와 유사한 시도를 해보고 싶은 분들이나 평소 에스페란토에 관심 있었던 완전 초짜분들은 여기로 가서 읽어보고 함 생각해보시기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 제목
    거북이눈은 거기 없다
  • 이미지
    블로그 이미지
  • 설명
    그냥저냥요... by turtleye
  • 소유자
    turtleye

최근 트랙백 목록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