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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우는 것이다

내 어커스틱 기타에는 작은 얼룩이 많이 있는데

모두 그녀석 자신의 눈물자국들이다

우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지만

난 알 수 있다

그건 분명한 눈물의 흔적들이다

 

조지 해리슨은 자신의 기타가

"울고있다"라고 노래했지만

결국 자신이 슬프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연주가 애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내 기타, 그녀석은

스스로 우는 것이 틀림없다

그것도 남몰래 소리없이......

 

한낱 가공된 나무 쪼가리인 그녀석도

잘 알고있을 터이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즉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얼마나 슬픈 일인지......

 

화려한 장미나무였을 시절의 회한으로, 혹은

살을 깎던 끌과 톱의 냉정한 금속성에 소스라쳐서, 또는

자신을 만들던 노동자들의 가혹한 처지를 동정하여, 라거나

너무 싸구려인 자신의 가격표에 자존심이 상해서, 아니면

형편없는 솜씨의 연주에 애가 타서 등등

눈물의 연원을 굳이 추측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그것들을 모두 포함한 삶의 총체

그 자체의 근원적 슬픔을 그녀석은 아는 것이다

 

게으른 손의 나는

그의 주인이기를 애초에 포기했었지만

마침내 그의 친구가 되기로 한다

서로를 대신해 울어줄 수는 없다

그냥

함께 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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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여름산은 온몸 흔들어 바람을 털어낸다 그김에
숲 잎사귀들 마저 핫둘 떨어져 날리고
그리 언젠가 가을 올테니 너와 나
느긋하게 느긋하게
더런 더운 세상 망설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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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tional...

어떤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정리하기위해, 감내해야하는 감정노동으로 몸과 마음이 온통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 머리는 사태의 정황과 속내를 너무도 잘 인지하지만 그렇다고 가슴이 쉽게 평온해지지 않는다. 평온은 커녕 아랫배에서부터 명치를 지나 목구멍 언저리까지 부글부글 끓는 초고압-초고온 상태라 정말 "터/져/버/릴/것" 같다. 폭주하는 파토스에 대해 원체 허약체질인 나의 로고스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초실감하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생계형 감정노동을 또 해야하는 아찔한 상황. 클라이언트가 날것으로 던져준 컨텐츠의 씨앗을 밝고 아름답게 꽃피워 미디어로 아웃풋해야 하는데, 울고 싶은 내 심정에 무슨 희망의 송가가 나오겠는가. 참으로 죽고싶다는 생각이 15초마다 내 뒤통수를 당겨댄다. 그래도 버텨야 하겠지. 그럴 수 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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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넓게 열린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여행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2009년 8월 9일 정오
파헬벨의 캐논이 흐른다
한 대의 첼로와 세 대의 바이올린
비교적 느린 템포
하늘은 새파랗고 구름은 새하얀 것이
마치 평화주의자의 바탕화면 같았으나
영종대교의 한가운데에선 아연 돌풍이 일어
내 여린 마티즈는 휘청이고 만다
이미 더 크게 흔들리고 있던 내 가슴 탓일까
나는 놀라지 않는다
첼로는 하염없이 같은 저음시퀀스를 반복하고
세대의 바이올린은 두 마디 터울을 두고
앞선 주자들의 선율을 서로 따라간다
그렇다 내 인생이란
저 아래 어떤 근원적 처참함의 무한반복이고
그것을 딛고 오르는 작은 발버둥들의
어긋난 레이스이다
나즈막히 홀로 구슬프던 선율들이
12마디째 근방에 이르러 절규처럼 얽히자
나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아, 커다랗고 아름다운 비애
그 황홀했던 여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내 앞길은 캐논의 나머지 마디들 처럼
더욱 복잡하게 펼쳐질 것이나
결국 반복과 돌림연주의 교묘한 속임수일 터
가슴 아렸던 지난 여행이 그리워
그것을 추억하기위해
아니, 그것을 잊기위해 살아갈 뿐이겠지
내게 그를 허락했던 운명에 감사하고
내게서 그를 앗아간 운명에도 역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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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 Wolf

"Eels"의 "Lone Wolf"를 듣는다. "이봐, 이몸은 고독한 늑대셔. 어때 쫌 멋지지않나...후후"라던가, "그래요, 나, 외톨이예요. 불쌍하죠? 님아, 동정심 좀...ㅠ.ㅠ"라는 투가 아니다. 그저 덤덤하게, 보컬 음색에서부터 편곡, 사운드까지 짜증나도록 덤덤하게 "I am a lone wolf"라고 중얼거리고 만다. 음, 아니다. 중얼거린다고 보기엔 좀 무리가 따르는 외침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의 다른 노래들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질러대도' 중얼대는 것 같이 들린다. 허스키의 축복인가...... 나는 그가 부럽다. 그의 허스키가 부러운 것 못지않게 '덤덤하게 외로울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부럽다. 아닌가? 그의 외로움도 사실은 고통일까? 그의 덤덤한 허스키는 고통을 감추려는 두껍고 표면이 까칠까칠한 장막일 뿐인가? 어쨌거나 나도 따라 중얼거려본다. "I am a lonesome turtle. I always was and will be. Nobody needs to get too close to me. I feel fine, I am resigned to this." 그리고는 자신이 대견하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지어본다. 그러나 채 5초를 참지 못하고 음흉한 눈빛으로 두리번거린다. 누굴 찾는 거냐, 이 바보자식아! ......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우선은 한숨 자야한다. 제대로 고독하기 위해서는 일단 휴식을 취하고 원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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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거북이눈은 거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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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명
    그냥저냥요... by turtleye
  • 소유자
    turtl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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