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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집에서.

 

오늘 진경이와 미루가 집에 왔다.

지난 번엔 진경이하고 연우는 멀뚱 멀뚱 서로 소 닭 보듯 하였는데

오늘은 둘이서 제법 어울려 놀아서

옆에서 지켜보는 어른들은 너무 재미있었다.

 

진경이는 처음부터 장난감에는 흥미를 보여서

자그마한 장난감들을 들었다 놨다 조물락 조물락 거렸다.

한동안 엄마만 주변에 있는 걸 허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비치더니

 어느새 연우랑 같이 미끄럼틀에 올라가고

작은 방에 들어가서 블록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두녀석이 시선을 마주치고 놀았다.

미루는 몸집은 비슷한 것들이

왔다 갔다 하고 아야 어여 워워워 말하는 것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우리가 다 거실에 있는 사이 연우가 미루에게 뭐라고 뭐라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어쩌고' 하는 책과

뭔 팜플렛을 읽어주기도 했다.

분명 둘이선 의사소통을 한 것이

연우는 다양한 톤으로 '이이이이' 소리를 냈고

그 앞에서 미루는 엎드려서 발을 까딱 까딱 거리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연우는 갑자기 물, 치즈, 고구마를 연달아 먹더니

진경이 갈 때 쯤 목구멍에 있는 걸 와락 토하기도 했다.

그 뒤론 별 일 없는게 제딴엔 많이 흥분해서 그랬나 보다.

 

아, 애들 데리고 만나면 힘 안들이고도 한 나절이 꼴깍 가서

너무 편하고 좋다.

진경맘님 우리동네로 이사오시면 안될까요?

 

다섯시 반쯤 나간 미루엄마가 오분후에 전화를 했다

미루 공갈이 놔두고 갔다고. 갔다 주러 가서

그 김에 눌러 앉아 놀다 왔지롱.

'저기, 주선생님, 가끔 이런 상상도 해요.

미루랑 진경이랑 연우랑 계속 알고 지내다 크면

연우가 누구를 더 좋아할까요?'

'소설을 쓰시죠, 클클클'

나나 제 아빠와 달리 연우가 이야기 많은 청춘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투사된 주책맞은 상상이었다.

 

내일 세미나 준비, 기냥 낼 가서 오전에 할까?

이번엔 질적으로 확 어려워졌는지 통 진도가 안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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