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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창간준비 6호를 내며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만 폭발 직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재벌에 대한 노동자 민중들의 분노도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올 판이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그 동안 재벌의 친구들이었던 당들이 앞 다퉈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표를 모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재벌에 대한 노동자 민중들의 분노는 빵집, 마트 등 골목상권 진출로 나타난 유통 ‘독점과 횡포’,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불공정’ 거래, 문어발식 경영과 ‘부당’ 내부 거래 등등과 같은 “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 이런 ‘불공정’하고 '부당‘한 ’폐해’들을 시정하기 위한 자본가 정당들의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공약은 의도적으로건 그들의 계급적 한계로 인한 무지의 탓이건 노동자 민중들 사이에 타오르고 있는 분노의 근원을 잘못 짚은 것이다.
MB 정권에 대한 분노와 달리 이 분노는 기본적으로 어떻게 한줌의 1% 자본가계급이 99%에게 독재를 행사하는 이런 더럽게 불평등한 세상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민주공화국이라는 탈을 쓰고서 1%들이 99%들에게 착취와 탄압을 일삼는 자유를 거침없이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재벌에 대한 분노가 반MB 정서와 다른 것은 그 분노가 잠재적으로 자본가 독재체제, 즉 자본주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진보정당들은 이러한 분노가 의식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향해 표출되도록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자본가 정당들을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똑같은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공약을 내걸고 노동자 민중들의 분노를 선거와 제도권 틀 안에 가두느라 분주하다.
진보정당들의 이러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공약과 맞닿아 있는 것이 바로 정리해고 ‘요건 강화’, 비정규직 ‘차별 축소’ 공약이다.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외치면서 자발적인 연대의 정신으로 노동자 민중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희망텐트를 치고 희망뚜벅이를 내딛어도 이들 진보정당들은 못들은 척, 못본 척 정리해고제 폐지와 비정규직 철폐를 극구 회피하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자본가 정당과 손잡는 야권연대에 목을 매고서 오직 야권 단일화를 통한 의석 확보만이 살 길이라며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부터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까지 모든 것을 야권연대에 종속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명> 창간준비 6호에서는 이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2012년 정세 속에서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어떻게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야권연대/반MB 선거심판론으로 왜곡 수렴되는 것을 막고 대중투쟁의 한 가운데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 흐름을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모색을 담았다. 한국에서도 정세가 서서히 열리고 있는 가운데 계급투쟁의 질곡을 뚫고자 분투하는 동지들과 진지하고 치열한 토론이 있기를 기대한다.
2012년 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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