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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7호] 불법파견 "문제 해결"인가, 사내하청· 비정규직 “철폐 투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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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문제 해결”인가?

 

사내하청·비정규직 “철폐 투쟁”인가?

 

 

안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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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3일 대법원 확정 판결이후,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쟁취!”는 현대자동차에서 먼 미래에 가능한 당위적 구호가 아니라 당장 풀어야할 현실 과제로 떠올랐다. 따라서 “비정규직 철폐 투쟁” 계획은 매우 구체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판결 한 달을 훌쩍 넘긴 오늘까지도 현장에선 선언적 수준 이상 이렇다 할 구체 방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범죄를 행한 가해자 현대자동차 사측만이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형국이다.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현대자동차 사측!
사내하청·비정규직 “철폐 투쟁”에 망설이는 현대자동차 지부!

 

  분명, 판결에선 사측이 졌다. 그런데 선제공격에 나선 쪽은 사측이다. ‘대법판결 존중’을 운운하면서도, 2월 29일 공장장 담화문에서 “금번 23일 대법원 판결은 사내하청과 관련한 개인의 판결이며, 전체 사내하청을 대상으로 하는 판결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며 판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3월 초에는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 뿐 아니라, 사내하청업체에서 2년 미만 일한 근로자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할” 특별 노사협의체 구성과 노사 현장조사단 등 대법원 판결 이행을 위한 방안을 노조보다 ‘먼저’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여전히 지회 해고자 출입을 봉쇄하고, 지회 선거에 프락치까지 동원해 후보 등록한 선본을 주저앉히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이런 적극 선방과 함께 잽도 날리고 있다. 1공장 FS터보 M/H 협의과정에선 턱없는 인원감축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4공장 NC협상에서는 외주화와 모듈화를 대폭 높여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현대차지부 긴급지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 공장에서 2년 이하 비정규직 노동자 계약해지를 자행하는 등 노조 대응을 시험 삼아 찔러보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 사측은 자신이 생각하는 불파 문제 처리방안에 맞춘 프로그램을 착착 실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현대차지부를 비롯한 현장은 아직까지 기본 방향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승소로 승기를 틀어쥐고 있는데다 사측보다 먼저 구체 투쟁계획으로 나서야 할 주체들이, “대법판결 이행, 정규직화”라는 누구나 말하는 수준 정도의 선언 이상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판결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1만 여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가 아닌 “최병승과 유사한 3,000~4,000명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판결을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대상자를 축소하고 있다. 또한 3월 5일 현대-기아차 공동투쟁본부 기자회견에는, 현장대의원들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신규채용 시 비정규직 우선 채용”을 공동요구로 발표한 바 있다.
  즉각 선포해야 할, 상식 수준의 ‘긴급지침’ -- △신규 비정규직 투입 및 계약해지 금지, △전환배치 및 공정분리 금지 -- 또한 마찬가지다. 2주간의 논의 끝에 긴급지침을 내리긴 했으나, 지금도 비정규직 정리해고와 전환배치는 벌어지고 있다. 또한 가장 기초 수순으로 해야 할 수배 중인 최병승 동지 조합원 신분 처리는 3주 가까이 지나서야 선언됐다. 조합비 납부 관련한 구체 실무 문제도 말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간단한 경위만으로도 현대차지부가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을 사측과 공감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현대차지부 태도는 앞선 문제 외에도 첫 주요사업으로 제출한 전수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소, 나이, 성별, 결혼여부, 부양가족 등 실태조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문항과 현재 일하고 있는 공정 상세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비정규직 고용 및 근무형태 실태조사’가 그렇다. 이미 ‘불법파견’임이 판결난 마당에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현장 활동가들 의문 속에 실시되고 있어서인지, 투쟁계획 하에 배치되지 않아서인지 실태조사의 수거율은 저조한 상태다.

  비정규직 전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실태조사를 잘하고, 판결 문구를 잘 해석하는 것에 달려있지 않다. 설령 회사 입장이 아닌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라는 올바른 내용으로 진행하더라도 말이다. 이는 분명하게도 투쟁에 대한 태도 문제다. 지금까지 명확한 투쟁 기조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사측의 공세적인 대응과 제안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벌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장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불거진 불파 문제를 테이블에 앉아 전수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해결할 것인가, 사내하청 폐지를 위한 투쟁을 전면화할 것인가. 협상테이블을 통해 노사공동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태도는 비단 비정규직 문제 뿐 아니라 주간연속2교대 관련한 대응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 두 방안 사이에 절충은 없다. 물론, 제 3의 방안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물음을 회피하고선 단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얼만큼 정규직화 할 것이냐? vs 얼만큼 투쟁할 것이냐!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요구를 분명히 하고

구체 투쟁계획 필요한 때다!

 

  이번 대법 판결은 현대차 내 비정규직 자체가 불법파견임을 증명한 것이다. 단 하루를 일하더라도 불법은 불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일부 비정규직들만 해당하는 문제라는 식의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얼마 전 전주지방노동위는 충남지노위와 동일하게 직접생산라인만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하고 생관, 보전 등 간접부서는 합법도급으로 판결했다. 또한 모든 지노위에서 의무자와 2년 미만자들은 현대자동차 사용자성을 각하했다.

  이로부터 고용의제에 해당하는 2005년 이전 입사자와 고용의무에 해당하는 2005년 이후 입사자, 그리고 2년 미만자를 구분하는 태도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판결 직후부터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뿐 아니라 정규직 조합원들, 심지어 활동가들까지 어디에 해당되는지 안 되는지에 착목한 질문들을 많이 쏟아내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도 모자라, 의제자/의무자/2년미만자, 직접생산라인/간접부서, 1차하청/2ㆍ3차하청 등으로 사측은 현장을 분열하려 들고 있다. 또한 올 한해 897명 신규채용 발표로 투쟁주체들이 투쟁에 나서지 않도록 꼼수를 부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8월 2일 개정된 파견법 시행을 앞두고 가능한 한 2년 미만의 비정규직을 정리하고 있다. 8월 2일부터는 하루 일해도 고용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법을 따르겠다던 사측의 속셈은 고용의제에 해당하는 조합원들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진성도급을 합의하고, 나머지는 고용유연성을 위해 기간제로 사용하거나 구조조정으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사내하청을 재편하겠다는 뜻이다. 사측 속셈은 이미 시작됐다.

  따라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사내하청 폐지를 분명히 목표로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명확한 기조와 전망을 갖지 않는다면, 빤한 사측 술수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얼마만큼 정규직화 시킬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얼마만큼 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해야할 때다.

 

  물론 모든 투쟁을 준비하여야 한다. 그러나 불파 문제는 이미 8년 넘도록 오랜 시간을 끌어왔다. 대법판결로 다시 분위기가 올라오는 지금, 즉각 투쟁태세에 돌입하고 시동을 거는 게 아니라 새삼 준비된 투쟁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은, 지금은 싸우지 않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투쟁 확대를 위한 선거가 아닌 당선을 위한 행보가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조차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통합진보당은 국회 20석 이상 확보하여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진보건 보수건 모두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떠드는 선거정국에, 똑같이 여론전이나 추상적 정치선언에서 그칠 게 아니라, 실물적으로 투쟁을 만들어내기 위한 구체 계획이 제출해야 한다. 이제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나설 때다.
 

 

 

원ㆍ하청 공동투쟁, 출발은 비정규직 스스로 투쟁부터!
파업, 파업, 총파업!

 

  현 상황의 관건은 비정규직지회에 달려있다. 투쟁주체이자 정규직화 대상인 비정규직동지들이 주체적으로 투쟁에 나서지 않는 한, 노사공동의 합리적 문제해결이라는 지금의 이상한 정국은 깨지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현장은 움틀거리기 시작했다. 기대감과 희망은 집회에 속속들이 참여하는 비정규직 조합원 수의 확대만큼 커져가고 있다. 수요집회는 현장 조합원 참여가 눈에 띄게 꾸준히 늘고 있다. (판결 후 2월29일 집회 150명 -> 3월7일 집회 170명 -> 3월14일 집회 200여 명) 최근에는 각 공장별 깃발을 띄우고 현장에서부터 조합원들을 모아 행진해서 참여하기도 하고, 업체별 자체 회의에서 집회 전원 참석, 중야식 선전전을 결정하는 등 자발적인 투쟁결의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해고와 징계, 그리고 비리문제와 내부 분열 등으로 지도력이 제대로 서지 않은 채 침체해왔던 그 동안의 분위기는 점차 과거가 되고 있다. 비록 아직 지회 정상화는 되지 않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어려운 조건에도 스스로 결의를 표명하는 동지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제 서서히 올라오는 투쟁 분위기를 구체적인 계획으로 다잡고 확대할 적기다. 2,3차 노동자, 식당, 환경, 경비를 포함해 모든 사내하청노동자 요구를 걸어야 한다. 이미 지회는 8대 요구를 갖고 있다. 8대 요구를 중심으로 하여 중단된 특별교섭을 요구하고, 지회 스스로 투쟁체계를 갖추어 본격적인 시동을 걸 때다. 현안 대응은 물론 출입투쟁 등 해고자의 선도 투쟁과 함께 현장 분위기를 끌어내며 지금부터 대중파업을 준비해 들어가야 한다. 사측이 주도권을 잡고 내부를 갈라치기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단결하여 선제공격에 나서야만 한다.

 

  지난 CTS투쟁, 우리는 승리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고립된 투쟁, 준비 안 된 투쟁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더 많은 비조합원들을 조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과연 쪽수가 적어서 승리하지 못했을까. 사회 각계각층에서 관심이 쇄도하고 전국적으로도 이슈화된 것은, 공장을 점거하고 우리 비정규직의 힘으로 직접 생산을 멈춘, 강력한 대중적인 파업투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승리하지 못했지만, 패배한 것은 아니다.
  투쟁을 실제화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지, 준비한 후에 투쟁하자고 말하는 것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이미 투쟁은 시작됐음이 분명하다. 이제는 이것저것 잴 것이 아니라, 우리 요구를 분명히 하고 본격적인 태세를 갖출 때다. 뭐든지 싸움을 만들고 계획을 내고 행동해 나갈 때다. 올해야말로 지난해 찍지 못했던 승리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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